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3

2015.06.22

시험대 오른 김무성의 용인술

총선·대선용 핵심 당직 인선 곧 마무리…2기 체제, 보수형과 혁신형 혼합될 듯

  • 전예현 내일신문 기자 newslove@naeil.com

    입력2015-06-22 10: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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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대 오른 김무성의 용인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6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인사는 리더십이자 강력한 메시지다. 이런 면에서 여권 유력 대통령선거(대선) 주자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용인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가 총선을 함께 이끌 ‘2기 체제’ 주요 당직의 인선을 곧 마무리할 예정이기 때문. ‘김무성 대표 2기 체제’는 두 측면에서 중요하다. 첫째, 이를 기반으로 새누리당이 다음 총선을 치르는 것은 물론, 대선 전략 밑그림까지 그릴 가능성이 크다. 둘째, 이 인선 과정 자체가 김 대표의 리더십과 연관돼 있다. 전당대회 이후 1기 체제가 당대표로서 연착륙 및 내부 역학관계를 고려한 것이라면 이번 2기 인사는 그의 정치, 경제 철학과 인재 영입 기준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인사 첫 단추는 ‘경제보수’

    ‘김무성 대표 2기 체제’를 이해하려면 1기 체제의 특징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2014년 7월 김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당선한 후 1기 인선은 연착륙을 고려한 것이었다. 전당대회에서 ‘비박근혜(비박)계 연합군’의 지원을 받은 그는 단기간에 본인 계파를 구축하거나 다른 조직을 흡수하기 어려웠다. 다만 당 살림살이와 입을 상징하는 사무총장, 수석대변인 등에는 ‘친이명박(친이)계’인 이군현 의원과 김영우 의원을 각각 발탁했다. 일부 ‘친박근혜(친박)계’ 의원이 사무총장 후보로 거론됐으나 각종 재·보궐선거(재보선)를 염두에 둔 상황에서 결국 이군현 의원이 이 자리를 맡았다. 김영우 의원의 경우 기자 출신에 당내 소장파로 최고위원에 출마한 경험도 있어 크게 논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김 대표의 인사 주도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잠재적 대선주자로 분류되나 강력한 지지율은 얻지 못한 비주류 출신 대표의 설움을 번번이 겪었다. 신임 대표로서 여의도연구원장으로 박세일 교수를 영입하려다 친박계 반발에 부딪치자 15개월이나 공석으로 비워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 밖에도 김 대표가 청와대와 조금이라도 대립각을 세우려 들면 친박계 의원들이 집단 반발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 대표는 취임 1주년이 되도록 오해를 살 만한 인사 발탁은 물론, 집단 모임도 피해 다녔다. 한때 개헌 문제로 떠들썩할 때는 바로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이는 그가 박근혜 정부 초기에 현재 권력인 대통령과 대립하거나 청와대에 위협적인 존재가 되지 않겠다는 의사를 그 나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박근혜 정부는 조만간 임기 반환점을 돈다. 또 4월 재보선 승리 이후 김 대표의 지지율은 급상승했다. 여기에 ‘성완종 정국’에서 이완구 전 국무총리, 홍준표 경남도지사 등이 타격을 입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방한 기간 중 북한 방문에 실패하면서 이래저래 ‘김무성 대세론’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게다가 총선까지는 이제 1년도 남지 않았다. 좋든 싫든 새누리당이 김 대표와 2기 체제를 중심으로 선거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2기 인사의 특징은 무엇일까. 보수형과 혁신형이 혼합되리란 관측이 우세하다. 보수형 인선이란 철학적 측면에서 전통적 보수 가치를 중시하는 인물이 발탁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실제 첫 2기 인사인 여의도연구원장부터 김 대표가 추구한 보수색이 강하게 드러났다.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으로 보수경제학자인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 교수를 발탁한 것. 이에 당내 소장파 중심의 ‘경제민주화실천모임’에서는 강력 반발하고 반대성명을 냈다. 경제민주화를 반대하고, 당헌·당규 기본 가치와 어긋난 인물을 당의 싱크탱크 수장으로 발탁해야 했느냐는 비판이다.

    하지만 김 대표가 이번에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는 경제 정책에서는 보수색을 강하게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그는 복지 문제에 대해 ‘복지포퓰리즘’을 강력 비판하고, 법인세 인상에도 뚜렷하게 반대하면서 보수색을 드러낸 바 있다.

    일각에서는 여의도연구원장 인선이 김 대표가 유승민 원내대표를 견제하면서 청와대와 친박계 측의 요구를 받아준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유 원내대표는 그동안 김 대표와 경제 정책에서 뚜렷한 차이를 드러냈고 정부 정책에 매우 비판적이었다.

    예를 들어 김 대표가 정부와 입을 맞춰 법인세 인상을 반대한 반면, 유 원내대표는 ‘법인세도 성역이 아니다’라며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유 원내대표는 총선정책기획단을 꾸리고 의원총회 등을 거쳐 서민과 약자를 배려하는 새누리당의 새 경제 노선을 세워가자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는 김무성-유승민 두 사람이 경제철학에서만큼은 쉽게 본인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것이란 뜻이다. 또 김 대표에 비해 유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대립각이 날카롭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에 친박계는 노골적으로 유 원내대표에게 반감을 드러냈다. 특히 공무원연금 처리 문제, 국회법 개정 등을 놓고 원내대표 책임론까지 제기한 바 있다.

    이런 흐름을 모를 리 없는 김 대표가 굳이 유 원내대표의 주장과 대립되는 인사를 여의도연구원장으로 배치하고, 소장파 반발에도 인선을 강행한 것은 ‘김무성표 보수 정책’을 강조하고 ‘현재 권력의 의중을 더 중시한 정치적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시험대 오른 김무성의 용인술

    새누리당 차기 사무총장으로 하마평에 오른 의원들. 진영, 한선교, 나경원 의원(왼쪽부터).

    수도권 바닥에선 ‘혁신형’ 요구

    하지만 김 대표가 보수 성향 인사만 선호하지는 않으리란 관측도 나온다. 내년 총선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중도개혁 성향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최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여권에 대한 민심이 흉흉해져 새누리당 수도권 인사들은 가시방석에 앉아 있다. 또 박원순 서울시장이 급부상하면서 새누리당의 대다수 수도권 총선 출마 예상자는 김 대표가 혁신을 통해 새 바람을 일으켜주길 바라고 있다.

    새누리당 후보로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한 정치신인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당심과 민심이 안정 및 여당의 대통령 보좌를 더 중시했다면 김 대표는 당선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김 대표가 새누리당의 쇄신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사무총장은 수도권 중진의원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군현 사무총장과 강석호 제1사무부총장 등은 6월 16일 직에서 사퇴하면서 “20대 총선 전 주요 당직은 비영남권, 수도권 중심으로 개편해야 당 분위기를 쇄신해 총선에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복수의 관계자도 김 대표가 선수를 중시하면서 수도권 인사를 중용할 가능성을 높게 봤다. 이에 따라 수도권 3선 중 진영(서울 용산), 한선교(경기 용인병) 의원 등을 중심으로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나경원(서울 동작을) 의원도 거론되나 경선까지 치르면서 맡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과 사무총장직을 병행하기는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 나온다. 4월 재보선에서 여의도에 재입성한 3선 신상진(경기 성남중원) 의원, 큰 선거를 치러본 정두언(서울 서대문을) 의원도 거론되고 있다.

    한편 비박계 의원들은 이번 인사가 ‘계파 봉합형’이 될 것을 가장 우려한다. 김 대표가 본인을 반대했던 친박계를 달래는 모양새의 인사를 진행할 경우, 이 기류가 총선 공천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걱정하는 것이다. 또 이런 인사는 김 대표가 외쳐온 혁신 명분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반면 최근 공무원연금 및 국회법 개정 문제로 당청 갈등이 증폭됐기 때문에 이 이상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친박 중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현재 권력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미래를 도모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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