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구독경제 확산 - 전문가 시각

실패 없는 소비 경험 욕구, AI 기반 중독성 서비스로 흡수한다

한 번 이용하면 점점 정교해지는 인공지능 구독경제, 24시간 의사 상담과 단기 주거까지 등장

  • 박성연 크리베이트 대표

    ceo1@crevate.com

    입력2019-12-2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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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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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소비자들은 더는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다. 음반을 사는 대신 음원사이트에 접속해 음악을 듣고, DVD를 사는 대신 ‘넷플릭스’에 접속해 영화를 본다. 소유 없이 서비스 본질만 이용하는 구독경제가 일상이 됐다. 

    구독경제란 말 그대로 일정액을 내면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경제 모델을 일컫는다. 새로운 용어처럼 보이지만 예전부터 우리는 신문을 구독하고 우유를 구독했다. 그렇다면 지금 주목받고 있는 구독경제는 이전과 무엇이 다를까.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상품이나 서비스의 선택과 구매, 관리 과정에서 시간을 절약해주는 결합 서비스가 요즘 구독경제의 영역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어떤 만족을 위해 소유가 아닌 구독을 선택하는 것일까. 

    현대인은 회사생활, 가정생활, 자기 계발, 취미 활동 등으로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낸다. 쉴 틈이 없을 때도 많다. 그래서 시간은 돈보다 귀하다. 되도록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시간 절약형 소비를 추구하고 귀찮은 것, 복잡한 것,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을 기피하는 특징을 보인다. 

    이러한 소비자들을 위해 구독경제 서비스는 일상생활에서 반복적으로 필요한 소모품들을 저렴하게 배송해주는 것에서 시작됐다. 면도날, 생리대, 생수 등을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유와 신문 배달도 여기에 속한다. 다만 우유와 신문 배달이 판매 채널 가운데 하나였던 것과 달리 구독경제 서비스는 더 다양한 가치와 편의를 목표로 한다는 차이가 있다. 

    요즘 구독경제 서비스들은 단순 배송을 넘어 관리까지, 한 발 더 나아간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살균 세탁과 다림질을 마친 셔츠를 지정된 요일마다 배송해주는 ‘위클리셔츠’나 침구 교체 주기와 침대 사이즈 정보를 입력하면 정기적으로 세탁된 침구를 보내주는 침구 정기 세탁 서비스 ‘클린베딩’도 가치 창출 서비스에 해당한다.



    가치 창출과 경험 확장 더해주는 구독경제

    매달 나라 1개를 정하고 그 나라를 대표하는 과자를 박스에 담아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유니버셜 얌스’. [유니버셜 얌스]

    매달 나라 1개를 정하고 그 나라를 대표하는 과자를 박스에 담아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유니버셜 얌스’. [유니버셜 얌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소비자의 경험을 확장하는 도구로 활용되기도 한다. 소비자들도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경험하는 것을 개인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매일 쏟아지는 신제품과 정보 속에서 새로운 제품을 찾는 것 또한 취향과 안목, 전문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취향과 안목은 수많은 소비와 실패 속에서 쌓인 결과물이지만, 한정된 재화를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요즘 세대는 전문지식을 갖춘 MD(상품 기획자 또는 판매자)나 전문가의 안목을 빌려 실패 없는 소비 경험을 추구한다. 구독경제 서비스는 이러한 소비자 욕구를 끌어들이는 플랫폼이 됐다. 

    매달 나라 1개를 정하고 그 나라를 대표하는 과자를 박스에 담아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 ‘유니버셜 얌스’, 전 세계 구독자에게 매월 새로운 주제의 독립 잡지를 보내주는 영국의 ‘스택 매거진’, 매달 새로운 취미를 소개하고 체험할 수 있는 키트를 보내주는 ‘하비박스’ 등이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안하는 대표적 사례다. 

    구독경제 서비스의 상징인 넷플릭스의 무제한 이용 경험은 제품, 서비스, 콘텐츠 이용 경험을 바꿔놓았다. 대형서점 교보문고마저 e북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필자의 회사도 비즈니스에 영감을 주는 보고서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지식 콘텐츠를 구독경제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온라인에 접속해 다양한 게임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 같은 서비스는 콘텐츠 분야에서 특히 강세를 보인다. 

    콘텐츠 외에도 월 149달러를 내면 수시로 병원에 가 건강을 확인할 수 있는 병원계의 넷플릭스 ‘포워드’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의사와 24시간 상담이 가능하다. 심지어 집에서도 구독경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일본의 주거 구독경제 서비스 ‘ADDress’는 월 4만 엔을 지불하면 전국 각지에서 단기 거주를 할 수 있다. 일본의 빈집을 비롯한 유휴 주택을 리노베이션해 단기적으로 거주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빌려주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패션아일랜드 쇼핑몰 내 ‘포워드’ 지점(오른쪽)과  ‘스티치픽스’ 서비스. [스티치픽스, 포워드]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패션아일랜드 쇼핑몰 내 ‘포워드’ 지점(오른쪽)과 ‘스티치픽스’ 서비스. [스티치픽스, 포워드]

    기존 상거래 비즈니스가 신규 고객 창출 중심으로 서비스를 운영했다면, 구독경제에서는 기존 고객 유지가 최우선 과제다. 고객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고민하는 구독경제 서비스들은 편리와 재미를 넘어 구독자의 개인적인 성향을 고려한 맞춤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패션 리테일시장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패션 큐레이팅업체 ‘스티치픽스’는 맞춤 추천을 위해 인공지능(AI) 기술까지 활용했다. 인공지능이 고객 정보를 분석해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추천하고 배송까지 해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소비 중독성도 가세했다. 스티치픽스의 서비스를 이용할수록 추천도 정교해지기 때문에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고객의 피부를 세밀하게 검진한 후 맞춤 화장품을 제안하는 화장품 브랜드, 아이 월령에 따라 전문가가 그림책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개인화된 맞춤 추천은 고객의 이탈을 막고 서비스의 지속적인 이용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제한된 자원 안에서 원하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현대인은 소유가 아닌 구독을 선택했다. 소비자 관점에서 구독경제 서비스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발생하는 초기 비용이 저렴하고 서비스 중단도 쉽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낮다. 한 번 사고팔면 끝인 상거래의 룰에서 벗어나 관리 걱정 없이 본연의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다양한 분야 망라하는 서비스로 성장

    공급자 입장에서 구독경제는 제품이 판매되는 순간 일회성 거래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입 기간 지속적으로 수익이 생긴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가입자 기반으로 고객 만족과 이탈을 관리하면 수익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이처럼 구독경제는 소비자의 인식과 시장의 변화로 만들어진 비즈니스로,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앞으로 다양한 서비스 특성을 결합한 형태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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