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1

2015.01.12

방송 출연 일반인 사생활 검증 비상

에네스 카야, 장위안 등 줄줄이 추문…제작진 “위기관리 시스템 마련 중”

  • 배선영 텐아시아 기자 sypova@tenasia.co.kr

    입력2015-01-12 1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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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출연 일반인 사생활 검증 비상
    지난해 승승장구하던 종합편성채널 JTBC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의 발목을 잡은 것은 출연자 중 한 명이었다. 이 프로그램으로 큰 인기를 누리던 터키 출신 방송인 에네스 카야가 불미스러운 루머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반듯한 이미지로 ‘터키 유생’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카야의 사생활이 방송에서 보인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는 폭로가 이어진 게 계기였다. 비난이 거세지자 그는 불명예 속에서 프로그램을 떠나야 했고, 제작진은 뒷수습으로 한동안 몸살을 앓았다. 그를 출연자로 발탁해 외국에서 녹화까지 진행한 케이블채널 채널CGV의 ‘로케이션 in 아메리카’에도 불똥이 튀어 첫 방송이 연기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방송과 실제 모습 너무 달라

    최근 ‘비정상회담’의 또 다른 출연자 장위안 역시 방송을 통해 보이는 모습과 실제 생활이 다르다는 이야기가 나와 눈길을 끈다. 장위안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순수하고 반듯한 이미지를 얻었다. 한국어를 한국인보다 더 유창하게 구사하는 다른 외국인 출연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눌한 말솜씨와 전문 방송인의 노련함과는 거리가 먼 어수룩한 모습 덕분이다. 또 그가 중국 방송국 아나운서 출신이라는 점도 좋은 이미지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그가 중국어 강사로 근무했던 서울 강남구 소재 A어학원 관계자는 “방송 이미지와 실제 우리가 경험한 장위안이라는 사람이 달라 TV를 보는 것이 불편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장위안은 지난해 11월까지 3년간 A어학원에서 일했다. 그러나 무단결근을 하고 지각도 반복해 수강생들의 불만이 많았으며, 이로 인해 학원 측도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는 것. 어학원 관계자가 공개한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무단결강 기록을 보면 장위안은 8월 6일과 27~30일, 9월 1~2일, 10월 21일 수업을 하지 않았다. 그는 “일반인도 아닌, 대학입시를 앞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인데 장위안이 무단으로 수차례 결근하고 지각도 해서 학생들이 입은 피해가 크다. 학원 측에서 수강료를 환불해줬지만 금전적으로 보상이 불가능한 피해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수강생 합격률이 전년보다 떨어진 것은 물론이고 수강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장위안 측의 해명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아무런 답도 듣지 못했다. 장위안은 지난해 A어학원과의 계약이 만료된 뒤 다른 학원으로 자리를 옮겨 강사로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증하기 어려운 외국인 출연자의 도덕성 논란은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 2013년에는 KBS 2TV ‘미녀들의 수다’로 큰 인기를 얻었던 미국인 비앙카 모블리가 대마초 흡연 혐의로 기소됐지만, 검찰이 출국금지조치를 갱신하지 않은 틈을 타 미국으로 돌아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그는 자진 입국을 권유하는 검찰 쪽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외국인이 아닌 국내 일반인이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 KBS 2TV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나 지금은 폐지된 SBS ‘짝’도 비슷한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방송을 통해 소개된 출연자의 이야기와 사뭇 다른 실상이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폭로되면서 수차례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일반인을 주인공으로 삼는 오디션프로그램도 이런 문제를 자주 겪는다. 그때마다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은 일반인 출연자의 과거사나 개인 행적을 일일이 검증하기 어렵다며 한숨을 내쉰다.

    방송 출연 일반인 사생활 검증 비상

    JTBC ‘비정상회담’출연자 장위안(왼쪽)과 SBS ‘스타부부쇼 자기야’에 출연했던 양원경, 박현정 씨.

    리얼 버라이어티에 이어 관찰예능 전성시대가 찾아오면서 예능프로그램 제작진은 좀 더 ‘날것’에 가까운 일상의 모습을 건지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복되는 사고는 TV 프로그램이 만들어낸 출연자의 이미지가 허상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갖게 만든다. 이와 관련해 일반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한 예능 PD는 “그럼에도 스타들의 사생활 폭로나 신변잡기가 더는 대중의 이목을 잡아끌지 못하는 시대에 일반인을 예능에 끌어들이려는 시도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PD는 또 “연예인 출연자도 방송에서의 모습과 사생활이 다르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관찰예능 전성시대의 명암

    실제로 연예인이나 유명인 부부가 출연해 자신들의 속내를 털어놓는 형태의 토크쇼 SBS ‘자기야 - 백년손님’의 경우, 출연자들이 방송에서는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갈등을 순조롭게 해결해나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실제로는 줄줄이 이혼하는 바람에 진통을 앓았고 결국 프로그램 포맷이 바뀌었다.

    최근 예능 PD 사이에서는 이런 문제를 예방하는 것보다 위기관리와 대처에 힘을 쏟자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이는 분위기다. 지상파의 한 예능 PD는 “사생활 문제는 연예인이든 비연예인이든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잘 관리해 프로그램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견고하게 만드는 것이 제작진의 몫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출연자를 둘러싼 크고 작은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대다수 예능 PD는 방송을 통해 만들어진 출연자의 이미지가 100% 허상이라는 지적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한다. 편집을 통해 출연자의 이미지를 호감형으로 만들 수 있고, 역으로 악마의 편집을 통해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 모든 것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예능 작가는 “에네스 카야 같은 사건이 터지면 그를 발탁하고 신뢰했던 제작진 역시 큰 상처를 받는다. 출연자를 다각도로 관찰해 받은 인상과 감동을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제작진이 할 일이고, 그것에 충실한 결과가 바로 방송 프로그램인데 예기치 못한 사고가 터지면 제작진도 상당한 충격을 받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지만 TV가 대중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매체인 만큼, 출연자 섭외부터 방송까지 전 과정에서 제작진의 사회적 책임은 클 수밖에 없다는 인식 역시 대다수 PD가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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