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8

2017.07.26

스포츠

경기 시간을 60분으로 줄이면?

축구계 시간 단축, 비디오 판독 등 ‘소리 없는 혁명’ 통해 변신 노력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입력2017-07-25 15: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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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는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보수적인 스포츠’로 통한다. 다른 종목에 비해 오랜 기간 견고한 외형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축구계가 혁명적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전·후반 45분씩이던 경기 시간을 각각 30분으로 줄이고 경기 전체를 되돌려볼 수 있는 비디오 판독 시스템인 VAR(Video Assistant Referee·비디오 부심)를 도입하기로 한 것. 이 밖에도 축구계는 크고 작은 룰 개정을 통해 축구 경기의 체질 변화를 꾀하고 있다.

    최근 축구 규칙을 관장하는 국제축구평의회(International Football Association Board·IFAB)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플레이 페어(Play Fair)’를 공개했다. IFAB는 여기서 불문율처럼 인식되던 전·후반 45분씩, 총 90분인 정규 경기 시간을 전·후반 30분씩, 총 60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터치아웃, 파울, 선수 교체 등 ‘볼 데드’ 상황은 경기 시간에서 빼고 실제 경기 시간(Actual Playing Time)을 60분으로 정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농구처럼 초 단위로 줄어드는 전자시계를 걸어놓고 경기를 진행하게 될지도 모른다. 경기 시간 변경은 현행 축구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들 것으로 보인다.



    경기 시간 단축으로 ‘침대축구’ 사라진다

    전·후반 45분씩 경기는 1800년대 후반 현대적 축구가 자리 잡은 이후 변한 적이 없다. IFAB는 ‘경기 시간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주겠다’는 취지로 경기 시간 변경을 내세웠다. 선수들이 고의로 경기를 지연하는 등 의미 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점차 늘고 있어 추가 시간까지 포함해 90분 넘게 경기해도 실제 경기 시간은 60분 안팎이다. 60분대는 그나마 수준이 높은 리그에서 나온다. 2016시즌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의 실제 경기 시간은 59분27초에 불과하다. 경기 시간 규칙을 바꾸면 이른바 중동식 ‘침대축구’도 사라질 수 있다.

    IFAB는 1886년 탄생해 1904년 창립한 FIFA(국제축구연맹)보다 오히려 앞선다. 스위스 취리히에 본부를 둔 IFAB는 축구 규칙을 개정하고, 경기 방식을 변경하는 데 큰 영향력을 미친다. 하지만 규칙 개정을 IFAB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순 없다. 잉글랜드 축구협회(FA), 스코틀랜드축구협회(SFA), 웨일스축구협회(FAW), 북아일랜드축구협회(IFA) 대표자 1인씩과 FIFA 대표자 4인 등 총 8명으로 구성되는 IFAB는 정기총회를 개최하며, 논의된 안건들은 FIFA로 전달된다.



    다만, 각 기구 대표자가 개정 의견을 내놓았다고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찬반투표를 통과해야 한다. 이후 FIFA가 각종 토론과 회의를 통해 검토한다. 긍정적 반응이 대세를 이루면 아시아축구연맹(AFC), 유럽축구연맹(UEFA) 등 각 대륙 연맹과 회원국 협회로 전달해 실행에 옮긴다. 즉 IFAB가 의결을 목적으로 한다면 FIFA는 집행 임무를 맡는다. IFAB가 제안하는 내용은 대개 실현된다. 단순히 아이디어에 머문 경우는 드물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시기가 문제일 따름이다.

    올해 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부터는 승부차기 방식도 기존 ‘A팀-B팀-A팀-B팀-…’ 순서에서 ‘A팀-B팀-B팀-A팀-…’으로 바뀌었다. 이미 그라운드 규격 변경, 골키퍼에게 백패스 금지, 6심제(한 경기에 심판 6명을 투입하는 것) 도입 등 변화가 있었다. 아울러 1998 프랑스월드컵 때부터 24개국에서 32개국으로 늘어난 본선 참가국 수는 2026년 대회부터는 48개국까지 증가한다. 이 모든 것이 IFAB에서 발의, 실현됐다.



    오심 없는 공정한 축구

    한국프로축구연맹은 7월 1〜2일 펼쳐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8라운드부터 VAR를 정식 도입했다. 언제나 ‘뜨거운 감자’였던 오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마련된 것. 이제 프로축구에서도 프로야구처럼 애매한 판정이 나왔을 때 비디오를 돌려보는 장면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

    VAR 도입이 한국프로축구연맹의 독자적 결정은 아니다. 국제 축구계의 흐름에 동참한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206개 회원국)보다 많은 211개 회원국을 자랑하는 FIFA는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개최된 클럽 월드컵에서 VAR를 시범운영한 데 이어, 6월 국내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공식 적용했다. VAR는 최근 러시아에서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도 놀라운 효과를 입증해 호평받고 있다. VAR 도입으로 국내·국제 경기에서 빈번하던 ‘결정적 오심’이 이제 사라지게 됐다.

    경기 시간 변경, VAR 도입 외에도 IFAB는 다양한 변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IFAB는 이번에 내놓은 ‘플레이 페어’ 제안서에 선수들이 판정에 불만을 품고 집단 항의할 경우 점수를 깎는 방안까지 담았다. 심판의 권위를 높이는 동시에 도를 넘은 항의를 제지하려는 목적에서다. 이뿐 아니다. 골키퍼가 페널티 지역에서 동료에게 공을 패스할 수 있는 방안, 페널티킥 상황에서 골키퍼가 공을 막아내면 골킥을 주는 방안 등도 제시했다. 동료의 백패스나 스로인을 골키퍼가 손으로 잡으면 페널티킥을 주고, 필드플레이어가 손으로 골을 막으면 레드카드를 주는 동시에 득점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프리킥과 코너킥 상황의 변화도 보인다.

    현재는 키커가 패스 또는 슛만 할 수 있지만, IFAB는 키커에게 드리블도 허용하자는 제안을 넣었다. 이 경우 세트 피스 상황에서 공격의 틀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 IFAB는 내년 3월 정기총회 때까지 이번 제안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축구의 ‘소리 없는 혁명’은 현재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변하지 않던 축구의 틀이 바뀌면 팬들에게 축구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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