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만보

진이, 지니 外

  • 입력2019-06-0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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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읽기 만보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진이, 지니
    정유정 지음/ 은행나무/ 388쪽/ 1만4000원 


    ‘종의 기원’ 이후 3년 만에 출간된 저자의 신작. 한국대 영장류연구센터 사육사 ‘진이’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영장류 보노보 ‘지니’의 몸속으로 영혼이 빨려 들어간다. 진짜 자신의 모습을 되찾는 데 주어진 시간은 단 사흘. 진이는 청년 백수 ‘민주’의 도움을 받으며 지난한 여정에 나선다. 인간 본성에 숨겨진 악(惡)의 정체를 끈질기게 쫓던 정유정이 이번에는 인간과 동물의 교감에 관한 판타지 소설을 들고 나왔다. 다정하고 유쾌하지만, 정유정 특유의 속도감과 흡인력은 여전하다. 그런데 왜 보노보일까. 보노보는 DNA가 인간과 98.7% 일치하는 영장류다. 일본 구마모토에서 보노보를 관찰하고, 세계 동물학자를 인터뷰했다고 한다.

    몸이 되살아나는 장 습관
    김남규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244쪽/ 1만5000원 


    ‘먹방’ ‘쿡방’ ‘단짠’의 시대, 장(臟)은 피곤하다. 장은 면역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장에 문제가 생기면 온갖 질병에 걸리기 쉬운 몸이 된다. 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인 저자는 25년간 1만 건 넘는 대장암수술을 한 대장암 분야의 권위자로, 치료 경험과 세계적 연구 결과를 집대성해 장 건강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조목조목 설명한다. 간헐적 단식을 할 때는 적절한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고, 변비로 고생한다면 아침식사를 꼭 챙겨 먹어야 한다. 장에 좋은 음식은 발효식품이지만, 요구르트는 당류가 많아 조심해야 한다. 막걸리나 와인은 대장암에 좋다고 알려졌는데, 음주는 역시나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칼과 책
    둥핑 지음/ 이준식 옮김/ 글항아리/ 332쪽/ 1만6000원 


    주자학을 창시한 ‘책벌레’ 주희와 달리 양명학을 창시한 왕양명은 문무겸전의 행정관료로 살았다. 젊은 날 황제의 총애를 받던 환관의 심기를 건드려 바지까지 깐 채로 곤장 40대를 맞고 용장의 말단 역참지기로 유배된다. 유배 길에서 자객이 그의 목숨을 노리자 절명시를 지어 자살한 것처럼 위장해 위기를 모면한다. 그는 양명동굴에서 주희와는 다른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 지방관으로서 소수민족을 돌보며 곳곳에서 창궐하는 도적떼를 토벌하고 1만 병력으로 10만의 반란군을 진압한다. 입덕(立德 · 인품), 입업(入業 ·  공적), 입언(立言 ·  학문)에서 불후의 인물이라는 뜻으로 ‘삼불후’로 불린 왕양명의 생애가 소설처럼 읽힌다.

    인류를 구한 12가지 약 이야기
    정승규 지음/ 반니/ 292쪽/ 1만6000원 


    전염병은 인간 기원의 역사와 함께한다. 구약성경의 ‘출애굽기’에는 기원전 1500년 무렵 이집트를 뒤집어놓은 역병이 등장한다. 파라오의 맏아들부터 짐승의 첫 새끼까지 모든 맏이가 죽었다. 1346년부터 7년여 동안 유럽에는 페스트가 창궐해 전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약 2500만 명이 사망했다. 원인을 알 수 없었기에 당시 페스트는 어마어마한 공포의 대상이었다. 결국 항생제가 인류를 전염병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했다. 현직 약사인 저자가 약에 대한 제대로 된 교양서적이 부재한 현실에 아쉬움을 느끼고 항생제, 진통제, 마취제 등 12가지 중요한 약이 탄생한 역사적 배경을 약학 비전공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풀어서 썼다.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
    짐 로저스 지음/ 오노 가즈모토 · 전경아 옮김/ 살림/ 248쪽/ 1만6000원 


    “5년 후 한반도는 아시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될 것이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자로 알려진 짐 로저스는 한반도의 미래를 낙관했다. 북한의 개방으로 풍부한 자원과 값싼 노동력이 한국으로 흘러 들어와 한반도 경제상황이 호전되리라는 것. 하노이 북 · 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이후 교착상태에 빠져 있지만 역사의 도도한 흐름까지 막을 수는 없다는 게 그의 예언이다. 한반도의 미래를 낙관하면서도 그는 수년 안에 사상 최악의 하락장이 지구촌을 덮칠 수 있다며 글로벌 경제한파가 한국에 미칠 충격에 미리 대비하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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