주간동아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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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고래 싸움에 몸값 올리는 캄보디아

미국+일본 vs 중국…아세안 영향력 확보하려 경쟁적으로 구애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

    입력2016-03-11 17:5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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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보디아라는 단어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단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다. 12세기 초 크메르 제국(캄보디아 고대왕국)의 국왕인 수리아바르만 2세가 건설한 사원.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물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이 사원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 위해 각국에서 많은 관광객이 캄보디아를 방문한다. 그중 중국인이 가장 많다. 캄보디아 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여행객은 480만 명으로 전년 대비 6.1% 늘었는데, 이 중 중국인은 80만 명으로 전년 대비 20%나 증가했다. 관광 수입도 전년보다 5억 달러 증가한 35억 달러(약 4조2500억 원)를 기록했다.
    반면 캄보디아 하면 떠오르는 인물로는 노로돔 시아누크(1922~2012) 전 국왕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입헌군주국인 캄보디아는 1953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했지만 베트남전쟁과 쿠데타, 내전 등으로 상당한 정치적 혼란을 겪어야만 했다. 시아누크는 70년 미국의 지원을 받은 론 놀 장군이 쿠데타를 일으키자 중국으로 피신해 망명 생활을 했고, 75년 크메르루주가 론 놀 정권을 무너뜨리자 일시 귀국했다 79년 베트남의 침공으로 또다시 중국으로 망명해야만 했다. 친(親)베트남 정부와 크메르루주의 내전이 끝난 93년 고국으로 돌아온 시아누크는 2004년 아들인 노로돔 시하모니(63)에게 양위했다. 중국은 2012년 시아누크가 베이징에서 신병을 치료하다 숨지자 톈안먼 광장에 조기까지 내걸었다.



    오랜 친중 역사, 그러나 오바마의 베팅

    현재 캄보디아 최고지도자인 훈 센 총리도 대표적인 친중파다. 남동부 캄퐁참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훈 센 총리는 초등학교를 마친 후 프놈펜에 있는 사원에서 4년간 공부한 게 학력의 전부다. 19세이던 1970년 크메르루주 산하 비밀조직에 가입해 충성을 다했지만, 크메르루주 정권이 그의 아버지와 친척들을 반혁명분자로 몰아 처형하자 77년 베트남으로 탈출했다. 이후 베트남군의 지원을 받아 크메르루주 정권을 몰아내는 데 앞장섰던 그는 28세라는 나이로 외무장관이 됐으며, 부총리를 거쳐 85년 34세로 당시 세계 최연소 총리가 됐다.
    1993년 5월 총선에서 패배, 제2총리로 밀려났던 그는 97년 쿠데타를 일으켰다. 98년 총선에서 자신이 이끄는 캄보디아인민당(CPP)이 승리하자 그는 새로운 총리로 취임해 캄보디아 최고권력자가 됐다. 그는 이 과정에서 권력을 쟁취하고자 베트남에서 중국으로 말을 갈아탔다. 이후 캄보디아는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 회원국 가운데 중국과 가장 가깝다. 훈 센 총리는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처럼 중국에게 불리한 안건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좌절시키는 데 앞장서왔다. 아세안은 모든 사안을 만장일치로 결정한다.
    중국 역시 캄보디아와 훈 센 총리를 자국 편으로 만들고자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왔다. 캄보디아의 국토 면적(18만1035km2)은 우리나라의 1.8배나 되지만 인구는 1500만여 명밖에 안 되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146달러(약 140만7000원)로 세계 154위다. 그러나 캄보디아는 최근 들어 중국의 대대적인 투자에 힘입어 상당한 발전을 거듭해왔다. 중국은 캄보디아와 라오스 등 메콩 강 유역에 있는 국가들에게 적극적으로 경제지원을 해왔다. 최근에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계획 추진 차원에서 캄보디아 시아누크 항 경제특구 개발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또한 캄보디아에 대형 수력발전소 2기를 이미 지어줬고, 3기를 추가 건설 중이며, 도로와 철도 등 인프라 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반면 미국은 중국과 캄보디아와의 밀접한 관계를 끊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려면 캄보디아와의 관계 강화 등 아세안과의 협력 확대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월 15일과 16일 캘리포니아 주 랜초 미라지의 휴양지 서니랜즈에 훈 센 총리를 비롯해 아세안 10개 회원국 정상들을 초청해 경제를 비롯한 각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미국이 자국 땅에서 아세안 정상들과 회의를 한 것은 당시가 사상 처음이었다.

    경제협력 이어 안보까지

    이때 오바마 대통령은 아세안 정상들에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적극 환영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아세안 10개 회원국 가운데 TPP에는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브루나이 등 4개국만 참여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TPP에 캄보디아를 참여시켜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지난해 말부터 TPP 가입에 대한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당사국 간 해결 원칙을 내세운 중국 편에 서서 미국의 개입에 반대해왔다. 캄보디아는 기존 태도를 고수하면서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호르 남홍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캄보디아는 중국의 친구”라면서도 “캄보디아는 미국과도 가깝게 지내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일본 역시 중국을 견제하고자 캄보디아와의 관계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일본은 아시아개발은행(ADB)을 통해 앞으로 3년간 캄보디아의 사회·경제 개발에 8억8000만 달러(약 1조 원)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 계획은 일본과 캄보디아의 우호적 관계 증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이미 프놈펜과 베트남 호찌민을 잇는 횡단도로를 건설하는 데 22억 달러(약 2조2000억 원)를 지원하고 있다. 중국에서 철수해 캄보디아로 이전하는 일본 기업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러한 미·일의 공세에 맞서 중국은 캄보디아와의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월 24일과 25일 타이 만에서 중국 해군과 캄보디아 해군 함정들이 사상 처음 합동 해상훈련을 실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과 캄보디아는 최근 베이징에서 제3차 양국 협력위원회를 열어 경제와 안보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미·일과 중국이 캄보디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은 분명한 상황. ‘몸값’이 올라간 캄보디아의 경제적 실리 챙기기 행보도 한층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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