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21

2018.01.10

단막극 데뷔 기회는 물론이고 멘토링까지

CJ E&M ‘오펜’ 통해 신인 작가 지원

문화

  • 입력2018-01-09 13:2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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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드라마 스테이지 : 마지막 식사를 만드는 여자’ 대본을 집필한 박주연 작가. [사진 제공 · CJ E&M]

    tvN ‘드라마 스테이지 : 마지막 식사를 만드는 여자’ 대본을 집필한 박주연 작가. [사진 제공 · CJ E&M]

    방송가에서 사라져가던 단막극이 케이블TV방송 tvN에서 부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tvN에서 10편의 단막극 시리즈 ‘드라마 스테이지’를 방영하고 있는 것. 이들 단막극 모두 CJ E&M의 신인 작가 지원 사업 ‘오펜(O’PEN)’의 1기 작가들이 집필한 대본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아르곤’ ‘치즈인더트랩’의 이윤정 PD를 비롯해 tvN과 OCN 드라마로 잔뼈가 굵은 PD들이 연출을 맡아 신인 작가들의 성공적 데뷔를 도왔다. 현재 ‘드라마 스테이지’는 실험적 시도와 참신한 구성으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순항 중이다. 

    CJ E&M은 신인 작가를 대거 데뷔시키는 것 외에도 이들이 업계에 안착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돕고 있다.

    데뷔부터 업계 안착까지

    오펜(O’PEN)은 CJ E&M과 CJ문화재단이 2020년까지 약 130억 원을 투자해 신인 작가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작가(Pen)를 꿈꾸는 이들에게 열려 있는(Open) 창작 공간과 기회(Opportunity)를 제공한다는 의미다. 오펜은 신인 드라마·영화작가를 모집해 △대본·시나리오 기획 개발 △영상 제작 △편성 및 비즈매칭(제작자 연결) 등 전 과정에 걸쳐 창작자 육성 및 데뷔 지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서울 마포구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에 신인 작가들의 꿈을 지원할 창작 산실 ‘오펜 센터’를 개관했다. 

    오펜 1기는 ‘드라마 스테이지’를 통해 데뷔하는 작가 10명을 포함해 드라마작가 20명, 영화작가 1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지난해 1월 3700여 명이 지원한 공모전을 통해 선발됐다. 드라마작가는 CJ E&M과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 영화작가는 CJ E&M과 CJ문화재단이 각각 프로그램을 맡아 지원한다. 

    문화콘텐츠 사업에 주력하는 CJ의 인적·물적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오펜의 가장 큰 장점이다. 실제로 CJ는 신인 작가들에게 개인 집필실과 창작지원금을 제공할 뿐 아니라 기성 작가의 강의도 개설했다. 지난해 4월부터 매주 한두 번씩 ‘시카고 타자기’의 진수완 작가,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 등이 강사로 나서 장르에 대한 이해, 소재 발굴 등 드라마 기획과 관련된 다양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유명 PD나 작가들도 멘토로 나서 캐릭터 구축 및 스토리 구성에 대해 조언하며 집필을 도왔다. 교도소, 병원, 한국거래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우주센터 등 개별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현장 방문 취재도 추진해 현실감 있는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도록 지원했다. 저작권 및 표준계약서 작성 관련 특강을 통해 대부분 프리랜서로 활동하게 되는 작가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권익 보호를 위한 지원 등도 아끼지 않았다. 

    오펜의 지원을 받으며 완성된 작품의 저작권은 작가 개인이 갖는다. 이는 오펜이 작품 공모가 아닌, 유망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CJ 측은 “문화콘텐츠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스토리의 원천인 실력 있는 작가들이 꾸준히 배출돼야 하며, 이를 위해 신인 작가를 지원함으로써 건전한 콘텐츠 제작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 CJ가 오펜 사업을 시작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력 있는 작가를 양성해 드라마·영화업계와 공유하겠다는 취지에 맞게 오펜은 작가들을 다른 방송사나 영화제작·배급사에 소개하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김지일 센터장은 “처음 공모전 심사 당시부터 지상파방송 PD, 메이저 제작사 기획PD 등을 심사위원으로 참여케 했다. 이 작가가 괜찮다 싶으면 나중에라도 작업을 함께 해보라는 의도였다”고 말했다. CJ 측은 “오펜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으나 작품을 보고 연락해온 다른 제작사나 감독과 계약을 맺고 준비 중인 작가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오펜 센터에서 기성 작가와 PD들의 멘토링을 진행하고 카페테리아를 24시간 운영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오펜은 2월 무렵 공모를 시작해 4~5월 2기 작가를 선정, 발표할 예정이다. CJ 측은 “2기 작가 선발 후에도 1기 작가들에 대한 지원은 지속되며, 2기 작가들이 입주하기 전까지 개인 집필실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특강 참석 등 오펜 센터도 언제든 활용 가능하다”고 전했다. 

    김 센터장은 “더 많은 작가가 오펜에 오고 싶어 하고, 오펜 출신 작가들이 현업에서 얼마나 많이 활동하느냐가 오펜의 장기적인 성공을 가늠할 척도가 될 것이다. 자유로운 형식과 실험적인 작품을 위해 신인 작가들을 꾸준히 길러낼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신인 작가들과는 출발선이 다르다"
    - '오펜'1기 박주연 작가 -

    서울 마포구 상암동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 내 오펜 센터. [사진 제공 · CJ E&M ]

    서울 마포구 상암동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 내 오펜 센터. [사진 제공 · CJ E&M ]

    오펜(O’PEN)의 지원을 받는 드라마작가들은 이 프로그램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을까. 제목대로 ‘드라마 스테이지’의 마지막 10회를 장식할 ‘마지막 식사를 만드는 여자’의 박주연 작가를 만나 작품과 오펜에 관해 들었다. 

    어떻게 ‘마지막 식사를 만드는 여자’를 쓰게 됐나. 구상한 건 꽤 오래전이다. 미국 사형수들의 마지막 식사 모습이 담긴 사진을 전시한 ‘No Seconds’전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 영감을 얻어 작업을 시작했다. 처음엔 단편소설로 썼는데 마침 공모전이 있어 극본으로 각색하게 됐다. 서로 다른 장르지만 대학 시절 영상과 극본 등을 공부한 적이 있어 잘 끝마칠 수 있었다. 2월 3일 방영될 예정이고, 배우 조여정 씨와 하준 씨가 주연을 맡았다. 

    작품은 어떤 내용인가. 망상장애로 자신이 사형수인지 잊어버리고 사는 남자 사형수와 사형수들의 마지막 식사를 만드는 여자 공무원의 이야기다. 

    작가 외에 본업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오펜 공모전에 참가한 계기가 있다면. 원래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교편을 잡게 됐다, 교직 3년 차에 접어들자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방학 때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해 공모전을 통과했다. 

    오펜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신인 작가들에 비해 나은 환경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공모전에 이제 막 당선된 친구를 보면, 당장 자신의 작품이 영상화될 수 있을지부터 걱정한다. 다행히도 ‘드라마 스테이지’는 제작사나 편성이 어느 정도 정해진 상태라 훨씬 수월하게 데뷔할 수 있다. 

    앞으로 계획은. 현재 단막극 작업은 마무리 단계이고, 미니시리즈 기획안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드라마와 차별화되면서도 작품성을 잃지 않은 재미있는 드라마를 써야 해 부담이 크다. 그래도 기획안을 만들며 현직 PD들에게 직접 의견을 묻고 배울 수 있다는 것이 큰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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