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86

2019.04.26

기업

성공한 개발사들 모여 히트 게임 제작 노하우 나눠

2019년 넥슨개발자콘퍼런스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9-04-26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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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슨개발자콘퍼런스에서 강의를 듣고 있는 참가자들. [뉴시스]

    넥슨개발자콘퍼런스에서 강의를 듣고 있는 참가자들. [뉴시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말은 게임산업에도 어울리는 문구다. 아이디어 전쟁터인 게임업계라지만 성공한 IP(지식재산권)의 문법을 모르면 성공하기 어렵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는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3’ 유즈맵(게이머가 만든 맵) ‘도타(DOTA)’가 원형이었다. 블리자드의 ‘오버워치’도 밸브 코퍼레이션의 하이퍼 FPS(1인칭 슈팅 게임) ‘팀 포트리스2’에서 많은 부분을 참고해 만든 게임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개발사들이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나눌 기회가 드물다. 이에 넥슨은 2007년 사내 개발자들의 노하우 공유 행사인 넥슨개발자콘퍼런스(Nexon Developer Conference·NDC)를 2011년부터 공개 콘퍼런스로 전환했다. 이후 국내 최대 게임지식 공유 콘퍼런스가 된 NDC가 올해 13회째를 맞았다. 

    경기 성남시 넥슨 판교사옥에서 4월 24일부터 사흘 동안 열린 NDC에선 106개의 강연이 진행됐다. 프로그래밍, 게임 기획, 비주얼아트&사운드, 프로덕션&운영, 사업 부문의 전문가들이 히트작 개발과 성공담을 들려줬다. 

    기조 강연은 김동건 데브캣 스튜디오 총괄프로듀서가 맡았다. 데브캣 스튜디오는 ‘마비노기’ ‘마비노기 영웅전’ 같은 대표작을 내놓은 업체다. 강의 주제는 ‘할머니가 들려주신 마비노기 개발 전설’. 넥슨이 15년째 서비스 중인 MMOPR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마비노기의 개발 과정에 대한 이야기였다. 김 총괄프로듀서는 “한국 게임이 더 유실되고 개발 노하우가 사라지기 전에 옛날이야기를 남기자는 차원에서 발표하게 됐다. 더 나은 게임이 나올 수 있는 토양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잘되는 집에서 배우자!

    최근 11년 만에 다시 PC방 점유율 10위권에 진입한 ‘카트라이더’도 비결을 공개했다. 최근 레이싱에서 상대방을 방해하는 ‘막자’가 성행했다. 개인 게임방송 크리에이터들이 방송 콘텐츠로 카트라이더를 진행할 때마다 짓궂은 시청자들이 대거 접속해 ‘막자’를 하기 시작한 것. 유행처럼 퍼진 ‘막자’에 신규 유저가 모이자, 운영사인 넥슨은 아예 ‘막자’ 모드를 정식 출시해버렸다. 이외에도 ‘리니지M’ ‘FIFA 온라인4’ 등을 유통하는 담당자들이 강연자로 나서 성공적인 게임 운영과 개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 NDC에는 캡콤, 슈퍼셀, 락피쉬게임즈, 그라인딩기어게임즈 등 글로벌 게임 개발·유통사의 담당자들도 강연자로 나섰다. 

    ‘몬스터 헌터’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등 인기 IP를 보유한 캡콤에서는 ‘레지던트 이블2’의 사운드를 중심으로 호러 장르 게임에서 리얼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노하우를 공개했다. 

    ‘클래시 오브 클랜’ ‘클래시 로얄’로 유명한 모바일게임 강자 슈퍼셀은 최신작 ‘브롤스타즈’까지 성공시킨 비결로 수평적 기업문화를 짚었다. 직원 중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다면 마음 맞는 사람끼리 팀을 구성해 게임 개발에 도전할 수 있다. 중간에 최고경영자(CEO)에게 보고할 필요도 없다. 핵심 콘텐츠를 만들기 전까지는 자유롭게 개발을 진행할 수 있다. 강연자로 나선 김우현 슈퍼셀 아트디렉터는 “한국 게임업계도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과거를 되짚어보며 해외 사례를 우리 정서에 맞게 도입한다면 긍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은 물론, 게임 운영 팁도

    ‘넥슨개발자콘퍼런스’가 열리는 경기 성남시 넥슨사옥 앞에서는 거리 공연도 펼쳐졌다. [뉴시스]

    ‘넥슨개발자콘퍼런스’가 열리는 경기 성남시 넥슨사옥 앞에서는 거리 공연도 펼쳐졌다. [뉴시스]

    개발만큼 중요한 것이 운영이다. 초기에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다 운영 실패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게임도 많기 때문. 

    넥슨 인텔리전스랩스의 성의경 매칭팀 팀장이 ‘어떻게 매칭시켜드릴까요? 매칭 시스템 만들기’를 주제로 유저들에게 최상의 재미를 줄 수 있는 매치메이킹 방법에 대해 발표했다. 결투형 온라인게임의 재미를 극대화화려면 실력이 비슷한 사람을 매칭해 겨루게 해야 한다. 하지만 다수끼리 맞붙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합리적 매칭은 온라인게임 회사들의 큰 고민으로 떠올랐다. 성 팀장은 인텔리전스랩스에서 개발 중인 효율적인 공용 매칭 서비스 ‘매치몹’을 소개했다. 넥슨의 오랜 게임 서비스를 통해 얻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든 매칭 시스템이다. 

    ‘배틀그라운드’ 개발사 크래프톤(옛 블루홀)의 데이터 개발팀은 딥러닝에 기반한 게임 데이터 분석의 장단점을 살펴보고 적용 사례를 공유했다. 

    모바일게임 인기 IP ‘쿠키런 : 오븐브레이크’를 서비스하는 데브시스터즈에서는 박주홍 그룹장과 장세진 연구원이 연단에 올랐다. ‘평생가치(Lifetime Value·LTV)를 통한 손해 보지 않는 마케팅’이라는 제목의 강연이었다. LTV는 게임 모객을 위한 비용을 계산하는 도구다. 강연은 이 LTV를 어떻게 산출해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또 온라인게임 관련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진행할 때 신규 유저와 복귀 유저의 차이에 대한 유의점도 소개됐다. 강연자인 김슬기 인텔리전스랩스 2파트장은 ‘던전앤파이터’와 ‘히트’를 통해 유저의 특성을 분석했다. 김 파트장은 “난이도 등 게임의 재미를 좌우하는 핵심 부분에는 최대한 손을 대지 않는 선에서 두 종류의 유저를 각각 다르게 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튜토리얼의 경우 신규 유저에게는 처음부터 차근차근 알려준다면, 복귀 유저에게는 바뀐 곳만 간단히 설명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게임 개발부터 운영까지 모든 과정에서 지식을 공유하는 장인 만큼 참석자도 다양했다. 업계 종사자는 물론이고 게임 개발자를 꿈꾸는 학생도 NDC를 찾아 강연을 들었다. 오상운 넥슨 NDC 사무국장은 “올해도 게임을 아끼는 많은 분이 각자의 고민과 경험을 나눌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주제로 강연을 준비했다”며 “많은 지식과 노하우가 널리 공유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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