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15

2017.11.29

특집 | 어른들의 별별 놀이터

‘You make me bounce’

어린 시절 추억의 놀이문화 트램펄린이 익스트림 스포츠로

  • 입력2017-11-28 16:4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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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운스 트램폴린 파크’ 죽전점. [지호영 기자]

    ‘바운스 트램폴린 파크’ 죽전점. [지호영 기자]

    20, 30대는 대부분 트램펄린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다. 어린 시절 ‘방방’ ‘퐁퐁’ 등 지역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던 트램펄린장에서 뛰어놀던 경험이 있기 때문. 500원가량 이용요금을 내고 하나의 큰 트램펄린에서 여러 명이 뛰어노는 시설이었다. 별다른 장치 없이 높이 뛰는 것이 전부지만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4월 경기 용인시에 문을 연 ‘바운스 트램폴린 파크’(바운스파크) 죽전점은 성인 대상의 트램펄린장이다. 이곳은 다양한 트램펄린과 부대시설을 갖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길 수 있다. 

    트램펄린장은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11월 21일 바운스파크 죽전점을 찾았을 때도 어른이 선뜻 트램펄린에 발을 올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도착해 건물을 보자마자 이런 기우는 사라졌다. 외관부터 어린이 놀이터라는 느낌보다 잘 꾸며놓은 체육활동시설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트램펄린장의 건물 디자인은 지난해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가운데 하나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에서 브랜드 디자인 아이덴티티(Brand Design Identity)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내부시설도 기능이 다른 시설마다 색과 모양을 달리해 보는 재미가 있었다. 

    트램펄린장 입구에는 소지품을 보관할 수 있는 로커와 카운터, 간단한 식음료를 파는 카페가 있었다. 이용요금은 성인은 1세션(50분 이용, 10분 휴식)에 1만5000원, 유아는 1만1000원이다. 2세션 이용 시에는 각각 2만5500원, 1만8700원. 최근에는 판교 등 인근 기업의 이색 워크숍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트램펄린장 입구의 TV 화면에는 이곳에서 최근 워크숍을 연 스타트업 직원들의 영상이 나왔다. 다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어른도 발 들이고 싶게 생긴 트램펄린장

    바운스 트램폴린 파크 내부. 각각 기능이 다른 트램펄린이 여기저기 설치돼 있다(왼쪽). 트램펄린의 탄성을 이용해 벽을 타는 모습. 입구에서 멀수록 벽이 높아진다.[지호영 기자]

    바운스 트램폴린 파크 내부. 각각 기능이 다른 트램펄린이 여기저기 설치돼 있다(왼쪽). 트램펄린의 탄성을 이용해 벽을 타는 모습. 입구에서 멀수록 벽이 높아진다.[지호영 기자]

    처음에는 입구 오른쪽 30여 개의 트램펄린이 설치된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가로세로 1.2m남짓의 트램펄린에 발을 올리자 자연스레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어른이 돼도 하늘로 치솟는 느낌은 여전히 좋았다. 이곳은 단순히 트램펄린에서 뛰는 곳이 아니었다. 트램펄린 사이사이 폭신폭신한 재질의 허들이 놓여 있었다. 일종의 장애물 달리기도 가능한 시설인 것. 하지만 어린 시절처럼 마냥 트램펄린에서 뛰는 것도 즐거웠다. 벽면에도 45도 각도로 트램펄린이 설치돼 온몸으로 트램펄린의 탄성을 즐길 수 있었다. 

    입구 왼쪽에는 ‘더 월’이라는 트램펄린이 있었다. 처음 올라갔던 트램펄린과는 색과 크기는 물론, 탄성도 달랐다. 살짝만 힘을 줘 발을 굴러도 1m는 훌쩍 뛰어오를 정도였다. 이곳은 트램펄린을 이용한 벽타기 시설이었다. 트램펄린 위에서 힘껏 발을 굴러 점프한 뒤 등으로 트램펄린에 떨어지고 그 탄성을 이용해 트램펄린 앞에 있는 벽을 걸어 올라가는 묘기를 연습할 수 있다. 직원의 시범을 보니 의외로 쉬운 듯했다. 하지만 막상 도전해보니 공중에서 등으로 떨어질 용기를 내는 것이 어려웠다. 직원은 “처음에는 무섭지만 몇 번 타다 보면 쉽게 (벽타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로 앞에는 기존 트램펄린과는 다르게 생긴, 훨씬 성긴 딱딱한 그물로 만든 트램펄린이 있었다. 그물 색도 주황색이었다. 바운스파크 측 설명에 따르면 이 트램펄린은 올림픽 체조 중 트램펄린 종목에 사용되는 것이었다. 이곳 관계자는 “다른 트램펄린에 비해 탄성이 엄청 강한 편이다. 잘하는 사람은 천장에 손이 닿을 정도로 높게 뛴다”고 말했다. 직접 올라가 발을 굴러보니 비명이 나올 정도였다. 살짝 발을 굴렀을 뿐인데 2m 가까이 몸이 공중으로 떴다. 공중에서 내려올 때는 낙하형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슬램덩크 존’. 어린이용 낮은 골대도 옆에 마련돼 있다(왼쪽). 올림픽 체조 종목에 사용되는 트램펄린. 모양과 성능이 일반 트램펄린과 다르다.  [지호영 기자]

    ‘슬램덩크 존’. 어린이용 낮은 골대도 옆에 마련돼 있다(왼쪽). 올림픽 체조 종목에 사용되는 트램펄린. 모양과 성능이 일반 트램펄린과 다르다. [지호영 기자]

    재미도 재미지만 다이어트 효과도

    단체손님을 위한 파티룸.

    단체손님을 위한 파티룸.

     위에서 바운스파크 전체를 내려다보니 특이한 시설이 눈에 띄었다. 트램펄린과 농구대가 함께 설치된 곳이었다. 이곳 이름은 ‘슬램덩크 존’.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덩크슛을 트램펄린의 힘을 빌려 해볼 수 있는 곳이다. 점프만 되면 언제든 덩크슛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뛰어보니 적당한 높이로 뛰는 것이 쉽지 않았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덩크슛에 성공했다. 바운스파크 한 직원은 “성인 남성 손님은 꼭 한 번씩 (덩크슛을) 시도해본다”고 귀띔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워크숍 영상에 나왔던 시설이 보였다. 한 곳은 트램펄린에서 뛰며 피구를 즐기는 ‘닷지볼 존’이었고, 다른 한 곳은 트램펄린이 10m가량 트랙처럼 길게 뻗어 있는 시설이었다. 이 트램펄린 위를 달리다 앞에 설치된 에어백으로 몸을 날리는 것이다. 트랙은 두 개로, 이곳에서 누가 더 멀리 몸을 날리는지 경쟁하는 방식이다. 트램펄린 시설별로 한두 번 뛰었을 뿐인데 금방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다. 땀은 흐르다 못해 턱을 타고 흐를 지경이었다. 이은빈 바운스파크 과장은 “어린이 전유물이라는 시선과 달리 트램펄린은 전신운동기구다. 성인은 20분 이상 계속 뛰는 분이 거의 없을 정도로 운동 강도가 세다”고 설명했다. 

    임태일 바운스파크 죽전점 센터장은 “당초 어른을 위한 새로운 체육 놀이공간을 만들고 싶어 바운스파크를 기획했다. 하지만 트램펄린은 아이들 전유물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유·소아 자녀를 데리고 오는 손님이 대부분이다. 결국 유아 이용요금을 신설하고 어린이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직은 어린이 손님이 어른 손님에 비해 훨씬 많다. 현재 죽전점과 대구 신세계백화점 내 지점은 어른 입장이 가능하고 서울 반포, 잠실 지점은 어린이만 입장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 워크숍 등을 통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타 주말에는 죽전점을 찾는 성인 손님의 비중이 늘고 있다. 처음에는 아이와 함께 온 부모도 나중에는 혼자 이곳을 찾기도 한다. 12월 15일 개장 예정인 서울 구로점도 최종 목표는 어른을 위한 놀이터”라고 밝혔다. 

    워크숍 등 단체 손님을 위해 2층에는 식당과 파티룸이 구비돼 있다. 식사와 2시간 이용요금을 합쳐 도시락의 경우 인당 4만 원 선, 뷔페식 식사는 인당 5만 원 선이다. 주류도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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