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22

2018.01.17

커버스토리

자산별 투자전략 | 2018년 최고 투자처는 원자재

원유는 급등락 없을 듯…경기 민감주, 이머징 마켓 채권이 수익 낼 것

  • 입력2018-01-16 13:3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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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세계 많은 주식시장이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을 안겨줬다. 유럽이 약간 뒤처졌지만 나쁘지 않았다. 올해도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경제전망은 밝다. 하지만 수익을 편하게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가 적잖다. 왜 그럴까. 

    2017년 실적이 올해도 지속될 수 있느냐를 의문시하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지난해 주식과 채권으로 상당히 많은 수익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이 수익에 얼마만큼의 경제성장 또는 경제성장 가능성이 녹아 있었던 것일까.

    선진국 산업주와 재료주 주목

    기업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면 이는 주가에 반영된다. 2018년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업종과 기업을 찾아내 선별적인 투자를 할 때 훨씬 더 많은, 그리고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럼 세계 투자자들은 선진국 주식의 어떤 업종에 더 많은 수익 창출 기회가 있다고 생각할까. 

    첫 번째는 경기 민감 산업(cyclical industries)이다. 세계경제가 확장 국면에 있을 때 선진국의 경기 민감 산업, 예를 들어 산업주와 소재주가 혜택을 받는다. 두 번째는 인수합병 기회가 있는 주식들이다. 인수합병은 경기 호황의 끝자락에 많이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경우 헬스케어와 에너지, 미디어 업종이 이에 해당한다. 

    세 번째는 배당주다. 미국 대형주는 지속적으로 많이 배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양적완화 정책을 축소하면서 주식시장에 큰 변동성이 따를 것이라는 점에서 이는 수익 창출 기회가 된다. 변동성을 원하지 않는 투자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도 배당금을 많이 주는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일단 배당이 있기 때문에 주가 하락에 따른 수익률 저하를 상쇄할 수 있다. 지수펀드 대신 변동성을 적게 유지하는 액티브펀드에 투자하는 것 역시 한 방법이다. 



    주식 변동성이 싫다면 채권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미국 등 선진국이 기준이자율을 올리고 양적완화 정책을 마무리하면서 채권 이자율 역시 상승하고 채권 가격이 떨어지는 추세라 딱히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미국, 유럽 채권 중에서도 신용등급이 약간 낮은 고수익-고위험 하이일드 채권은 여전히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 이자율이 올라가고 있지만 아주 높지는 않아, 하이일드 채권이 디폴트(투자자에게 이자를 주지 못하는 상황)될 가능성 역시 낮다. 따라서 어떤 업종과 기업의 하이일드 채권을 고르느냐에 따라 수익률 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날 것이다.

    세계 각국 성장 예측치 상향 조정 중

    미국 뉴욕 월가의 증시 상승세를 상징하는 황소상. [동아DB]

    미국 뉴욕 월가의 증시 상승세를 상징하는 황소상. [동아DB]

    대다수 투자자가 올해 좋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투자처는 선진국 채권이 아니라 이머징 마켓 채권이다. 특히 달러가 아닌 자국 통화로 된 이머징 마켓 채권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더라도 선진국 채권보다 훨씬 더 좋은 수익률을 투자자에게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경제는 각국 중앙은행의 엄청난 경기 부양 정책이 뒷받침된 성장을 즐기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런 상황이 2018년이면 끝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압도적이다. 미국의 경우 기준이자율 인상뿐 아니라 보유자산 축소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 등 선진국의 이런 움직임은 이머징 마켓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수반한다. 

    그럼에도 많은 기관투자자는 2018년 세계 여러 지역의 성장 예측치를 상향 조정 중이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단기간으로는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세계 거시경제를 내다본다면 2018년에는 원자재가 최고 투자처가 될 수 있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미 많은 투자자가 여러 나라의 주식이 상당히 비싼 상태에 이르렀다고 느끼고 있다. 주식만이 아니다. 채권과 부동산도 비싸다. 이에 비해 원자재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이 자산들의 상대적 가격 차이가 좁아질 확률이 높다. 

    둘째, 2018년의 가장 큰 불확실성은 인플레이션이다. 대다수 선진국이 목표로 하는 2%대로 올라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원자재 가격은 이를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 현시점에서 볼 때 상당히 가능성이 높다. 

    셋째, 미국 달러의 영향이다. 2017년 투자자는 대부분 미국이 이자율 상승 시기에 들어섰고 달러가 강세를 띨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달러 강세는 2017년 전반기까지 유지됐다. 하지만 달러는 많은 투자자의 예상과 달리 하반기 약세로 전환됐다. ‘그래프1’을 보자. 2017년 1월 1일부터 12월 29일까지 미국 달러지수 변화를 보여주는 그래프다. 미국 달러지수는 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프랑의 통화 대비 달러 가격에 가중치를 두고 계산한 것이다. 즉 미국 달러의 전반적 가치를 보여준다. 

    달러 강세는 원자재에는 부정적 요소다. 달러는 원자재 가격을 정하는 데 쓰는 통화다. 따라서 달러가 다른 통화에 비해 가치를 잃는다면 원자재 가격은 더 많은 달러를 요구하게 된다. 

    한 국가의 이자율이 높아지면 환율도 올라가야 한다. 이자율이 상승한 이유가 인플레이션이 아닌 이상 말이다. 실제로 미국은 2017년 기준이자율을 3번 인상했고, 2017년 하반기 미국 5년 국채의 이자율은 0.6%(60bp) 이상 올라갔다(그래프2 참조). 반면 달러 가치는 떨어졌다. 이자율과 환율의 관계가 완전히 파괴된 것이다. 

    현 상태를 보는 세계 투자자의 의견은 두 가지로 갈린다. 한 부류는 이자율을 올리고 자산을 파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의 긴축정책이 경기 사이클에 완전히 들어가 있다 보고 이제 더는 미국 달러 자산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시각이다. 이들은 미국 경기가 좋아지기 시작하면서 연준이 긴축정책을 암시한 2014년 이후 미국 달러가 유로, 일본 엔 등 다른 통화에 비해 너무 비싸졌기 때문에 2018년 ‘약 달러’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 다른 한 부류는 그렇다 해도 환율과 이자율의 관계를 이런 식으로 각각 떼어놓고 볼 수는 없다는 의견이다. 따라서 조만간 미국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고 2018년 내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트럼프 정부의 세금 개혁 역시 달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제성장만 가지고 온다면 강달러에 도움이 되겠지만, 갑작스럽게 높은 인플레이션을 만들고 연준의 이자율 인상 속도를 부추긴다면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세계 많은 투자자가 이제 더는 강달러를 무조건 믿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약달러 추세가 지속된다면 원자재 가격이 높아질 것이다. 

    거시경제 관점에서 본다면 2018년 원자재시장은 투자자들을 기쁘게 해줄 것 같다. 하지만 원자재마다 미시적 관점에서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먼저 원유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원유 가격 급등 없을 것

    미국 오클라호마주 가필드카운티의 SK플리머스 셰일가스 광구 ‘K-2-8WH’ 모습. [동아DB]

    미국 오클라호마주 가필드카운티의 SK플리머스 셰일가스 광구 ‘K-2-8WH’ 모습. [동아DB]

    2017년 원유 가격을 보면 하반기 들어 꾸준히 상승해 배럴당 60달러까지 갔다(그래프3 참조). 이는 2017년 초와 비교해 10% 이상 오른 가격이다. 게다가 2018년 초 원유 가격은 70달러를 바라보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세계경제 성장과 함께 원유 가격도 2018년 상승세를 이어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많은 투자자는 2018년 원유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겠지만 그리 많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거시경제의 영향은 원유 수요를 늘릴 것이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소속이 아닌 국가의 공급량 역시 늘어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원유 재고가 2017년 들어 현저히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현 가격이라면 미국이 더 많은 셰일가스를 생산할 인센티브가 충분하다. 사실 미국이 셰일가스를 생산하기 시작한 이후 손해 보지 않을 가격(break-even price)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없다. 다만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저유가를 겪으면서 여러 추정치를 통해 분석한 결과 배럴당 약 50달러면 충분히 생산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회사에 따라서는 배럴당 40달러에도 가능하지만 50달러 정도는 돼야 지속적으로 생산을 늘릴 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세계 투자자는 대부분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량이 2018년 정점에 다다를 것이라고 예상한다.
     
    2014년 11월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OPEC의 전략은 그 후 2년 넘게 원유 가격 하락을 가져왔다. 원래는 원유 가격을 낮춰 생산비가 비싼 미국 셰일가스 등을 시장에서 몰아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전략이 먹혀들지 않았다. 이유는 원유 선물시장에 있었다. 원유 선물 가격은 미래에 원유를 팔 가격에 대한 약속을 의미한다. 원유 현물 가격이 낮더라도 미래의 원유 선물 가격이 높다면 일단 많이 생산해 저장해놓으면 된다. 이런 상황, 즉 원유 현물 가격보다 선물 가격이 높은 것을 콘탱고(Contango)라 한다. 따라서 미국 셰일가스 생산자들은 낮은 현물 가격에도 계속 생산을 해왔다. 그리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서 이제는 원유 현물 가격이 선물 가격보다 비싼 백워데이션(backwardation) 상태가 됐다. 2014년 OPEC 전략이 국제원유시장에 미친 딱 하나의 영향은 기존 콘탱고 상태를 백워데이션으로 바꿔놓은 것밖에 없다는 평가다. 심지어 백워데이션 역시 미국 셰일가스 생산을 늦출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 

    2017년 1월 시작된 OPEC의 생산량 감축은 원유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OPEC 회원국과 비OPEC 국가는 2017년 10월 다시 모여 2018년 말까지 생산량 조절 협조를 다짐했다.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훨씬 복잡해 그 다짐이 지속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2017년 후반기 OPEC이 생산량을 대폭 줄인 데는 딱 한 국가의 큰 공헌이 있었다. 바로 이라크다. 2017년 10월 이라크는 엄청난 감산을 했다. 여러 국가가 약속을 잘 지켜 이룬 결과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2017년 10월 협조 내용을 자세히 봐도 원유 생산량 감소를 제대로 지킬 수 없는 여지가 무척이나 많다. 당시 러시아는 2018년 말까지 감산하기로 한 것을 2018년 6월 다시 모여 결정하자고 주장했다고 한다. 

    물론 중동지역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자의 난, 이라크 쿠르드족 독립 등 지정학적 위험이 존재한다. 그리고 세계 투자자는 이를 인지하고 있지만, 결국 앞서 언급한 기본적인 요소들에 의해 원유 가격이 결정될 것이라고 본다. 이런 지정학적 위험이 전쟁 등 더 큰 사건으로 확대될 경우 원유 가격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다만 이 역시 2018년 내내 지속되기는 어렵다. 

    결론적으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리포트를 통해 예상한 내용으로 봤을 때 2018년 원유의 수요와 공급은 비교적 균형을 유지할 전망이다. 그리고 이것이 원유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것을 막는 구실을 할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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