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9

2015.03.16

선거구제 개편 군소정당 볕드나

통진당 해산 이후 진보진영 연대 움직임 활발…천정배 단일화 여부 주목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5-03-13 17: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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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구제 개편 군소정당 볕드나

    3월 9일 천정배 전 의원이 4 · 29 재 · 보궐선거 광주 서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2월 17일 기준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등록된 정당은 모두 16곳. 이 가운데 국회의원을 배출한 원내정당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새정연), 정의당 등 3곳뿐이다. 원외정당 가운데는 공화당, 민주당, 한나라당 등 과거 한국 정치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익숙한 정당이 여전히 등록돼 있다. 2·8 전당대회를 앞두고 새정연 일각에서 ‘당명을 민주당으로 바꾸자’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선관위에 민주당이란 당명이 등록돼 있어 새정연이 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꾸려면 선관위에 등록된 민주당과 당 대 당 통합을 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등록정당 16곳뿐 아니라 창당을 위해 준비위원회 결성을 선관위에 신고한 곳도 5곳에 이른다. 이들이 일정 기한 내에 시도당 구성 등 창당 요건을 완료하면 등록정당이 된다. 정동영 전 새정연 고문 등이 창당을 주도하는 국민모임 신당 등도 앞으로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을 선관위에 신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회 정치는 기본적으로 국회의사당 안에서 입법 활동에 참여하는 정당을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원외정당은 평소 언론과 국민의 주목을 끌기 어렵다. 원내 진출을 진정한 의미에서 정치의 시작이라고 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선관위의 선거구제 개편안

    의석 분포로 보면 우리 정치는 새누리당과 제1야당 새정연이 양분하고, 여기에 5석의 정의당이 제3 정당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의석 분포는 총선에 나타난 유권자 표심과 다르다는 지적이 많다.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어 최다 득표로 당선한 1위 득표자를 제외하고 나머지 후보자에게 기표한 표가 모두 사표로 처리되기 때문.



    선관위는 이 같은 표심 왜곡 현상을 바로잡고자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눈 뒤 국회의원 정수를 권역별 인구에 따라 배분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안을 2월 말 국회에 제안했다. 전국적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현행 선거법을, 권역별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는 것으로 바꾸기만 해도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 간 편차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군소정당의 원내 진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1위 득표 외 후보자에게 기표한 유효표가 모두 무의미해지는 소선거구제는 사표가 많아 군소정당의 원내 진출에 제약이 되고 있다”며 “선관위 제안처럼 권역별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면 여러 정당이 원내에 진출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관위는 또한 지역주의 완화를 위해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자도 권역별 비례대표 후보로 동시에 등록할 수 있는 이른바 석패율제를 도입하는 내용도 함께 제안했다. 석패율제는 같은 권역에서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자가 다시 비례대표 후보자로 입후보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지역구에서 낙선하더라도 득표율이 높은 후보자가 비례대표로 당선할 수 있게 한 제도다. 그렇게 되면 정치적 불리함을 안고 열세 지역에 출마해 최선을 다한 후보자를 구제할 수 있다. 선관위 제안이 그대로 선거구제 개편으로 이어질지는 국회 논의 과정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미 선거구제 개편을 염두에 둔 이합집산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으로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 진보진영에서 새판 짜기에 일찌감치 나선 모습이다. 거기에 2·8 전당대회에서 친노(친노무현)를 대표하는 문재인 체제가 들어서자 야권의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 일각에서 ‘비노’(비노무현) 이탈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두 흐름의 중심에는 1월 새정연을 탈당한 뒤 ‘국민모임’을 중심으로 창당 준비에 나선 정동영 전 고문이 있다. 정 전 고문은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 자신의 주요 지지기반인 전북을 중심으로 창당 발기인을 모으고 있다. 또한 천정배 전 의원이 새정연을 탈당, 무소속으로 4·29 재·보궐선거(재보선) 광주 서을에 출마함으로써 정치권 새판 짜기의 주요 변수로 등장했다. 그의 당락에 따라 새판 짜기에 동력이 생길 수도 있고, 아니면 찻잔 속 미풍으로 사그라질 수도 있다.

    야권 한 인사는 “만약 천정배 전 의원이 재보선에서 당선하면 야권 재편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며 “진보진영의 통합 움직임과 호남 대안 세력의 출현이 맞물려 제3세력의 출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선거구제 개편 군소정당 볕드나

    2월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의당 천호선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와 김세균 국민모임 공동위원장(왼쪽에서 네 번째)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또다시 재연된 진보진영 이합집산

    역대 선거에서 진보진영은 많게는 10%, 적게는 3% 안팎의 꾸준한 지지를 받아왔다. 3% 지지율이 커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대통령선거(대선)와 총선에서 당락을 가르는 지지율 격차가 3% 내외였다는 점에서 캐스팅보트 구실을 할 수 있는 ‘작지만 중요한’ 지지율이다.

    진보진영의 원내 진출은 2004년 총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기반으로 한 민주노동당(민노당)이 지역구 2석과 정당 득표율 13.1%로 비례대표 8석을 획득하며 진보정당 최초로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민노당은 당내 자주파와 평등파 간 갈등으로 2004년 총선 이후 총선과 대선을 거칠 때마다 매번 이합집산을 되풀이했다. 2008년 2월, 18대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심상정, 노회찬 등 민중민주계열 당원 상당수가 민노당을 탈당해 진보신당을 창당했다. 그러나 민노당은 진보신당의 분당에도 18대 총선에서 지역구 2석, 전국구 3석을 얻어 명맥을 이어갔다. 그러다 2012년 1월 19대 총선을 석 달 앞두고 민노당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끌던 국민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와 함께 통합진보당을 출범했다. 새진보통합연대는 진보신당에 합류했던 이들 가운데 다시 통합을 명분으로 탈당한 이들이다.

    2016년 20대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진보진영은 다시 통합과 연대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다. 정의당과 국민모임 신당 등은 4월 재보선에서 큰 틀의 연대 방침을 밝히고 있다. 광주 서을에 출마한 천정배 전 의원 중심의 연대와 단일화 논의가 하나의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들 진보진영의 연대는 내년 총선 연대와 통합을 향한 첫걸음과도 같다. 독자적으로 새누리당과 새정연의 양강 구도를 뚫기 어려운 이들이 힘을 합해 제3세력으로 맞서려는 것. 여기에 옛 민노당 평등파로 2012년 총선 때 통합진보당에 합류하지 않았던 이들로 구성된 노동당도 1월 말 새 당대표로 ‘진보 대결집’을 앞세운 통합파 나경채 후보를 선출했다. 나 대표는 당대표 선거 당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해 정의당과 국민모임 신당 등 진보 대결집을 주장했다. 국민모임 신당과 정의당, 노동당 등 저마다 진보를 표방한 이들이 20대 총선을 앞두고 단일대오를 형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 시험대는 4월 재보선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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