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8

2015.07.27

‘인천의 강남’ 송도국제도시 거주 만족도↑ 투자 기상도?

2년 새 5000만 원 올라…신규 호재 없어, 장기적 가치는 두고 봐야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15-07-27 11:5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천의 강남’ 송도국제도시 거주 만족도↑ 투자 기상도?
    인천 연수구 송도동은 ‘인천의 강남’이라 불리는 곳이다. 2003년 인천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송도국제도시는 올해로 13년째 개발을 계속하면서 기존에 유치 예정이던 동북아무역센터, 유엔 산하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등 국제 업무시설과 국제학교를 비롯해, 각종 주상복합과 아파트 등 주거시설이 안착했다. 이제 송도국제도시는 허허벌판에서 강남 뺨치는 명품 도시로 환골탈태했다.

    사실 2010년 이전까지 송도의 미래는 암울했다.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당시 세계경제가 위축되면서 외국계 기업의 투자 유치 등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고, 이로 인해 건설사들이 공급한 아파트 물량 가운데 미분양이 속출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각종 개발사업이 진척을 보이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유입인구도 꾸준히 증가해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자료에 따르면 2011년 말 5만5178명에서 2015년 5월 말 현재 8만8030명으로 60% 가까이 늘어났다.

    김연아 상가, 삼둥이 아파트 어떻게 됐나

    유입인구의 지속적 증가와 전국 부동산 경기 활성화의 영향으로 최근 송도국제도시 부동산시장에 활력이 돌고 있다. 7월 중순 포스코건설에서 분양한 더샵 센트럴시티 아파트 청약접수에는 총 2499가구 모집에 7319명이 몰려 평균 2.92 대 1 경쟁률을, 오피스텔에는 총 238실 모집에 5681명이 몰려 평균 23.8 대 1 경쟁률을 보여 송도국제도시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송도국제도시 부동산시장의 분위기를 알아보고자 7월 말 송도동의 C쇼핑몰을 찾았다. 이곳은 2008년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의 부친이 분양받아 일명 ‘김연아 상가’로 알려진 곳. 4개 블록에 걸쳐 2층짜리 상가가 일렬로 길게 자리 잡았는데, 상가 사이로 길게 냇물이 흐르도록 수로를 설계해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이곳에서 6년째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초창기 송도 일대는 허허벌판이라 거주인구가 부족했고 사업성도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돼 상가 임대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투자했던 김연아 선수도 손해를 입었다는 기사가 많이 나왔는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2년 전 이랜드그룹이 상가의 77%를 통째로 임대하면서 수익성이 확보된 것. 그는 “나머지 23%도 거의 임대가 완료됐다. 현재 상가 수익률도 6~7%대에 이른다. 한때 최초 분양가보다 떨어졌던 상가 매매가도 최근 다시 올라 정상화됐다”고 부연했다.



    ‘인천의 강남’ 송도국제도시 거주 만족도↑ 투자 기상도?
    상가 대각선 맞은편에는 일명 ‘삼둥이(탤런트 송일국의 자녀들) 아파트’로 유명해진 T주상복합 아파트가 있다. 단지 남서쪽으로 센트럴공원과 바로 붙어 있어 집 안에서도 탁 트인 공원 전경을 조망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단지 내 한 부동산중개업소의 공인중개사는 “조망권과 층에 따라 매매가격에 차이는 있지만 최근 115㎡ 공원 조망 로열층의 경우 2년 전에 비해 5000만 원 오른 금액에 거래됐다”고 말했다. 송도국제도시 내 다른 아파트의 상황도 비슷하다고. 그는 “지난해 말부터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고 최초 분양가가 3.3㎡당 600만 원이던 아파트는 현재 3.3㎡당 1100만 원까지 올랐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송도국제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오른 요인은 무엇일까. 현장에서 만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2003년 개발 계획단계에 예정됐던 호재들이 대부분 완공되면서 인프라가 갖춰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포스코건설 등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 각종 국제학교가 들어서면서 유입인구가 늘었고 집값도 자연히 올랐다고 볼 수 있다. 또 올해 초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의 영향으로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이 늘어난 추세다. 송도에 사는 사람들은 인천에서 제일 좋은 동네에 산다는 프라이드가 있다. 그러한 자부심 때문에 집값을 낮추려 하지 않는 경향도 집값 상승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전세 수요 늘어, 서울 출퇴근족에겐 무리

    송도국제도시 거주민들은 무엇보다 우수한 교육환경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2010년 개교한 C국제학교는 한 해 학비가 3500만 원에 달하지만 인기가 많다. 국제학교 인근 아파트에 사는 주부 최은경(35) 씨는 “손자와 손녀를 국제학교에 보내려고 송도로 이사하는 기업 CEO(최고경영자)가 많다고 한다. 교내에서 한국어를 쓰면 벌점을 받는다고 하니 12학년 졸업 전까지 영어만큼은 해외유학 수준으로 마스터하는 셈 아닌가. 학비가 비싸도 그만큼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주민이 많다”고 했다. 그는 또 “송도국제도시 내 일반학교도 강남 수준의 학업성취도를 갖춰 교육열이 높은 학부모들이 송도에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과 국제기구가 들어서고 거주 외국인 비율이 점차 늘어난 것도 주거의 질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자료에 따르면 송도국제도시 거주 외국인은 2011년 말 905명에서 2015년 5월 말 2007명으로 122%가량 증가했다. 또 1월부터 부동산투자이민제도가 시행됐는데, 상반기에 투자이민 형태로 송도국제도시의 아파트를 매입한 외국인도 7명에 이른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송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상반기에 문의가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 투자이민 형태로 들어오는 외국인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교육과 주거, 여가 환경이 우수하다는 데 대해 송도 주민들은 이견이 없는 듯했다. 그러나 서울과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도 있었다. 지난해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 광화문으로 출퇴근했다는 직장인 한수민(36) 씨는 “걷는 시간까지 합치면 출근에만 거의 2시간을 쓴다. 근무시간이 유동적이라 그나마 러시아워를 피할 수 있었지만 시간이 오래 걸려 늘 육체적으로 피로했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송도는 송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살기에 나쁘지 않은 도시인 셈이다.

    최근 송도국제도시의 부동산 시세가 오르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전세난과 전국 부동산 시장 활성화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부동산 투자회사 유앤알컨설팅의 박상언 대표는 “서울의 전세난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송도뿐 아니라 경기 안산과 시흥, 용인 등으로 눈을 돌리면서 이들 지역의 집값이 오르는 추세다. 특히 송도는 준공 1~3년이 된 새 아파트가 많아 수요가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송도국제도시의 부동산 투자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박 대표는 “송도지역의 개발 호재들은 과거에 이미 다 발표된 것들인데 그동안 사람들이 선뜻 움직이지 않았다. 그로 인해 상업용지를 주거용지로 변경한 뒤 개발 허가를 내는 등 고육책도 있었다. 궁극적으로는 국내 기업체들이 더 들어서야 외국계 기업도 따라 들어갈 테고, 근무하는 직원들과 가족 등의 인구도 유입될 것이다. 앞으로 기업체들이 얼마나 더 들어서느냐가 송도의 부동산시장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