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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인부의 죽음을 수사하라 01

매년 500명씩 사망 근로자 안전 누가 지키나

개발비 꿀꺽하고 자리 나눠 먹는 가설협회…근본 원인 파헤치지 않는 검찰 수사 한계

매년 500명씩 사망 근로자 안전 누가 지키나

매년 500명씩 사망 근로자 안전 누가 지키나

1월 29일 경북 포항시 남구 대도동 세명기독병원 증축공사현장에서 외벽 가시설물(비계)이 무너져 현장 근로자 3명이 부상했다.

3월 25일 오후 경기 용인의 한 도로공사 현장에서 교량상판이 무너져 작업 중이던 근로자 9명이 추락해 1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통삼리 국지도 23호선 3공구 건설현장 교량상판 위에서는 근로자 16명이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이었다. 오후 5시 18분쯤 레미콘에서 쏟아부은 콘크리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가운데 상판을 받치고 있던 동바리와 비계가 무너지면서 11.5m 높이에 있던 교량상판이 내려앉았다. 7명은 대피했지만 9명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추락해 변을 당했다. 경찰은 안전관리를 부실하게 한 책임을 물어 시행사인 LH와 시공사 롯데건설, 하청업체 대도토건 관계자 7명을 형사 입건했다.

비계(飛階·scaffolding)는 사람이나 장비, 자재 등을 올려 작업할 수 있게 임시로 설치하는 가시설물로, 추락 및 낙하 방지망과 계단, 난간 등 안전시설이 포함된다. 화력발전소에서 주로 쓰는 시스템 비계는 대형 보일러 벽체의 상태 점검과 손상 보수를 할 때 근로자들이 현장에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비계와 동바리 등 가설기자재(가설재)의 안전성 인증과 관리 감독 업무는 고용노동부(노동부) 위탁 비영리 사단법인인 ㈔한국가설협회(가설협회)에서 하고 있다.

최근 가설협회 관계자들이 검찰에 무더기로 구속됐다. 울산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부장검사 최호영)는 4월 2일 가설협회의 비리 사건을 수사해 회장 등 임직원 4명을 구속기소하고 기술사 3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국산 시스템 비계 개발 지연, 추락사 이어져

울산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에 따르면 △회장 등 임직원 4명은 한국전력공사 산하 5개 발전사에서 추진하는 ‘시스템 비계 국산화 개발’ 과제의 연구개발비 4억47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를, △회장과 이사는 2013~2015년 비자금을 조성해 회장 활동비로 26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를, △사무국장 및 시험연구소장은 관련 업체들로부터 각각 1000만 원, 1300만 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기술사 3명은 매월 80만 원을 받고 건설안전기술사 자격증을 가설협회에 대여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주간동아’는 지난해 10월(960호 ‘현장 인부 생명 위협 비상식 국산 비계 프로젝트’ 참조) 관련 의혹을 최초 보도하고, 가설협회의 문제점과 노동부 퇴직자들의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에 대해 다룬 바 있다. 당시에도 지적했듯, 가설협회 회장 등 임직원 대부분은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 출신이다. 회장은 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이자 전 중앙노동위원회 상임위원으로 1급 공무원 출신이고, 이사는 전 서울관악고용노동지청 산업안전과장으로 5급 사무관 출신이다. 사무국장과 전 시험연구소장은 각각 안전보건공단 과장과 실장 1급 출신이다.

매년 500명씩 사망 근로자 안전 누가 지키나
또한 가설협회가 건설안전진단 기관으로 선정되려면 건설안전산업기사 이상의 기술사가 5명 필요하나, 검찰 수사 결과 협회 내 해당 자격증 소지자가 3명뿐이라 기술사들에게 자격증을 대여 받아 건설안전진단 기관으로 선정된 사실도 드러났다. 가설협회는 지난해 전문 인력이 아닌 사람이 안전인증을 담당하고 성능 기준이 부적합한 제품에 대해 안전인증서를 발급한 혐의로 노동부로부터 가설재 안전인증 업무 2개월(10월 6일~12월 5일) 정지 처분을 받았다. 노동부가 밝혀낸 성능 기준이 부적합한 제품은 조립식 안전난간 등 9개 품목 총 134건에 달했다. 검찰 조사에서 가설협회에 자격증을 대여해준 것으로 밝혀진 기술사들은 국가기술자격법 위반으로 기술자격이 정지되거나 취소될 것이다.

그러나 가설협회 관계자들은 이번 수사에서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처벌받지 않음은 물론, 노동부에서 문제를 적발했음에도 수개월의 업무정지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기술 인력 기준도 못 채운 가설협회의 안전인증 업무와 인증 제품의 안전성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변을 듣고자 가설협회 측에 수차례 문의하고 메모를 남겼으나 회신을 받지 못했다.

가설협회 관계자들이 횡령한 혐의를 받는 4억4700만 원은 ‘시스템 비계 국산화 개발’ 과제의 연구개발비였다. ‘시스템 비계 국산화 개발’이 이뤄진 건 2012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3월 27일 충남 보령시 오천면 오포리 한국중부발전 보령화력발전소 내 공사 현장에서 비계가 무너져 작업 중이던 근로자들이 추락해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10시 45분쯤 보령화력발전소 5호기 보일러 내부에서 계획예방정비 작업을 하던 근로자들은 현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치해놓은 비계가 무너지면서 40여m 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3명이 사망하고 1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새로 개발되는 시스템 비계도 안전성 의문

현재 국내에서 사용하는 보일러 전용 시스템 비계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보령화력발전소 내 비계 붕괴 사고로 현장 인부 수십 명이 죽거나 다치자 노동부는 조사에 나서 아일랜드산 시스템 비계(2011년 3월 24일 이후 제작, 수입)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한 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임을 밝혀냈다. 이에 5개 발전사(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는 국내 안전인증 규정에 적합하고 안전성이 우수한 보일러 전용 국산 시스템 비계를 개발하기로 결정했고, 총사업비 15억7000만 원을 들여 2013년 2월 15일 국산 시스템 비계 개발 연구 사업을 공동 발주해 담당 수행기관으로 가설협회를 선정했다.

노동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공사 가설재의 검사와 인증을 담당하는 가설협회가 가설재 개발 수행기관이 되자 업계에서는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당시 가설협회는 중소알루미늄 제조회사 A사 측에 시스템 비계 제작을 맡겼으나 대금 지급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1차로 비계 시제품 제작을 맡았던 A사 측은 “가설협회로부터 비계 제작비를 받지 못한 데다 일방적으로 제작에서도 배제됐다”며 ‘추가 제작비를 지급하라’는 요지의 내용증명을 가설협회 측에 보냈다. A사 관계자는 “개발비 중 일부로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 측에 인사해야 하니 법인통장과 도장을 달라고 해서 건네준 적이 있다. 회사 법인카드를 가설협회 사무국장이 받아 사용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A사의 법인계좌 거래 내용을 살펴보면 돈이 대부분 가설협회에서 A사 계좌로 입금되자마자 즉시 현금 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연 이 돈은 어디로 흘러갔을까.

한편 A사에 이어 새롭게 국산 시스템 비계 제작을 맡은 대기업 B사는 1999년부터 올해 5월 22일까지 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가설재(알루미늄 파이프 서포트)를 제조, 유통해오다 노동부에 적발된 업체라 논란이 됐다. A사가 연구에서 배제된 게 지난해 4월, 5개 발전사가 가설협회로부터 시제품 제작사가 바뀌었다는 통보를 받은 게 6월. B사가 가설협회로부터 자사 제품 사후 안전인증을 받은 시점은 5월 23일이었다. 가설협회는 B사가 미인증 가설재를 10년 넘게 사용한 사실을 알고, 이를 사후 인증을 해준 다음 시스템 비계 2차 시제품 제작을 맡겼다는 결론이 나온다. 노동부는 B사를 담당하던 노동부 평택고용노동지청이 문제를 적발하자 ‘사후 안전인증 절차를 거쳐 안전성 등이 확인됐다면 수거, 파기 명령 조치를 할 필요는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려보내기도 했다.

5개 발전사가 시스템 비계를 개발하기로 한 건 국내 인증 규정에 맞는 안전한 비계를 만들어 작업자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표준화 및 상용화 기술 확보로 해외 수출도 지원하기 위함이었으나, 가설협회에서는 이미 연구비 일부를 횡령해 소진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3월 보령화력발전소 3호기 계획예방정비 작업에 사용될 예정이던 국산 시스템 비계의 개발과 현장 투입은 또다시 미뤄졌다. 화력발전소들은 2011년 이전 수입된 시스템 비계로 계획예방정비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노후화된 비계를 대체할 국산 신형 비계의 도입이 시급하다.

매년 500명씩 사망 근로자 안전 누가 지키나

3월 25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통삼리의 한 도로건설 공사장에서 교량상판이 무너져 작업 중이던 근로자 9명이 10여m 높이에서 추락해 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검찰 수사는 빙산의 일각?

한국중부발전 관계자는 “가설협회 쪽에서 시스템 비계 개발 기간을 늦춰달라고 해서 올해 안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연구비는 대안이 없다. 다시 사업을 새로 시작하려면 2년 가까이 걸려 개발이 너무 늦어진다. 내부적으로 연구개발(R&D) 관련 부서에서 가설협회 측에 페널티를 주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제품 제작을 맡은 B사의 사후 인증 논란에 대해서는 “B사는 시제품만 제작하고 시공사는 다른 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완성될 비계 위에서 일할 근로자는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노동부에서 전례 없는 사후 인증에 대한 유권해석까지 해가며 B사의 문제를 묵살한 것이다. 이렇게 허술하게 인증된 제품을 쓰면 직접적인 피해는 근로자가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설협회에 로비 안 한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려울 것이다. 나도 가설협회 회장에게 골프 접대를 수차례 했다”며 “가설협회가 인증을 내주지 않으면 회사가 도산하는 상황에서 유혹에 빠지지 않을 기업이 몇이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노동부는 가설협회가 제조업체를 안전인증으로, 임대업체를 등록제로 압박해 업계를 장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제공하고 있다. 안전인증서나 등록증이 없으면 사실상 사업이 불가능한 데다, 불법·불량 가설재의 온상이자 가설재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가설재 임대업체에게 실시하는 중고 재사용 가설재 등록제를 유일하게 수행하는 기관이 가설협회이기 때문에 협회에 밉보일 경우 사업 존폐까지 갈릴 수 있을 정도”라고 주장했다.

의혹이 산재해 있는데도 검찰은 수사를 전 방위로 확대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검찰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임직원이 대부분 노동부, 안전보건공단 출신이라 노동부, 고용노동청 담당자들이 가설협회를 엄격하게 감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으나, 본 건 수사로 민관유착 비리를 근절하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음에도 윗선이나 기타 업체로까지 수사가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에서는 관련 사건에 대해 “수사는 종료된 상태다. (노동부에 대해서는) 죄가 돼야 기소할 수 있지, 부당하다고만 해서 기소할 수는 없는 상태다. 정황이 있으면 수사를 확대해나가겠으나 현재까지는 형법상으로 죄가 되는 부분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관련 사안에 대해 수사를 받은 사실이 없다. 비계 연구는 5개 발전사와 가설협회 간 문제로 국가 사무를 위탁한 범위를 벗어나서 연구용역을 한 것이라 노동부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가설협회가 진행한 시스템 비계 개발에 대해서는 “가설협회에서 3월 말까지 연구를 마무리하기로 했는데 발전소 측과 협의해 연구용역 기간을 연장하는 쪽으로 이야기가 된 것으로 안다. 발전소 노내 시스템 비계 제작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다. 가급적 잘 매듭짓길 바라지만 노동부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처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매년 건설현장에서 500명씩 죽는데…

매년 500명씩 사망 근로자 안전 누가 지키나

고용노동부의 관리 감독 소홀과 검찰의 미진한 수사 종결은 또 다른 관피아가 활개 칠 토대를 만들어주고 있다.

2012년 사고 당시 관련자 처벌이나 사망 또는 부상한 근로자에 대해 보상이 이뤄졌는지 알아봤다. 한국중부발전 관계자는 “당시 사고에 대해 관계자들이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를 받았고, 안전관리 소홀 등으로 현장 관계자에게는 벌금형이 나왔다”며 “근로자들은 산재 처리됐고, 한국중부발전과 도급사가 함께 보상해줬다. 시공사 측이 작업 시간을 단축하려고 부자재 시공을 제대로 안 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형사처벌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보일러 정비 용역업체였던 한전KPS 관계자는 “현장 관계자들이 벌금형을 받았다”고 밝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이 지난해 5개 발전사로부터 제출받은 ‘발전소 내 안전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총 136명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부상자는 115명, 사망자는 21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대부분은 추락사(21명 중 16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안전보건공단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3년 산업현장에서 업무상 사고로 사망한 근로자는 1001명이었다. 이 중 건설업이 480명(48.0%)으로 가장 많았다. 480명 중 사람 떨어짐(추락)으로 인한 사망 재해자는 266명으로 전체의 55.4%였다. 다음으로 맞음(물체) 47명(9.8%), 부딪힘(충돌) 35명(7.3%), 무너짐(붕괴) 34명(7.1%), 깔림(물체)·넘어짐(사람) 32명(6.7%) 순으로 나타났다. 2명 중 1명은 추락으로 사망한 것이다. 건설업에서 추락 사망자 266명에 대한 특성을 분석한 결과 비계 등 가설구조물에서 떨어진 경우가 77명(28.9%), 건물 대들보 및 철골 등 기타 구조물에서 떨어진 경우가 70명(13.9%), 개구부 등 지면에서 떨어져 사망한 재해자 수는 37명(13.9%)이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제23조(안전조치) 1항부터 3항까지 또는 제24조(보건조치) 1항을 위반해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도급사의 경우 제29조(도급사업 시의 안전·보건조치) 1항 또는 4항을 위반한 자는 5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 수년의 징역형이 선고되는 일은 거의 없고,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잦은 사고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산재(산업재해) 위험 직종 실태조사’를 발표하며 △외부에서 일시적으로 작업하는 하도급 업체는 발주처가 가진 정보를 잘 모르고 △불공정한 계약 관계와 △발주처가 묵인하는 불법하도급 때문에 전문 건설업체의 사업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도급 구조가 지나치게 중층화되다 보니 무리한 공기 단축 및 인건비 절감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산재와 부실시공 증가라는 악순환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마저도 건설현장에서 사고가 나면 근로자 과실로 결론짓거나 산재 처리를 해주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누구도 현장 근로자의 죽음에 대해서는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 것이다. 노동부의 관리 감독 소홀과 검찰의 미진한 수사 종결로 오늘도 인부들은 죽음을 밟고 서 있다.



주간동아 2015.04.20 984호 (p24~27)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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