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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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를 위한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론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15-04-27 13: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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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슴도치를 위한 정의란 무엇인가

    로널드 드워킨 지음/ 박경신 옮김/ 민음사/ 712쪽/ 3만5000원

    잘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이며, 잘 살고자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이론적으로 기술할 수 있을까. 그는 시도했다. 로널드 드워킨(1931~2013).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법철학자’(‘심플러’ ‘넛지’ 저자 캐스 선스타인이 쓴 추모사 제목)로 불렸던 인물. 안타깝게도 드워킨은 ‘정의론’의 한국어판 출간을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정의론’을 번역한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드워킨의 일생을 가리켜 “법은 정의로움을 지향해야 한다는 주장을 증명하려는 기획”이었다고 했다. ‘법을 통해 정의를 구현한다’는 말이 상투적 수사로 들리는 이 시대에 ‘법과 사회의 정의는 어떤 가치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답하는 데 평생을 바친 대가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원제는 ‘고슴도치를 위한 정의론(Justice for Hedgehogs)’이다. 이 제목은 B.C. 7세기 무렵 그리스 시인 아르킬로코스의 시구 ‘여우는 많은 것을 알지만 고슴도치는 큰 것 하나를 안다’에서 따온 것으로, 흔히 여우는 많은 것을 두루 아는 다재다능형, 고슴도치는 하나의 목표를 집요하게 추구하는 우직한 유형을 가리킬 때 쓰인다. 그러나 저자가 이 말을 인용한 까닭은 고슴도치가 추구하는 ‘큰 것 하나’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저자가 말하는 ‘큰 것’이란 바로 ‘가치’다. 그는 “우리는 삶의 가치를 잘 사는 것(living well)에서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은 남들이 보기에 훌륭한 ‘좋은 삶(good life)’과는 다르다. 그는 잘 살아내기 위해 두 가지 원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첫 번째 원리는 ‘자기 존중의 원리’라고 명명하겠다. 각 사람은 자기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자신의 삶이 낭비된 기회가 되지 않고 성공적인 수행이 되는 것이 중대한 문제임을 그는 받아들여야 한다. 두 번째 원리를 ‘진정성의 원리’라고 부르겠다. 각 사람은 자신의 삶에서 성공의 요건들을 식별해야 할 특별하고 개인적인 책임을 가지고 있으며, 그는 자신이 승인할 일관된 서사를 통해서 그 삶을 창조해야 할 개인적인 책임을 진다.”(332쪽)

    자기 존중은 곧 타인에 대한 ‘도덕’을 요구한다. 저자는 “우리가 모든 사람의 삶이 객관적으로 동일하게 중요하다고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 자신의 삶을 일관되게 객관적으로 중요하게 다룰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잘 사는 것’은 필연적으로 ‘공동체 속에서 잘 사는 것’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독립성, 해석, 윤리, 도덕, 정치라는 5개 키워드를 가지고 ‘어떻게 잘 살 것인가’에 접근한다. “법은 정치적 도덕성의 한 가지(branch)이고, 정치적 도덕성은 개인적 도덕성의 한 가지이며, 개인적 도덕성은 다시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한층 더 일반적인 이론의 한 가지”라는 말 그대로 모든 가치가 통합적이고 상호의존적임을 보여주고자 했다. 저자가 직접 쓴 ‘안내의 글’은 독자에게 이 방대한 저작물에 접근할 용기를 주며, ‘옮긴이의 글’은 저자에 대한 호기심과 경이로움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

    고슴도치를 위한 정의란 무엇인가
    나음보다 다름

    홍성태·조수용 지음/ 북스톤/ 284쪽/ 1만6000원


    ‘경쟁하지 말고 차별화하라’가 이 책 전체를 아우르는 키워드다. 마케팅 석학 홍성태 교수와 브랜딩 전문가 조수용 제이오에이치 대표는 ‘제품’ 차별이 아닌 ‘인식’ 차별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애플 사용자는 스스로 ‘의식 있는 소수’라고 느끼며 ‘아무 생각 없는 대중’과 구분 짓는다. 소비자는 막연하게 좋은 서비스가 아니라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느낄 때 움직인다. 이것이 인식의 차별화다.

    고슴도치를 위한 정의란 무엇인가
    젊은 대한민국사 : 건국

    김원 지음/ 백년동안/ 452쪽/ 1만5000원


    유신이 선포된 다음 해에 태어나 친일세력과 군부독재, 재벌이 망친 한국 현대사를 경멸하며 자라온 저자가 다시 한국사 공부를 시작해 광복 이후 건국사를 정리한 ‘대한민국 정체성 총서’ 첫 권을 펴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당위성이 아닌 현실주의적 시각, 한반도에 갇히지 않는 국제적 시야, 인물에 대한 균형 잡힌 재평가를 통해 현대사를 재조명했다고 밝혔다.

    고슴도치를 위한 정의란 무엇인가
    어떻게 민주주의는 망가지는가

    조슈아 컬랜칙 지음/ 노정태 옮김/ 들녘/ 416쪽/ 2만 원


    빈곤층으로부터 인기를 얻으려는 지도자가 포퓰리즘적 정책을 펼쳐 재선에 성공하지만 각종 비리에 연루된다. 중산층과 엘리트들은 군부 개입을 요청하고 지도자를 축출한다. 빈곤층은 민주화를 외치며 지도자의 복귀를 요구한다. 태국 사태는 더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는 경제위기, 중산층의 배반, 권위주의의 귀환 등 3요소를 분석했다.

    고슴도치를 위한 정의란 무엇인가
    자살에 관한 모든 것

    마르탱 모네스티에 지음/ 한명희 옮김/ 새움/ 392쪽/ 1만7000원


    200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삼키고 죽으려 했던 스페인 왕자, 게임으로 자살할 사람을 고르는 자살클럽 등 동서양 자살 사례를 집대성했다. 자살하는 방법, 자살하는 이유, 자살하는 사람들의 유형, 자살 장소 등 자살에 대한 다양한 사례와 견해를 접할 수 있다. 세상은 자살을 경계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들을 통해 사람들은 살아 있는 ‘나’를 보게 된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책.

    고슴도치를 위한 정의란 무엇인가
    메이요 평전

    헬렌 클래피새틀 지음/ 강구정·강미정 옮김/ 공존/ 704쪽/ 2만5000원


    메이요 클리닉은 미국 내 평가에서 매년 1, 2위를 다투는 병원이다. 미네소타 주 의사인 윌리엄 워럴 메이요와 그의 두 아들이 작은 시골 진료소를 세계 최고 수준의 병원으로 키우기까지 과정을 보여준다. 또한 부자로 죽는 것을 수치로 여겨 은퇴 후 전 재산뿐 아니라 병원 소유권과 경영권까지 내놓은 삼부자의 위대한 나눔 정신을 기렸다.

    고슴도치를 위한 정의란 무엇인가
    유재원의 그리스신화 I

    유재원 지음/ 북촌/ 400쪽/ 2만4000원


    한국외대 그리스학과 교수인 저자가 근 20년 만에 새로 쓴 ‘진짜 그리스신화’. 여기서 ‘진짜’라는 의미는 우리가 읽은 책이 대부분 2세기 이후 로마시대 관점에서 쓰였기 때문이다. 합리주의에 바탕을 둔 로마시대에는 올림포스 신들이 숭배 대상이 아닌 비난 대상으로 전락했다. 저자는 소크라테스가 알고 있던 살아 있는 올림포스 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 6권.

    고슴도치를 위한 정의란 무엇인가
    내 인생의 결산 보고서

    그레고어 아이젠하우어 지음/ 배명자 옮김/ 책세상/ 312쪽/ 1만4000원


    일간지에 10년간 평범한 사람들의 추모기사를 써온 철학자가 타인의 삶과 만나는 과정에서 뽑아낸 10가지 질문이 예사롭지 않다. ‘스스로 생각할 것인가, 남에게 시킬 것인가’ ‘왜 사는가’ ‘나는 행복한가’ ‘죽어서도 살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통해 타인의 생각이 넘쳐나는 시대에 스스로 생각하기를 권하며, 무엇보다 지금 당장 자신의 추모기사를 직접 써볼 것을 권한다.

    고슴도치를 위한 정의란 무엇인가
    미술품 컬렉터들

    김상엽 지음/ 돌베개/ 352쪽/ 1만8000원


    18세기까지 ‘애완’의 대상이던 미술품은 19세기 시장의 ‘상품’이 됐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고미술품 거래와 유통이 본격화됐고, 비로소 명망 있는 수장가들이 등장한다. 근대미술사의 권위자 오세창, 제국주의 협력자이자 문화 애호가 박영철, 치과의사 함석태, 조선판 ‘살롱’의 주인장 장택상, 수장가의 모범 전형필 등을 통해 한국 미술시장의 근원을 돌아본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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