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9

2017.08.02

마감有感

우리는 능력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

  • 서정보 편집장 suhchoi@donga.com

    입력2017-07-31 11: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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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 학자 유발 하라리의 신작 ‘호모 데우스’는 인간이 신으로 변신할 가능성을 얘기한다. 데우스가 ‘신’이란 뜻이다. 지금 같은 4차 산업혁명으로 과학기술이 발전한다면 신으로 바뀌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기체인 인간의 몸에 유전공학 기법을 이용해 무기체를 결합한다. 그럼 그 인간은 막강한 힘을 갖고, 나아가 불사의 경지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개념은 이미 대중문화의 상상력 속에서 구현된 바 있다. ‘아이언맨’은 핵연료로 구동하는 철갑 슈트를 입고 최첨단 인공지능 ‘자비스’의 도움을 받아 ‘만능 기사’가 된다. 그런데 아이언맨은 인류를 구하는 영웅이지만 달리 보면 언제든 인류를 위협할 적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신이 되는 인간이 선별적이라는 것이다. 막대한 부를 쌓은 인간이 신이 되는 경로를 선점하면서 다른 인간과 차별화되고, 나중에는 호모데우스와 호모사피엔스 사이에 확실한 경계선이 그어진다. 마치 먼 옛날 인간과 동물은 같은 반열에 있었으나 인간이 농업혁명으로 진화하면서 동물을 수하로 부리게 된 것과 같은 이치다.

    결국 인공지능(AI)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의 과실이 거부에게 돌아가면서 그들과 다른 종(種)으로 갈릴 수 있다. 영화 ‘인 타임’은 유전자 조작으로 노동을 통해 시간을 벌지 않으면 죽는다는 설정이 나온다. 그 대신 부자는 수백, 수천 년의 시간을 갖고 있다. 이런 가공할 일은 너무 앞선 걱정일까. 알파고의 승리를 보면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가까울 수 있다. 

    ‘해리 포터’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우리가 진정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것은 우리의 능력이 아니라 선택이다.’ 코앞에 닥친 최저임금, 핵 문제 등도 해결해야겠지만 먼 미래, 아니 어쩌면 지평선 끝에 이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런 문제도 우리 사회 어디에선가 논의되고 있었으면 한다. 4차 산업혁명이 우리에게 부여할 능력보다 우리의 선택이 더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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