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1

2015.01.12

니카라과 VS 파나마 운하전쟁

中 중남미 교두보 확보, 미국 해상물류 패권에 도전장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15-01-12 11: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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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카라과 VS 파나마 운하전쟁

    파나마 미라플로레스 방문센터의 4층 전망대에서 관광객들이 파나마 운하의 갑문 수로 안으로 들어오는 대형 선박을 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니카라과 운하 건설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중남미에서 21세기 운하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니카라과 정부는 태평양 연안 브리토에서 시작해 니카라과 호수를 가로질러 대서양 카리브해 연안 푼타 고르다까지 총 278km에 달하는 운하를 건설한다. 폭이 좁은 곳은 230m, 넓은 곳은 500m에 달하고 깊이는 27.6m에 이르는 대형 공사다.

    시공을 맡은 업체는 중국 통신장비 제조업체 신웨이공사의 왕징 회장이 소유한 홍콩니카라과운하개발(HKND)이다. HKND는 건설권과 함께 100년 운영권도 확보했다. 공사비는 500억 달러 안팎으로 추정되지만, 향후 더 많은 자금이 소요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HKND 측은 2020년 운영을 목표로 5년 내에 공사를 마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왕 회장은 기공식에서 “니카라과 운하는 인류 역사상 최대 프로젝트”라며 “전 세계 해상 물류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은 새 운하가 기존 파나마 운하에 상당한 위협이 되리라는 점. 니카라과 운하는 길이 77km, 깊이 21m인 파나마 운하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통과할 수 있는 선박의 총중량이 25만t에 달한다. 최대 7만9000t의 선박이 오가는 파마나 운하에 비해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미국 앞마당에서 영향력 키우는 중국

    태평양 연안 발보아와 카리브 해 연안 크리스토발을 잇는 파나마 운하는 지난해 8월 15일로 개통 100주년이 됐다. 그간 세계 해상무역 발전에 크게 기여해온 이 운하에는 연간 1만5000척 남짓의 선박이 오간다. 세계 교역량의 5%가 이곳을 거치는 셈. 파나마는 인구 380만의 작은 나라지만 운하 덕에 경제적으로 상당한 이득을 얻어왔다. 85년간 운하를 운영했던 미국 정부가 이를 파나마 정부에 이양한 게 1999년 말. 파나마 정부는 2014년 한 해에만 통행료로 24억1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파나마 측은 니카라과 운하가 완성되면 이러한 수익 규모에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현재 파나마 운하에선 화물선이 100여 척까지 대기하는 일이 흔하기 때문. 더욱이 니카라과 운하는 아시아와 미국 동부를 연결하는 항로가 훨씬 짧다. 파나마 정부로선 신경이 곤두서는 대목이다.

    니카라과 운하는 사실상 중국이 건설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왕 회장은 중국 정부와는 전혀 관계없는 순수한 비즈니스라고 거듭 주장하지만, 이렇듯 거대한 프로젝트에 중국 당국이 승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나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중국이 중남미 운하 건설에 뛰어든 이유는 지금으로선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유일한 해상운송 관문인 파나마 운하 대신 별도의 통로를 확보하는 일이 이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새 운하가 건설되면 중국은 중남미 각국으로부터 자국까지 연결되는 에너지 수송로를 직접 확보할 수 있다. 이미 중국은 중남미의 대표적인 반미국가인 베네수엘라로부터 상당량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니카라과도 베네수엘라와 마찬가지로 반미국가로 분류된다. 한마디로 니카라과 운하는 중국의 중남미 진출 교두보인 셈이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이 지역의 풍부한 천연자원에 눈독을 들여왔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같은 주요 국가의 핵심 교역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제는 미국 ‘앞마당’이라 할 수 있는 중남미의 해상물류 허브를 통제함으로써 미국을 견제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당초 니카라과 운하 건설을 구상했던 국가는 중남미 대부분을 식민 지배했던 스페인이다. 스페인은 18세기부터 운하를 건설할 지역으로 파나마, 니카라과,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 북부 등 세 곳을 점찍어 놓았다. 그러나 중남미 국가가 대거 독립하면서 니카라과 운하 건설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니카라과 VS 파나마 운하전쟁
    제2 수에즈 운하에도 눈독

    이후 운하 건설에 관심을 보인 국가는 미국이었다. 1898년 스페인과 전쟁을 치를 당시 태평양에 주둔한 해군을 마젤란 해협을 돌아 스페인 해군이 포진한 카리브 해로 이동시키는 데 석 달이나 걸렸던 미국은 운하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1901년부터 니카라과 운하 건설 계획을 추진했다. 이 계획이 운하 예정지 인근의 화산 폭발로 무산되자 프랑스가 시작했던 파나마 운하 건설 사업을 인수해 1914년 개통한 것. 이후 파나마 운하는 미국이 해군력을 대서양과 태평양으로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했고, 글로벌 파워로 자리 잡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미국이 그동안 해상물류 패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 역시 파나마 운하 덕분이다.

    새 운하 건설 계획이 공식화된 이후 파나마 정부도 운하 확장 공사에 나섰다. 2009년부터 시작된 파나마 운하 확장 공사는 2016년 완공될 계획. 확장의 주된 이유는 폭이 40m 이상인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선이 이 운하를 지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확장 공사 전체 비용 53억 달러(약 5조4200억 원) 중 가장 많은 9억 달러를 지원한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전력 부족을 천연가스 발전으로 충당하고 있는 일본은 파나마 운하를 통해 미국의 셰일가스를 수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 일본 정부는 2017년부터 미국 동부와 남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셰일가스를 본국으로 수송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앞으로 전개될 니카라과 운하와 파나마 운하 간 경쟁이 중국과 미국의 해상물류 패권과 맞물려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또 다른 이유다.

    한편 중국은 이집트가 추진하는 제2의 수에즈 운하에도 관심을 보인다. 이집트는 기존 운하와 평행하게 길이 72km의 운하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40억~90억 달러에 달하는 공사자금이 부족해지자 중국 정부에 투자를 요청한 상황이다.

    현재로선 중국이 이 제안을 뿌리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제2 수에즈 운하 운영권을 따낸다면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 니카라과에 이어 제2 수에즈 운하까지 통제한다면 글로벌 해상물류에서 중국의 비중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커져만 가는 중국의 야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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