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몰디브의 롤러코 스터… 친인도  →  친중국  →  친인도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 폐기 검토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18-12-03 11: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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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디브의 한 섬에 있는 리조트 모습. [BAROS MALDIVES]

    몰디브의 한 섬에 있는 리조트 모습. [BAROS MALDIVES]

    세계적 휴양지이자 신혼여행지로 인기 높은 몰디브에는 2개의 전혀 다른 세계가 있다. 국민이 거주하는 세계와 관광객의 세계다. 

    인도에서 남서쪽으로 700km가량 떨어진 몰디브는 인도양에서 남북으로 760km, 동서로 128km 해역에 흩어진 1190여 개의 작은 산호섬과 26개의 환초(環礁)로 이뤄진 나라다. 이 가운데 220여 개 섬에만 사람이 산다. 국토 넓이는 298㎢, 해안선은 644km나 되지만 인구는 44만여 명밖에 되지 않는다. 

    포르투갈과 영국의 지배를 거쳐 1965년 독립한 몰디브는 국민의 99%가 무슬림이다. 사우디아라비아만큼 엄격한 이슬람 국가라 국민이 사는 곳에서는 관광객이 성경책을 갖고 다닐 수 없다. 돼지고기와 술도 금지된다. 해변에서 함부로 수영복을 입어서도 안 된다. 

    반면 리조트에서는 관광객이 아무런 제약 없이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섬마다 리조트가 하나씩만 있어 완전한 격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풍광과 완벽한 사생활 보호로 매년 100만 명 넘는 관광객이 몰디브를 찾는다. 관광업이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몰디브는 중국과 인도가 치열하게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무대이기도 하다. 인도양의 전략적 요충지일 뿐 아니라, 중동·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연결하는 해상 교통로에 자리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동안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를 구축해 인도양의 안전 항로를 확보하고자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 서남아시아 국가의 항구개발 사업을 적극 추진해왔다. 특히 중국은 몰디브를 자국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상당히 공을 들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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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4년 9월 중국 최고지도자로는 42년 만에 몰디브를 방문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반면 몰디브는 애초부터 인도의 앞마당이나 마찬가지였다. 몰디브가 독립을 선언했을 때 이를 가장 먼저 승인한 국가도 인도였다. 인도는 오랜 기간 몰디브의 후견국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중국은 2012년까지 대사관조차 개설하지 못했다. 

    몰디브에서는 1978년부터 2008년까지 30년간 마우문 압둘 가윰 전 대통령이 사실상 ‘독재자’로 군림해왔다. 가윰 전 대통령이 1988년 쿠데타로 실각 위기에 처하자 당시 인도가 공수부대를 투입해 구원하기도 했다. 그러다 2008년 몰디브에서 최초로 실시된 민주적인 대선에서 모하메드 나시드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서 가윰 전 대통령의 장기 집권이 종식됐다. 친인도 노선을 추종해온 나시드 전 대통령은 가윰 전 대통령에 맞서 20년간 투쟁하며 16번이나 투옥된 민주 투사였다. 그런데 나시드 전 대통령은 2013년 대선에서 가윰 전 대통령의 이복동생인 압둘라 야민 전 대통령과 결선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패배했다. 

    정권을 잡은 야민 전 대통령은 자신의 통치력을 강화하고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 가윰 전 대통령과 나시드 전 대통령이 유지해온 친인도 노선을 친중국 노선으로 바꿨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중국 정부는 시 주석의 방문을 계기로 몰디브에 ‘일대일로’(一帶一路 ·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일환이라면서 차관을 제공하는 등 대규모 자금을 지원했다. 야민 전 대통령은 중국의 차관 등 지원금을 받아 국제공항 확장 공사, 섬과 섬을 잇는 다리 건설, 대규모 주택 공급 사업 등을 진행했다. 또 지난해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도 했다. 당시 의회는 1000쪽에 달하는 FTA 문서를 1시간도 채 검토하지 않고 비준했다. 몰디브가 FTA를 체결한 국가는 중국이 유일하다. 

    야민 전 대통령은 그와 더불어 올해 2월 나시드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막고자 국가비상 사태를 선포하는 등 야당을 탄압했다. 하지만 야민 전 대통령은 9월 대선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한 이브라힘 모하메드 솔리 후보에게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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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에서 세 번째)가 이브라힘 모하메드 솔리 몰디브 대통령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왼쪽). 2014년 몰디브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당시 압둘라 야민 대통령(오른쪽) 부부의 영접을 받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트위터, 중국 외교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에서 세 번째)가 이브라힘 모하메드 솔리 몰디브 대통령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왼쪽). 2014년 몰디브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당시 압둘라 야민 대통령(오른쪽) 부부의 영접을 받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트위터, 중국 외교부]

    솔리 대통령은 11월 17일 취임하자마자 야민 전 대통령의 친중국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새 정부는 무엇보다 중국과 맺은 FTA부터 무력화하기로 했다. 그 이유는 FTA가 몰디브 경제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1~8월 양국 교역 현황을 살펴보면 몰디브는 중국으로부터 3억4200만 달러(약 3866억 원)어치를 수입했지만 대중국 수출은 27만 달러(약 3억 원)밖에 되지 않았다. 솔리 대통령의 수석고문으로 임명된 나시드 전 대통령은 “중국과 FTA는 매우 편파적”이라며 “FTA가 이미 비준된 상태인 만큼 우선은 무관세 조치를 담은 법 집행을 막고 중·장기적으로 FTA 자체를 폐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솔리 대통령의 또 다른 최우선 과제는 엄청난 부채를 청산하는 것이다. 몰디브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관련해 중국에 15억 달러(약 1조7000억 원) 빚을 졌다. 부채 규모는 몰디브 GDP의 4분의 1에 달한다. 관광업 외에는 별다른 수입원이 없는 몰디브로선 감당키 어려운 액수다. 

    솔리 대통령은 “국고가 약탈당했다”며 “중국에 너무 많은 빚을 져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 폐기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말 그대로 탈중국 노선을 공식화한 것이다. 나시드 수석고문은 “중국과 맺은 섬들에 대한 50~100년 장기임대 계약도 재검토할 방침”이라면서 “지난 5년간 이와 관련한 계약들이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몰디브의 FTA는 쌍방의 평등하고 우호적인 협상을 통한 호혜적 조약”이라면서 “중국은 양국관계의 긍정적 상황을 유지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인도 정부는 표정 관리에 나서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외국 정상으로는 유일하게 솔리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며 향후 밀월관계를 구축하겠다는 뜻을 표했다. 

    몰디브의 정권교체는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때문에 빚더미에 앉은 데 따른 결과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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