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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와 코끼리 ‘맞짱’ 뜨나

중국과 인도, 히말라야와 인도양에서 영토 문제로 정면 대결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17-08-07 15: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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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말라야 산맥의 시킴 주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들이 즐비한 곳이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8586m의 칸첸중가를 비롯해 7000m 이상 되는 산들이 죽 늘어서 있다. 이 지역은 북쪽으로 중국, 남동쪽으로 부탄, 서쪽으로 네팔, 남쪽으로 인도 서벵골 주와 접해 있다. 네팔과 부탄처럼 티베트계 독립왕국이었지만 1890년 영국령 인도에 속하게 됐다. 인도가 1947년 8월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이 지역은 인도 보호령이 됐으며, 75년 주민투표를 통해 인도에 완전히 복속됐다. 인도의 29개 주 가운데 하나인 시킴 주의 면적은 7096㎢, 인구는 60만여 명, 중국과 국경 길이는 400km에 달한다.

    중국과 인도가 6월 16일부터 한 달 넘게 시킴 주와 부탄, 중국이 접한 국경지역에서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인도는 도카라, 부탄은 도클람, 중국은 둥랑이라고 부르는 지역이다. 양국은 현재 이 지역에 중무장한 병력 3000명을 배치한 채 대치 중이다.

    이번 사태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도카라 지역의 부탄 영토에 도로를 건설하면서 시작됐다. 부탄은 중국 측에 도로 건설 중단을 요구하면서 인도에 도움을 요청했다. 중국과 부탄은 외교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 특히 부탄은 1948년 체결된 인도와 우호조약에 따라 외교·국방에 관한 전권을 인도에 위임한 상태다. 인도는 중국 측에 즉각 도로 건설 중단을 요구했고, 군 병력으로 인간 장벽을 쌓아 중국이 그 이상 진입하는 것을 막았다.

    인도가 이번 사태에 적극 개입한 이유는 자국의 전략요충지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과 연결된 인도 전략요충지는 실리구리 회랑이라는 곳이다. 실리구리 회랑은 폭이 20km밖에 되지 않지만, 인도 북동부와 나머지 지역을 가르고 있다. 이 때문에 실리구리 회랑은 이른바 ‘닭의 목(chicken’s neck)’으로 불린다. 인도는 중국이 도카라 지역에 도로를 건설하는 것이 여차하면 실리구리 회랑을 점령하겠다는 의도라고 판단한 것이다.





    닭의 목, 실리구리 회랑

    반면 중국은 자국 영토에 정당하게 도로를 건설했을 뿐이라고 반박한다. 중국은 1890년 청나라와 대영제국이 체결한 ‘티베트-시킴조약’에 따라 도카라 지역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해왔다. 양국군의 대치 상황이 이처럼 길어지는 것은 1962년 양국 간 전쟁 이후 55년 만에 처음이다.

    아룬 제틀리 인도 국방장관은 “도카라 지역의 현 상태를 변경하려는 중국 측의 시도는 완전히 잘못됐다”면서 “오늘날 인도는 1962년 상황과 다르다”고 경고했다. 비핀 라와트 인도 육군 참모총장은 6월 29일 시킴 주에 있는 군부대를 시찰하기도 했다. 인도 정부는 이 지역에서 군 병력을 절대 철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이 지역에 인접한 해발 5000m의 칭하이-티베트 고원에서 자주포, 다연장로켓포 등 중화기를 동원해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또 조기경보기 쿵징-500과 젠-10 전투기 수십 대를 인근 티베트 고원에 배치했으며, 인도와 접한 국경지역을 담당하는 서부전구에 군수물자 수만t을 이동시켰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인도를 강력하게 비난하며 전쟁 불사도 주장했다.

    중국 인민해방군과 인도군은 영토 분쟁에 대비해 각각 30만, 18만 명을 포진시켜놓았다.
    양국은 또 아루나찰프라데시 주를 놓고도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인도 북동부에서 가장 변방에 자리한 이 지역은 넓이 8만3743㎢에 인구 138만2000여 명이 거주하며 북쪽으로는 중국, 동쪽으로는 미얀마, 남쪽으로는 인도 아삼 주와 나갈랜드 주, 서쪽으로는 부탄과 접한 전략요충지다. 인도는 이 지역을 실효지배 중이지만 중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지역이 중국과 접한 국경의 길이는 650km에 달한다.

    중국은 1962년 10월 20일 인민해방군 3개 사단을 동원해 이 지역을 침공했다. 중국은 개전 7일 만에 160km까지 진격한 후 인도 정부에 이곳이 중국 영토임을 인정하면 철수하겠다고 제의했다. 하지만 인도 정부가 이를 거부했고, 중국은 같은 해 11월 18일 제2차 공격을 감행했다. 당시 인도군 병사 3000여 명이 숨지고 4000여 명이 포로가 됐다. 반면 중국 인민해방군은 700여 명이 사망했다. 중국은 40여 일 동안 전투로 정치적 목표를 달성했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한 뒤 철수했다.



    군사적 목적의 교량 건설

    인도 정부는 5월 26일 아루나찰프라데시 주와 아삼 주를 연결하는 돌라사디야 대교를 개통했다. 브라마푸트라 강에 세워진 이 대교는 길이 9.1km로 인도에서 가장 긴 다리가 됐다. 인도 정부가 3억1800만 달러(약 3564억7800만 원)의 막대한 공사비를 들여 이 다리를 건설한 것은 아루나찰프라데시 주가 자국 땅이라는 점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다. 또 다른 이유는 이 다리를 군사적으로 활용하려는 목적 때문이다. 돌라사디야 대교는 유사시 무게 60t 탱크가 지나가도 견딜 수 있을 만큼 견고하다.

    과거 인도 정부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자국 영토 깊숙이 공격해 들어올 것을 우려해 다리를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국방장관의 말처럼, 이제 인도는 중국의 군사 도발을 저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지녔다. 다리 개통식에 참석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아루나찰프라데시 주는 인도의 땅”이라며 “앞으로 인도 정부는 이 지역의 발전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양국은 그동안 영토 분쟁으로 국경을 획정하지 못하자 1996년부터 4000여km의 실질통제선(LAC)을 설정하고 사실상 국경선으로 삼았다. 양국의 영토 분쟁 지역은 모두 합하면 12만4000㎢에 달해 우리나라 전체 면적보다 크다.

    양국은 인도양에서도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인도는 7월 10~17일 미국 해군, 일본 해상자위대와 함께 인도양 해상에서 ‘말라바르’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이 훈련에는 세계 최대 항공모함인 미국 해군의 니미츠호와 인도의 유일한 항공모함인 비크라마디티야호, 일본 해상자위대 최대 함정이자 헬기 탑재 경항공모함인 이즈모호가 참가했다. 인도가 미국, 일본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이유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중국은 원양 해군을 지향하면서 인도양에 각종 함정과 잠수함을 수시로 진입시키고 있다. 특히 중국은 파키스탄 과다르항에 군사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 경우 중국은 인도양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인도양을 자국의 ‘안마당’으로 여기고 있는 인도는 중국에게 제해권을 절대 넘겨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국은 통상, 에너지, 우주개발, 인구 등에서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중국이 최근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인도는 노골적으로 불만을 내비치며 불참했다. 양국 정상은 얼마 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도 양자 회담을 갖지 않았다. 양국의 갈등과 대립이 증폭되면서 영토 분쟁이 자칫하면 무력 충돌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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