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4

2015.09.07

윈도10 출시, 힘겨운 한국

업그레이드하면 주요 기관 홈페이지 불통…새 운영체계 나올 때마다 끙끙댈 텐가

  • 권건호 전자신문 기자 wingh1@etnews.com

    입력2015-09-07 11: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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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도10 출시, 힘겨운 한국

    마이크로소프트가 7월 29일 차세대 운영체계(OS) 윈도10을 전 세계 190개국에서 동시 출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7월 29일 새롭게 내놓은 운영체계(OS) ‘윈도10’이 정보기술(IT) 강국 한국을 흔들었다. 윈도10 업그레이드 후 국세청 ‘홈택스’, 대법원 전자가족관계등록시스템 등 공공기관과 일부 금융기관을 비롯한 상당수 홈페이지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 새 OS가 나오거나 웹브라우저가 바뀔 때마다 고질적으로 발생한 호환성 문제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주요 공공기관들은 윈도10 공식 배포에 앞서 사전 준비를 해왔지만 역부족이었다. 윈도10이 출시된 지 한 달이 다 돼가지만 여전히 주요 사이트에서는 업그레이드를 삼가 달라는 공지를 하는 실정이다.

    윈도10에 흔들리는 IT 강국

    정부는 민간과 함께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조속한 시일 내 오류를 수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현상만 해결하는 대증요법으로는 앞으로도 새로운 OS가 나올 때마다 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웹표준화에 맞춰 근본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MS가 야심차게 선보인 윈도10은 속도를 3배 이상 개선한 새 웹브라우저 ‘에지’를 탑재하고, 보안성도 대폭 강화하는 등 다양한 장점을 가졌다. 세계 개인용 컴퓨터(PC) 사용자들의 기대도 컸다. 국내에서도 윈도10 정식 배포가 시작되면서 많은 사람이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다.

    문제는 이후 발생했다. 국세청 홈택스, 행정자치부 지방세인터넷납부시스템 ‘위택스’, 한국장학재단 등 공공기관 시스템 중 일부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일부 금융기관, 교육청, 민간 사이트 등도 오류로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윈도10은 OS 커널구조가 변경돼 기존 윈도 구조에 맞게 개발된 보안, 인증, 결제프로그램 등 일부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경우 호환성 테스트 등을 거쳐 프로그램을 수정해야 한다.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가 한국인터넷진흥원을 통해 실시한 윈도10 호환성 긴급 실태조사 결과(8월 11일 기준)에 따르면 국내 민간 주요 100대 웹사이트 중 18개 웹사이트에서 기능 오류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오류는 충분히 예상된 일이다. 2006년 윈도비스타 출시 이후 새 OS가 나올 때마다 혼란을 겪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민간기업이 안정화될 때까지 업무용 PC에서 윈도10 업그레이드를 하지 말라고 공지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오류와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이유는 윈도10에서 제공하는 웹브라우저와 기존 ‘액티브X(ActiveX)’ 기반 홈페이지가 호환되지 않아서다. 새로 선보인 브라우저 에지는 액티브X, 공인인증서, 각종 보안모듈 프로그램이 설치되지 않는다. MS도 액티브X로 인한 호환성 문제를 예상하고, 에지와 함께 기존 브라우저와 호환되는 ‘인터넷 익스플로러(IE) 11’을 함께 제공했다. 하지만 일부 사이트에서는 IE 11을 사용할 때도 오류가 발생했다. 앞서 미래부가 조사한 100대 사이트 중 오류가 발생한 18개 사이트도 IE 11 사용 시 오류가 일어났다.

    오류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 액티브X는 비표준기술이다. 그동안 액티브X를 폐기하고, 웹표준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하지만 상당수 공공기관과 기업은 미온적으로 대응해 여전히 액티브X를 사용하고 있었다. 3월 기준으로 공공기관 중 액티브X를 사용하는 곳이 3분의 1이나 됐다.

    액티브X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웹표준화기구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W3C)이 규정한 표준기술도 아니다. 그럼에도 국내 주요 사이트가 액티브X를 사용하는 것은 국내 인터넷 사용자 중 90% 가까운 사람이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쓰고, 구축 및 운영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사용자 PC에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기 때문에 서비스에서 보안기술을 적용하는 것보다 비용도 적게 든다. 그러나 자동설치 방식을 악용한 해킹 사례가 발견되면서 액티브X는 없애야 할 대상이 됐다. MS 역시 전부터 액티브X 개선을 준비해왔고, 이번에 웹표준을 적용한 브라우저 에지를 만들면서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윈도10 출시, 힘겨운 한국

    국세청 홈택스 공지사항에 윈도10 출시에 따른 안내가 나와 있다.

    정부-민간, 웹표준 전환 위해 머리 맞대야

    이제 우리나라도 웹표준으로 서비스 방식을 전환해야 새 OS가 나올 때마다 발생하는 혼란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다. 사용자 PC에 액티브X 등 각종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서비스에서 보안을 책임지는 투자가 필요하다. 한 금융기관 보안 담당자는 “국내 웹사이트가 국제 웹표준 기반으로 빨리 전환돼야 한다”면서 “정부가 2017년까지 전 공공기관 홈페이지에서 액티브X를 이용하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오류 발생에서 나타나듯 느긋한 대응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국내와 달리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글로벌 기업들은 웹표준을 준수하고 있으며, 서버에서 본인인증을 실시한다. 정밀한 이상거래 탐지시스템을 개발해 부정승인을 막는 데도 적극적이다. 뒤늦게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인터넷 이용환경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8월 12일 미래부와 행정자치부, 금융위원회, 국세청, 금융감독원, 한국인터넷진흥원, 금융보안원,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포털사, 솔루션사, 은행, 카드사 등이 참여한 가운데 ‘인터넷 이용환경 개선 협의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관계 부처는 새 OS로 인한 인터넷 이용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웹사이트의 호환성 이행 조치 현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웹사이트 개선을 신속히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국내 웹사이트의 궁극적인 발전 방향이 글로벌 웹표준화라는 점에 정부와 민간이 인식을 같이한 것이 주목된다. 최재유 미래부 2차관은 “글로벌 표준에 맞는 인터넷 이용환경을 구축하는 데 비용이 수반될 수 있으나, 이를 미래를 위한 투자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는 다양한 정책 지원을 통해 인터넷 이용자에게 불편이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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