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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읽어주는 남자

춤과 음악 통한 종교적 융화

샤갈의 ‘바이올린 연주자’

춤과 음악 통한 종교적 융화

춤과 음악 통한 종교적 융화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에 소장돼 있는 샤갈의 ‘바이올린 연주자’입니다. 세로형으로 길이가 거의 2m에 달하는 대작이죠. 마르크 샤갈(Marc Chagall·1887~1985)은 러시아에서 태어났지만 후에 프랑스로 이주해 왕성하게 작품활동을 합니다.

화면 중앙에는 실제 인물 크기의 중년 남자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인물의 발 아래쪽에 집과 마을, 나무들이 있고 머리 위에도 집과 마을, 뭉게구름이 있습니다. 즉 화면 상·하단에 모두 집과 마을이 표현된 특이한 구도인데, 러시아에 있는 샤갈의 고향 비쳅스크를 연상케 합니다.

이 작품은 바이올린 연주자를 모티프로 한 작품입니다. 구슬프고 강렬한 음색에 휴대하기 편한 바이올린은 흔히 유대문화의 색채가 강한 악기라고 합니다. 고달픈 모습을 한 떠돌이 연주자는 러시아 유대인의 결혼식과 축제, 마을행사에 자주 등장합니다. 화면 속 주인공은 지붕 위에 올라가 무릎을 벌린 자세로 주황색 바이올린을 어깨에 걸치고 고개를 기울인 채 흥겹게 연주하고 있어 그림만 봐도 경쾌한 선율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춤과 음악을 통한 종교적 융화를 나타냅니다.

샤걀의 작품은 미술관 조명을 투사할 때 다른 작품보다 물감이 더 빛나는 특성이 있습니다. 보라색 모자를 쓰고 있는 인물의 얼굴과 오른손이 짙은 초록색으로 표현돼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연주자는 직선을 응용한 기하학적 패턴의 보라색 코트를 입고 있는데, 옷 주름을 진하고 흐리게 그러데이션 처리를 해 입체파적인 경향을 보여줍니다. 코트 밑에 살짝 보이는 바지 역시 기하학적 패턴으로 처리했습니다.

연주자의 두 손을 서로 다른 색으로 표현한 것처럼 신발에도 변화를 준 것이 특징입니다. 양발은 무너질 것 같은 작은 집의 지붕 위에 올려져 있으며, 삼각형과 사각형을 조합해 표현한 작은 집과 집 사이에는 유대교 회당인 시너고그(Synagogue)가 배치돼 있습니다.



화면 중앙에 있는 넓은 여백의 공간은 흰색 눈으로 덮인 광활한 모습으로 표현했습니다. 연주자 머리 위에는 보라색 옷을 입은 소년이 양손을 좌우로 벌린 채 마치 천사처럼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닙니다. 주변에는 둥근 원형들이 희뿌연 구름들과 함께 뭉게뭉게 떠다니고 있습니다. 오른쪽 하단에는 작가의 서명이 표기돼 있습니다.



주간동아 2015.07.13 996호 (p79~79)

  • 황규성 미술사가 samsungmuse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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