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12

2017.11.08

마감유감

아돌포 수아레스

  • 입력2017-11-07 14:5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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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화두는 ‘협치’였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산적한 현안을 야당 협조 없이는 풀 수 없는 정치적 문제이기도 했고, 박근혜 정부의 독주에 신물이 난 국민의 요구이기도 했다. 

    하지만 80%대 국정운영 지지율에 고무된 것일까. 협치는 어느새 쑥 들어가고 여야 갈등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사이 ‘적폐청산’을 지렛대 삼아 ‘보수 절멸’ 얘기까지 나오고, 이에 반발한 보수 쪽에선 노무현 정부 시절 얘기를 들추겠다고 하는 걸 보면 협치는 물 건너간 듯하다. 

    이런 모습에 국민의 피로감 역시 점점 커져만 간다. 아돌포 수아레스. 이름조차 생소한 그는 1976~81년 스페인 총리를 지냈다. 이번 호 ‘책읽기 만보’(75쪽 참조)에도 잠깐 소개했지만, 그는 75년 독재자 프랑코 장군이 사망한 후 어수선한 상황에서 국정을 맡았다. 그는 우익 프랑코 정권에서 국영방송 사장을 지낸 고위관료 출신. 우리 상식으로 생각하면 그가 프랑코 체제를 유지하는 데 힘을 기울였을 것 같지만 그 반대였다. 기득권 세력의 압박과 사회당, 공산당 등 좌파의 급진적 변화 요구 속에서 수아레스는 두 진영을 훌륭하게 중재했다. 그는 공산당을 합법화하고 그 지도자를 협상 테이블에 앉혔다. 

    그 결과 공산당이 입헌군주제를 받아들이게 하는 데 성공해 기득권층의 우려를 누그러뜨렸다. 또 프랑코 정권이 임명한 의회(코르테스)의 자진 해산을 설득해 정치개혁법을 통과시켰다. 이렇게 해서 공산당도 참여한 자유선거에서 새로운 의회를 구성해 스페인 민주주의의 기틀을 닦았다. 석유 파동 여파로 위기에 빠진 스페인 경제의 안정을 위해 모든 정당, 노조 대표와 비공식회담을 열었고 마침내 ‘몽클로아 협약’의 합의를 도출해 상·하원에서 만장일치에 가깝게 통과됐다. 

    수아레스가 설득과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밀어붙였다면 군부 쿠데타나 급진 좌파의 도전에 스페인은 끝을 알 수 없는 혼돈에 빠졌을 것이다. 문 대통령과 여야에 제안한다. 제발 좀 배워서 써먹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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