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13

2015.11.16

달아서 싸구려다? 천만의 말씀!

다재다능한 모스카토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5-11-16 13:3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달아서 싸구려다? 천만의 말씀!

    모스카토로 만든 화이트 와인.

    “모스카토 다스티(Moscato d’Asti)요? 값싸고 달콤해서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이나 좋아하는 와인이죠.”

    모스카토 다스티를 하찮게 보는 듯한 말투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모스카토로 만든 다른 와인을 맛보면 “이것도 모스카토로 만든 와인이라고요? 모스카토 다스티를 만드는 그 포도 맞나요?”라며 깜짝 놀란다. 모스카토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포도 품종이다. 지금 와인용으로 쓰는 모든 포도의 조상이 모스카토라는 학설이 있을 정도다. 수천 년간 재배됐고 전 세계 거의 모든 와인 산지에서 자라다 보니 모스카토에는 변종도 많다. 백포도뿐 아니라 적포도도 있고 와인용이 있는가 하면 과일로 먹는 품종도 있다.

    수많은 변종이 있어도 모스카토 계열은 금방 구별이 가능하다. 특유의 모스카토 아로마(Moscato Aroma)를 공통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진한 포도향에 복숭아와 살구, 꽃향까지 어우러진 향기로움은 다른 포도에서 찾아보기 힘든 모스카토만의 개성이다. 모스카토는 스파클링 와인, 화이트 와인, 레드 와인, 강화 와인 등 다양한 와인을 만드는 다재다능한 품종이다. 모스카토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Piemonte) 주 아스티(Asti) 지방에서 만든 모스카토 다스티다.

    향긋하면서도 달콤하고 기포가 부드러운 모스카토 다스티는 만드는 방식이 독특하다. 섬세한 모스카토 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포도는 수확하자마자 신선도가 떨어지기 전 착즙한다. 기포를 얻고자 압력 탱크를 이용한다. 발효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와인 안에 가두기 위해서다. 단맛은 발효를 끝까지 진행하지 않고 알코올 도수가 5~6%에 이를 때 멈춰 와인 안에 잔당을 남겨서 얻는다.

    달아서 싸구려다? 천만의 말씀!

    모스카토로 만든 디저트 와인 ‘뮈스카 봄 드 베니스’(왼쪽)와 스파클링 와인 ‘모스카토 다스티’.

    모스카토 화이트 와인은 기포가 없고 달콤한 것이 대부분이다. 드물게 알코올 도수가 12% 넘는 것도 있는데 이런 와인은 상큼하고 단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해산물에 곁들이기 좋다. 모스카토 화이트 와인은 알코올 도수가 높을수록 잔당이 적어 단맛이 덜하지만 드라이한 모스카토를 원할 때는 레이블에 세코(Secco) 또는 드라이(Dry)라고 적혔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모스카토 강화 와인은 발효 과정에 알코올 도수가 높은 증류주를 부어서 만든다. 발효되지 않은 잔당 때문에 단맛이 강하고 알코올 도수도 15~18%로 높다. 오렌지 마멀레이드 같은 달콤한 과일향과 진한 꿀향이 매력적이어서 디저트용으로 인기가 높다. 6~8도로 차게 식혀서 과일 케이크나 약과, 군고구마와 즐기면 궁합이 잘 맞는다. 모스카토 강화 와인 중에는 프랑스 남부에서 생산하는 뮈스카 봄 드 베니스(Muscat Beaumes de Venise)와 그리스 사모스(Samos) 섬의 빈 두(Vin Doux)가 특히 유명하다.

    포도는 악기와 같다. 같은 악기라도 누가 무슨 곡을 연주하느냐에 따라 다른 음악이 탄생하는 것처럼 같은 포도도 어떻게 양조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와인이 만들어진다. 저렴하고 마시기 편한 와인을 만드는 포도라고 해서 그 품종 자체를 저급하게 보는 것은 피해야 한다. 와인을 폭넓게 즐기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쉽게 마시는 와인이든 음미하는 와인이든 그 용도가 다를 뿐 와인에 저급과 고급은 없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