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32

2018.04.04

특집 제약·바이오의 굴기

‘이뮨셀-엘씨’ 환자 혈액을 항암제 원료로

개인맞춤형 면역세포치료제, 항암제 패러다임 전환

  • 입력2018-04-03 11: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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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C녹십자셀이 자랑하는 우수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GMP) 시설에서 이뮨셀-엘씨를 생산하고 있다. 한 연구원이 세포를 배양하는 모습. [사진 제공·GC녹십자셀]

    GC녹십자셀이 자랑하는 우수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GMP) 시설에서 이뮨셀-엘씨를 생산하고 있다. 한 연구원이 세포를 배양하는 모습. [사진 제공·GC녹십자셀]

    암은 누구에게나 발병할 수 있다. 나이와 성별, 가족력과 관계없이 불시에 찾아온다.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면 치료제를 어렵지 않게 개발하겠건만 아직까지는 노화, 환경오염, 스트레스 등이 주원인으로 추정될 뿐이다. 여기에 고령화까지 덮쳐 암 환자 수는 급격히 늘고 있다. 

    통계청 사망원인통계를 살펴보면 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9월 발표된 2016년 암 사망자 수는 7만8194명으로 전년 7만6855명에 비해 증가했다. 2005년 암 사망자 수 6만5117명과 비교하면 18% 늘어난 수치다. 매년 암 환자 수도 늘고 있는데, 한 해 새로 발생한 암 환자 수를 살펴보면 2015년에만 남자 11만3335명, 여자 10만1366명으로 총 21만4701명이었다.

    혈액에서 면역세포 추출, 항암활성 극대화해 투여

    아직까지 획기적인 암 치료법은 개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의약품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분야가 항암제 시장이다. 그동안 전 세계 제약회사는 항암제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행착오를 거듭해왔다. 1세대 화학항암제는 암세포를 죽이긴 하지만 정상세포까지 무차별 공격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켰다. 2세대 표적항암제는 암세포에 발현하는 특정 물질을 겨냥해 공격했으나 오래 투여할 경우 내성이 생겨 효과가 떨어졌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한 치료제가 바로 3세대 면역항암제다. 이는 우리 몸이 가진 면역시스템을 강화해 면역세포가 암과 싸울 수 있게 하는 새로운 개념의 항암제다. 부작용이 적고 환자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환자 면역세포를 채혈해 제조하는 면역세포치료제인 GC녹십자셀 ‘이뮨셀-엘씨’가 최근 환자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뮨셀-엘씨는 환자 혈액에서 추출한 면역세포를 특수한 배양 과정을 거쳐 항암 활성이 극대화된 면역세포로 변신시킨다. 이후 다시 환자에게 투여하면 ‘슈퍼’ 면역세포가 온몸을 돌며 미세한 잔존암을 제거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기능을 한다. 이뮨셀-엘씨는 GC녹십자셀에서 자체 개발해 2007년 간암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한 이후 생산, 판매되고 있다. 



    다소 생소한 개념의 항암제지만 이뮨셀-엘씨는 이미 각종 임상시험을 거쳐 효과를 입증받았다. 먼저 GC녹십자셀은 2008년부터 4년간 간암 환자 230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3상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에 따른 논문을 2015년 5월 국제적 소화기학 학술지 ‘가스트로엔터롤로지(Gastroenterology)’에 발표해 주목받았다. 

    논문에는 이뮨셀-엘씨를 투여한 환자가 대조군 대비 재발 없이 생존한 기간이 각각 44개월, 30개월로 1.5배가량 차이가 났고 재발률도 37% 줄어들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더불어 전반적인 사망률을 약 80%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나 효과를 인정받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GC녹십자셀은 지난해 6월 ‘The Liver Week 2017(국제 간 연관 심포지엄)’에서 5년간의 간암 장기 추적관찰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해 생존율 증가 가능성을 재차 입증했다.
     
    간암 이외 다른 암의 치료 가능성에 대한 연구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GC녹십자셀은 2008년 뇌종양(교모세포종) 환자 180명을 대상으로 3상 임상시험을 시작해 2012년 완료했고, 그 결과를 지난해 3월 면역치료 분야 국제학술지 ‘이뮤노테라피(Immunotherapy)’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뇌종양 환자에게 사용하는 치료제는 경구 투여 항암제인 테모졸로마이드다. GC녹십자셀은 테모졸로마이드 투여와 방사선 치료만 했을 때, 여기에 이뮨셀-엘씨를 추가해 14번 병용 치료했을 때를 비교했다. 그 결과 이뮨셀-엘씨를 병용했을 때 무병 생존기간이 8.1개월이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5.4개월에 그쳤다. 중대한 부작용 발생에도 큰 차이가 없었고, 질병조절효과(Disease Control Rate)도 이뮨셀-엘씨 치료군이 82.4%로 대조군 63.4%보다 30% 높은 것으로 입증됐다.

    간암뿐 아니라 뇌종양, 췌장암 등도 치료 효과

    환자의 면역세포를 채혈해 제조하는 GC녹십자셀의 면역세포치료제 ‘이뮨셀-엘씨’. [사진 제공·GC녹십자셀]

    환자의 면역세포를 채혈해 제조하는 GC녹십자셀의 면역세포치료제 ‘이뮨셀-엘씨’. [사진 제공·GC녹십자셀]

    췌장암 치료 가능성도 입증 과정에 있다. 2009년 연세대세브란스병원에서 진행한 말기 췌장암 환자 대상의 연구자 주도 2상 임상시험에서 25%의 치료 반응률을 확인했다. 특히 췌장암의 1차 항암제인 젬시타빈(gemcitabin) 치료에 실패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중대한 부작용 없이 25% 치료 반응률을 보여 췌장암 2차 항암제로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 결과는 2014년 6월 면역학 관련 저널인 ‘암 면역학·면역치료(Cancer Immunology·Immunotherapy)’에 발표됐다. 이외에도 진행성 간암, 간암에 대한 간이식, 대장암, 신경모세포종 등을 대상으로 한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이뮨셀-엘씨의 효능 및 효과를 증명하고 있다. 

    GC녹십자셀은 주력 사업인 면역세포치료제 사업 외에도 이뮨셀-엘씨 제조 기술과 생산 노하우를 활용해 위탁생산(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CMO)을 하고 있다. 특히 임상시험용 세포치료제를 생산, 공급하고 있다. 또 위탁분석시험(Contract Analysis Service·CAS) 사업을 통해 세포치료제 생산 과정에서 시험 분석은 물론, 장기적인 품질관리까지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이외에 GC녹십자셀은 차세대 면역항암제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T세포) 개발을 통해 암 치료에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CAR-T는 킬러세포 일종인 T세포가 암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을 보완해 유전자 조작을 통해 빨리 찾을 수 있게 하는 원리를 적용한 차세대 면역세포치료제다. 유전자를 조작한 T세포를 환자 몸에 주입하면 유도탄처럼 암세포만 정확히 공격한다. 현재 CAR-T 면역세포치료제 후보물질 선별 단계에서 검증을 진행 중이며 올해 안으로 비임상시험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득주 GC녹십자셀 대표는 “올해에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지난해 중국, 미국에서 이끌어낸 협의를 더욱 가시화하는 것은 물론, 얼마 전 일본 세포치료제 연구 및 판매기업 ‘림포텍(Lymphotec)’을 인수한 만큼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GC녹십자셀은 세포치료제 시장의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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