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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심판 구성으로 승부 조작 오해 벗어나야

KBO 심판 모두 선수 출신…美 메이저리그는 전원 非선수

  • 이경호 스포츠동아 기자 rush@donga.com

    입력2017-07-18 14:5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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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간 800만 관중을 동원하는 스포츠. 정규시즌 720경기가 모두 생중계되는 종목. 4년 총액 150억 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이 등장한 프로스포츠. 국내 스포츠 최고 인기를 자랑하는 KBO리그의 위상이다. 그러나 최근 KBO리그는 승부 조작 사건으로 어수선하다. 2013년 10월 15일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심판 A씨가 김승영 두산 베어스 전 대표이사 사장에게 “합의금이 필요하다”고 전화해 300만 원을 빌린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후 해당 사건은 “전직 심판의 개인적인 갈취일 뿐 승부 조작 등 청탁과는 무관하다”는 의견과 “심판과 구단 간 검은 거래의 실체가 드러났다”는 주장이 맞서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승부 조작 대가? 개인적 친분 있었을 뿐

    사건 개요를 이해하려면 시간을 지난해 8월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 당시 정금조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장은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상대는 2013시즌 후 채무 문제가 불거져 심판을 그만둔 A씨였다. 최근 A씨를 실명으로 보도한 한 매체는 당시 익명으로 심판과 구단의 금전거래 및 청탁 의혹을 기사화했다. A씨는 정 센터장을 만나 “나와 관련된 의혹이 거론되고 있어 스스로 해명하고자 연락했다”며 “개인적인 채무인데 다른 동료 심판들까지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어 참담하다. 승부 및 경기 조작은 절대 없었다. 인생은 이미 엉망이 됐지만 그라운드에서는 절대 그렇게 살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정 센터장은 “휴대전화도 없어 공중전화로 연락해왔더라. 직접 만나 여러 가지를 확인했으나 돈을 빌려준 사람을 밝히지는 않았다”며 “이후 심판위원 전원과 면담했고 구단 관계자 및 선수, 코칭스태프와 채무관계 여부를 확인했다. A씨를 제외하고는 금전관계가 없었다. 이후 각 구단에 공문을 보내 A씨와 채무관계가 있으면 밝힐 것을 요청했고 두산 경영진이 ‘2013년 급전이 필요하다’고 연락해와 300만 원을 빌려줬지만 아직 받지 못했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김승영 전 사장은 왜 A씨에게 돈을 빌려준 것일까. 김 전 사장은 그룹 계열사에서 1991년 야구단으로 자리를 옮긴 후 단장을 거쳐 사장에 오른 인물이다. KBO리그에 선수나 프런트 출신 단장은 많지만 평사원으로 시작해 야구단에 20년 이상 재직한 단장 출신 사장은 10개 구단에서 김 전 사장이 유일하다. 그만큼 그는 야구계 인맥이 넓었다. A씨는 두산의 전신인 OB 베어스 선수 출신이다. 김 전 사장은 A씨를 야구계 선후배로 여기고 별 생각 없이 돈을 빌려준 것.

    김 전 사장은 “음주 중 발생한 싸움으로 합의금이 급히 필요하다는 연락에 숙고할 겨를도 없이 개인계좌에서 인출해 빌려줬다. 며칠 후 재차 급전이 필요하다고 연락해왔으나 합의금이 급하다는 이야기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KBO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 KBO 규약을 위반한 것이 사실이다. 사려 깊지 못했다. 단, 어떠한 대가를 바라고 한 행동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뒤 책임을 지고 스스로 구단을 떠났다.

    KBO는 3월 A씨와 금전거래를 자진 신고한 김 전 사장에 대해 상벌위원회(상벌위)를 열고 엄중 경고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이를 ‘KBO의 직무 유기’로 판단해 검찰 고발과 회계감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문체부는 “KBO는 A씨가 여러 구단에 금전을 요구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해당 구단의 답변만 듣고 조사를 마무리한 점, 상벌위 결과를 비공개로 결정한 점 등 사건을 축소 또는 은폐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非선수 출신 심판 뽑아야

    KBO는 “해당 사건이 경기에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하고자 송금 다음 날부터 해당 심판위원이 출장한 경기를 정밀 모니터링한 결과 승부 개입에 대한 어떠한 혐의점도 발견할 수 없었다”며 “해당 전직 심판이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이용해 복수의 야구계 지인과 금전거래를 했다는 소문과 정황이 있었기에 해당 구단 관계자 역시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일 수 있어 개인의 상황을 고려한 후 법적인 해석을 거쳐 비공개로 엄중 경고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야구계에서는 ‘한 명의 일탈이 프로야구 전체를 망신 주고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한 야구인은 “A씨가 도박에 빠졌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러다 사고 치겠다’ 했는데 이렇게 커졌다. 여기저기 돈을 많이 빌리고 다닌 것은 사실이다. 동료 심판들도 A씨에 대해 수차례 우려를 표했다. 300만 원을 받고 다른 심판들이 다 지켜보는 가운데 혼자 경기 및 승부 조작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왜 심판 전원과 야구계가 근본적으로 비리가 있는 것처럼 비난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베테랑 심판은 “지방 경기에 가면 구단 직원들과 마주칠까 봐 숙소를 따로 잡고 식당도 피해서 가는 생활을 한다. 돈을 빌리는 건 상상도 못 한다”며 억울해했다.

    프로선수 출신인 또 다른 심판은 “함께 선수로 뛰던 친한 선후배나 친구가 구단에 코치로 있으면 사적으로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작은 오해라도 생길까 싶어 연락조차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다수 심판은 명확한 증거나 정황 없이 전체 심판이 비리집단인 것처럼 오해받는 상황에 분개하고 참담해했다. 또한 상당수 야구인은 “철저한 조사로 모든 진실을 가려 부조리가 있으면 없애고 다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심판의 일탈 및 갈취 행위에 대한 방지책도 필요하다. 2017시즌 KBO리그에 등록된 심판위원 48명은 모두 대한야구협회에 등록된 선수 출신이다. 프로선수 출신도 상당수다. 그만큼 모두 학연, 지연으로 얽혀 있다. 심판과 선수의 관계보다 야구 선후배 관계가 앞설 수 있는 구조다. 현장에서 비(非)선수 출신에게도 심판의 문을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미국 메이저리그에는 프로선수 출신 심판이 단 한 명도 없다. 선수 출신 심판이 감각적 측면에서는 더 뛰어날 수 있으나 공정성을 강조하려는 자구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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