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43

2018.06.20

체험기

배고픔에 익숙해진다면 업무 지장 없고 쉽게 할 수 있어

간헐적 단식 1일1식㉻

  • 입력2018-06-16 19: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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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뚱뚱한 몸으로 살 운명이었나 보다. 2년 전 ‘저탄수화물-고지방(LCHF)’ 다이어트로 닷새 만에 5kg을 감량했지만 요요현상이 기자를 한층 더 뚱뚱하게 만들었다. 결국 올해 초 체중계 바늘이 세 자릿수를 넘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큰맘 먹고 피트니스클럽 1년 회원권을 구매했다. 

    퇴근시간이 들쭉날쭉했지만 적어도 주 3회는 피트니스클럽을 찾아 한 시간씩 운동했다. 하지만 체중계 바늘이 가리키는 숫자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결국 퍼스널 트레이너로 일하는 지인을 찾아갔다. 지인은 기자가 피트니스클럽에서 운동한 시간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이렇게 운동하면 살이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

    똑똑하게 굶고, 즐겁게 먹자

    그는 하루 동안 먹은 것들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달라고 했다. 식단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마침 불타는 금요일, 실컷 먹은 음식 사진을 그에게 메신저로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전화가 왔다. 그는 “형, 이렇게 코끼리처럼 먹으면 아무리 운동해도 ‘돼지급’에서 탈출 못 해. 기껏해야 집돼지에서 근육질 멧돼지 정도로 바뀌는 거야. 식단을 바꿔야 해”라고 마음속 깊이 남는 간언을 했다. 

    하지만 다이어트식이라 부르는 단백질과 채소 위주의 식단은 너무 먹기 싫었다. 성장기를 지나면서 아침을 계속 걸러왔기에 하루에 두 번, 혀가 즐거운 시간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과거 LCHF 다이어트를 감행하며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하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 뼈저리게 느낀 터였다. 다이어트 식단을 피하고 식사량은 줄이는 방법은 단 하나. 굶는 것이었다. 5월 29일부터 6월 12일까지 14일간, 하루 한 끼만 먹는 식단을 유지해봤다. 이 기간 매일 식단과 몸무게 변화를 영상으로 찍어 ‘동아일보’ 페이스북과 유튜브 채널에 공개해왔다. 

    국제학술지 ‘셀리서치(Cell Research)’ 2017년 11월 호에는 성훈기 캐나다 토론토아동병원 교수 연구팀의 간헐적 단식에 대한 실험 결과가 게재됐다. 성 교수 연구팀은 간헐적 단식이 비만 등 대사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쥐 실험을 진행했다. 간헐적 단식 그룹과 일반 그룹으로 나눈 뒤 지방 함량이 높은 고열량 음식을 먹였다. 간헐적 단식 그룹은 이틀 먹고 하루 단식하는 일정을 16주간 지속했다. 그 결과 간헐적 단식 그룹 쥐들의 지방세포가 일반 그룹의 쥐들에 비해 작았고 몸무게도 가벼웠다. 또 일반 그룹의 쥐들은 지방간 증상이 나타난 반면, 간헐적 단식 그룹의 쥐들은 간도 건강했다. 굶는 것만으로도 체내 지방 축적량이 크게 달라진 것. 



    그렇다고 무턱대고 굶을 수는 없었다. 기준 없이 굶고 먹고를 반복하는 것은 단식이 아니라 다이어트의 가장 큰 적인 불규칙한 식사습관이 될 확률이 높았기 때문.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간헐적 단식이었다. 2013년 한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돼 크게 유행한 뒤 지금도 꽤 많은 사람이 이 방법을 시도하고 있었다. 16시간 이상 공복을 유지하기만 하면 일반식을 먹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저열량-고단백질 위주인 다이어트 식단을 유지하려면 돈이나 시간이 필요하다. 대부분 아침 일찍 일어나 식단에 맞게 도시락을 싼다. 최근에는 도시락 배달업체도 적잖게 생겼다. 하지만 일반식을 못 먹는다는 스트레스는 여전하다. 게다가 점심, 저녁 약속도 잡기 어려워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종이라면 업무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간헐적 단식은 이와 같은 문제로부터 자유롭다. 공복시간을 지키기만 하면 먹는 음식에 제한이 없다. 물론 간헐적 폭식이 되는 것을 막고자 열량에는 제한을 둬야 한다. 가장 잘 알려진 방법은 16시간 단식법과 24시간 단식법. 16시간 단식법은 아침이나 저녁을 먹지 않고 하루 2끼만 챙겨 먹는 방식이다. 성인이 된 이후 약 10년간 아침을 걸러온 기자는 이미 16시간 단식을 지켜온 것. 하지만 잦은 야식과 폭식이 기자를 비만인으로 만들었다.

    첫 주는 빠른 감량

    간헐적 단식 첫날 저녁식사의 일부. 스테이크, 샐러드 등 맛있는 음식이 많았다.

    간헐적 단식 첫날 저녁식사의 일부. 스테이크, 샐러드 등 맛있는 음식이 많았다.

    24시간 단식법은 아침과 점심을 거르고 저녁 6~8시에 한 끼를 먹는 방식이다. 보통 600~800kcal를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매일 이 같은 식단을 유지하는 것은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 생명 유지 활동에만 하루 1500~2000kcal가 소모되기 때문. 그래서 24시간 단식은 주 2회 정도만 하는 편이 좋다. 

    단식의 핵심이 영양 과잉 조절과 12시간 이상 공복 유지에 있으므로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이 가능했다. 이 중 직장인이 쉽게 지킬 수 있는 24시간 단식법의 변형으로 하루에 한 끼를 먹되 기초대사량 정도의 열량만 섭취하는 방식을 택했다. 처음에는 점심을 먹고 저녁을 굶었는데, 배고픔에 잠을 설쳐 저녁을 먹는 것으로 바꿨다. 본격적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하기 전 두어 번의 실험만으로 몸무게가 1.2kg 줄었다. 감량에 이르는 길이 순조로울 것이라는 착각이 들었다. 결과부터 말하면 비만인이 되는 것은 너무 쉬우나 감량은 어려웠다. 

    기초대사량을 계산한 결과 키 177cm에 몸무게 93.8kg인 기자의 기초대사량은 1743.6kcal. 이보다 적은 1600kcal를 열량 상한선으로 잡았다. 하루에 한 끼밖에 못 먹는다는 것이 가혹해 보일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다이어트를 하면서도 하루 한 끼는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1600kcal 상한선이 있어 실컷 못 먹을 것 같지만, 한 끼에 1600kcal를 먹어 치우기란 어렵다. 라면 한 봉지가 500kcal 내외다. 라면 2개에 밥 한 공기는 말아 먹어야 겨우 1600kcal에 근접한다. 

    첫날부터 고비가 왔다. 회식이 있었다. 다이어트 체험기 기획 전부터 잡힌 약속이라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 결국 회식자리에 앉았다. 파스타, 찹스테이크 등 다양한 메뉴가 혼을 빼놨다. 물론 열량 계산만 잘한다면 배불리 먹어도 별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회식의 꽃인 술은 한 잔도 먹을 수 없었다. 일단 맥주 500㎖ 한 잔에 약 140kcal. 소주는 한 잔에 60kcal가 넘는다. 안주 열량을 엄격히 제한하지 않는다면 음주는 꿈같은 이야기였다. 결국 선배들이 해외 맥주의 맛과 향을 즐길 때 기자는 탄산수 한 병을 시켜 기분만 냈다. 

    점심을 굶는 것은 첫 주에만 힘들었다. 당장 배가 고픈 건 물론이고,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앉아 일하면서 점심시간을 보내니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느낌이었다. 이 같은 상실감에 대처하고자 점심시간에 커피와 탄산수를 사서 마셨다. 공복에 카페인을 적당량 섭취하면 지방 분해가 촉진된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다이어트 체험 영상의 일부. 다이어트 기간 가장 많이 먹었던 국밥. 의외로 열량이 높지 않다. 저녁식사 직전에는 상당히 예민해 표정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다이어트 기간 중 회사 근처 맥줏집에서 첫 음주. 음주 후 허기로 다이어트에 큰 위기가 왔다(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페이스북과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다이어트 체험 영상의 일부. 다이어트 기간 가장 많이 먹었던 국밥. 의외로 열량이 높지 않다. 저녁식사 직전에는 상당히 예민해 표정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다이어트 기간 중 회사 근처 맥줏집에서 첫 음주. 음주 후 허기로 다이어트에 큰 위기가 왔다(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물론 시럽이나 크림이 들어간 커피는 피해야 한다. 원체 단것을 좋아하지 않아 항상 차가운 아메리카노만 마셨다. 어차피 물배 채우는 것이지만 맛이 느껴지는 음료가 들어가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다이어트 기간 공복을 버티게 해준 일등 공신은 탄산수였다. 일반 물을 마셔도 배고픔을 버틸 수 있지만, 탄산수의 탄산가스가 허기를 달래는 데 더 유용했다. 하루에 500㎖ 탄산수 서너 병을 비웠다. 탄산수 덕분인지 점심 이후 저녁식사 직전까지 배고픔을 참을 만했다. 하지만 저녁식사 시간이 늦어질수록 예민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자주 함께 식사하는 선배는 당시 기자의 모습을 “저녁식사 시간만 되면 굶주린 들짐승의 표정으로 식당으로 향했다”고 회상했다. 

    하루 한 끼만 먹으면 첫 끼니에 폭식을 할 것 같지만, 메뉴만 잘 고르면 폭식은 피할 수 있었다. 적은 양에 열량이 높은 단음식이나 튀김만 피하면 됐다. 다이어트 기간 가장 많이 먹은 메뉴는 국밥류였다. 탄수화물 70%에 단백질 20%, 지방 10%가량으로 지방 함량이 적었다. 파스타나 돈가스에 비해 열량이 500kcal 정도 낮은 편이었다. 게다가 반찬으로 김치 등이 제공되니 섬유질도 섭취할 수 있었다. 가장 좋은 점은 다른 메뉴에 비해 빨리 나온다는 것. 일단 국물음식이라 한 그릇을 비우면 한동안 음식 생각이 나지 않았다. 만두 몇 개를 더 시켜 먹어도 섭취한 열량은 1200~1300kcal였다. 

    여성 아이돌그룹이 몸매 유지를 위해 하루 1200kcal가량을 먹는다는데 섭취 열량이 비슷하니 살이 빠르게 빠졌다. 닷새 만에 몸무게가 90kg으로 내려왔다. 다음 한 주 동안 식단을 유지하면 몸무게 앞자리를 두 번 바꿀 수도 있겠다는 자만심에 빠졌다. 

    회식문화가 바뀌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술을 권하는 문화가 남아 있는 경우도 많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월 1회 코가 비뚤어지도록 술을 마시는 ‘폭음률’은 2015년 기준 19세 이상 성인의 36.8%에 달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술은 강권해도 안주는 강권하지 않는다는 점. 안주 열량을 최소화해 1600kcal를 맞춘다면 음주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이어트 기간 중 첫 금요일 저녁식사 열량을 최소화하고 술을 먹기 위해 맥줏집을 찾았다. 동행한 선배와 맥주 500㎖ 한 잔씩을 시키고, 열량이 비교적 낮은 마른오징어를 주문했다. 안주를 입을 댈 생각은 없었는데 막상 술을 마시니 계속 안주에 눈이 갔다. 다이어트 전에 잘 안 먹던 마른오징어가 괜히 맛있어 보였다. 배가 고파 그런가 싶어 다시 잔에 입을 댔다. 패착이었다. 괜히 허기가 지기 시작했다.

    역시 음주는 다이어트 최고의 적

    2016년 첫 건강검진 후 의사는 기자에게 술만 잠시 끊어도 몸무게가 확 줄 것이라고 했다. 역시 의사 말대로 웬만하면 다이어트 중에는 술을 피하는 편이 옳았다. 감량 중인 사람이 술을 피해야 하는 이유는 술 열량이 높아서만은 아니다. 술을 마시면 괜스레 배가 고프기 때문. 

    음주 후 허기를 설명하는 연구도 있다. 술을 마시면 간이 알코올 해독에 바빠, 일시적 저혈당 증상이 생긴다. 그래서 배가 차 있어도 허기가 지는 이상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 다이어트 중이라는 사실이 서러웠는지 집에 가는 내내 음식 생각이 났다. 집 앞 패스트푸드점을 지날 때 감자튀김 냄새를 맡고 이성을 잃을 뻔했다. 

    음주 후 허기는 다음 날까지 기자를 괴롭혔다. 원래 먹지도 않으면서 부모님이 아침식사를 드시는 모습을 보니 식탁에 너무 앉고 싶었다. 밖으로 피신해 주말을 보냈다. 평소 주말에 약속이 없으면 집 밖에 나서기를 귀찮아하는 ‘집돌이’지만, 유혹을 이길 자신이 없었다. 

    음주는 한 번으로 충분했으나 월요일에도 그 전에 잡아놓은 술 약속이 있어 다시 술집에 앉았다. 안주를 피하려고 잘 아는 싱글몰트 위스키 전문점에 자리를 잡았다. 위스키는 높은 알코올 도수만큼 열량도 높다. 100㎖당 284kcal. 거의 밥 한 공기 분량의 열량이다. 자리에 앉아 딱 한 잔만 마신 후 다시 탄산수만 홀짝댔다. 동행한 지인은 위스키 7잔을 연거푸 비웠다. 한 잔, 한 잔 비워갈 때마다 입맛만 다셨다. 나중에는 입가심으로 내어놓은 견과류에도 눈이 갔다. 지인은 “다이어트 중이라더니 독하게 잘 참는다”며 칭찬 아닌 칭찬을 늘어놓았다. 사실 다음 날 아침 체중계에 올라설 일만 없다면 당장이라도 위스키를 한 잔 더 주문한 뒤 견과류 한 봉지를 입에 털어 넣고 싶었다. 역시 허기는 다음 날까지 지속됐다. 이날은 저녁식사 시간까지 탄산수만 6병을 비웠다.

    운동 병행해야 건강한 단식 가능하다

    [shutterstock]

    [shutterstock]

    2주 차부터는 음주 때문인지 몸무게 감량 속도가 눈에 띄게 더뎠다. 오히려 저녁 식단에 따라 다시 몸무게가 느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중국음식이나 짜고 매운 자극적인 음식을 먹은 날은 500g가량 몸무게가 늘었다. 물론 다음 날 원상복귀됐지만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몸무게는 줄지 않으니 다이어트 의욕이 많이 떨어졌다. 

    몸무게 감량 속도가 크게 둔화된 이유는 운동 때문이었다. 첫 주는 그래도 주 2~3회 1시간 이상 고강도 운동을 했으나 두 번째 주는 바쁜 일이 몰려 단 한 번도 운동을 하지 못했다. 대체휴일로 쉬게 된 6월 8일 체중계에 오르기 전 피트니스클럽을 찾았다. 오랜만에 운동을 하고 오니 몸이 한층 가벼워진 것 같았다. 몸무게를 재보니 89.2kg. 드디어 마의 90kg대에서 내려왔다. 기쁨도 잠시, 운동을 빼먹었더니 단식 마지막 날인 6월 12일 아침 몸무게는 89.9kg으로 90kg에 근접했다. 

    간헐적 단식을 세계에 알린 마이클 모즐리에 따르면 간헐적 단식은 식사량을 현저히 줄이는 만큼 근손실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또 간헐적 단식이 몸에 확실한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적어도 한두 달 동안 식단을 유지해야 한다. 2주간의 체험으로는 간헐적 단식의 효과를 확실히 입증하기 어려운 것. 

    또 다수의 전문가는 간헐적 단식 전 의사와 상담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성장기 어린이나 청소년, 임산부, 당뇨 환자, 섭식장애 환자는 오히려 성장이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가 부족하다는 것도 이 다이어트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단식이 힘든 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거하게 점심을 먹지 않으니 식곤증이 사라졌다. 다이어트 체험 기간이 끝난 지금도 점심을 먹지 않거나, 먹더라도 빵 한 쪽으로 허기를 달래는 정도다. 덕분에 직장인과 학생들이 가장 졸려 한다는 오후 2~3시에도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식사량도 줄었다. 전에는 앉은 자리에서 짜장면 2인분에 군만두까지 혼자 해치웠지만 이제는 짜장면 1인분으로도 충분히 배가 찬다. 14일 동안 생각보다 몸무게는 많이 줄지 않았지만 감량 가능성은 엿볼 수 있었다. 당분간은 점심을 가볍게 먹는 식단을 유지해 최대한 살을 빼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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