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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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레임덕’ 더 빨라진다

美 중간선거 공화당 압승 8년 만에 여소야대 정국

  • 신석호·이승헌 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 kyle@donga.com

    입력2014-11-10 13: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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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4일(현지시간) 실시된 미국 중간선거는 공화당을 위한 잔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화당이 연방 상·하원을 동시에 석권하면서 압승했기 때문이다.

    한국 시간 11월 6일 0시 현재 전체 100석 중 36석을 대상으로 한 상원의원(임기 6년) 선거에서 공화당은 경합 주 13곳(민주당 소속 10곳, 공화당 소속 3곳) 가운데 10곳을 차지하면서 과반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공화당은 52석, 민주당은 45석을 거머쥐었으며 3곳은 아직 결과가 확정되지 않았다.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루이지애나 주는 다음 달 6일 2차 투표를 치르게 됐다.

    435석 전체를 대상으로 실시된 하원의원(임기 2년) 선거에서는 같은 시간까지 공화당은 243석을 얻어 175석에 그친 민주당을 누르고 역시 과반을 확보해 다수당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동시 장악하면서 2006년 이후 8년 만에 여소야대가 형성돼 집권 6년 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 현상이 심화하고 당분간 이민개혁법 등을 놓고 공화당과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방 상·하원 동시 석권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후 민주당에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11월 4일 한 지역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 가운데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후 56년 만에 중간선거에서 두 번 연속 패배한 점을 스스로 인정했다. 미 대통령이 하원 중간선거에서 연이어 진 것은 해리 트루먼 대통령(민주당·1945~53년 재임)과 아이젠하워 대통령(공화당·1953~61년 재임) 이후 처음이다.

    4년 전 선거에서 민주당은 공화당에 하원 63석을 내주며 다수당 지위를 잃었다. 당시 민주당은 상원에선 6석을 잃으며 가까스로 다수당 자리를 지켰으나 이번에는 상원에서도 다수당을 내주는 참패를 당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 수행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는 선거에서 연속으로 ‘잘 못했다’는 성적표를 받은 셈이다.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해도 성적이 나쁘다. 재선 임기 2년을 남기고 상·하원을 모두 잃어 여소야대 대통령이 됐다는 점에서 자신이 그토록 비판했던 정적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 신세가 됐다. 부시 전 대통령도 2006년 여소야대 대통령이 됐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하원 성적은 1974년 중간선거에서 하원 43석을 잃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94년 중간선거에서 하원 54석을 잃은 빌 클린턴 대통령과 맞먹는 패배라고 ‘뉴욕타임스’는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제 국정운영 동력을 더욱 잃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중간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이민법 개혁, 온실가스 규제 등 ‘오바마 이슈’를 의회 협조가 필요 없는 행정명령을 통해 추진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이민법 개혁을 강행하면 대통령 제소로 맞서겠다고 공화당이 공언한 만큼 새 의회가 구성되면 정치적 파열음이 커질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에 일부 양보하면서 최소한의 ‘오바마 이슈’를 챙기는 ‘투 트랙’ 전략으로 국정운영 방식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싱크탱크인 ‘초당적정책센터(BPC)’ 존 포티어 선임연구원은 “대통령이 법인세 인하, 사회간접자본(SOC) 확대 등에서 공화당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원하는 것을 가져오는 ‘그랜드바겐(대타협)’을 이뤄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국정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참모진과 내각 일부를 개편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외교안보 라인 교체를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교체 대상으로는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케리 국무부 장관, 척 헤이글 국방부 장관 등이 자주 거론된다. 헤이글 장관이 이달 중순 예정됐던 베트남, 미얀마 방문을 돌연 연기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개편설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외교안보 라인이 부분 개편되더라도 당장 북한 문제 등 한반도 정책 변화로 이어질 개연성은 높지 않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공화당은 (그동안 경색됐던) 북한 상대의 외교적 노선을 새로 모색하는 데 매우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북한이 추가 미사일 시험발사 등에 나선다면 공화당 주도의 의회가 더 강경한 대북정책을 행정부에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 싱크탱크인 한미경제연구소(KEI)의 도널드 만줄로 소장(전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은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북한제재 강화 법안(HR1771)을 통과시킬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4월 에드 로이스 연방 하원 외교위원장이 발의한 이 법안은 북한 김정은 정권의 돈줄을 죄는 내용이 핵심. 이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및 인권 문제를 다루는 대화로 복귀시키겠다는 것이다. 올해 7월 하원 본회의를 만장일치로 통과했는데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하면서 올해 또는 내년 상·하원 동시 통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반도 정책 큰 변화 없을 듯

    만줄로 소장은 또 “공화당이 이끄는 상원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무역촉진권한(TPA)을 부여하는 데 더 우호적일 것”이라며 “이 권한은 한국이 가입을 고려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 결과를 실행하는 데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은 ‘TPA 없이는 TPP 타결이 불가능하다’며 상원을 압박해왔다. 상원이 TPA를 처리하면 그만큼 미 의회가 TPP를 받아들일 공산이 커진다는 것이다. 만약 TPA가 현 의회의 레임덕으로 내년 중반까지 처리가 지연되면 TPP 협상도 정체되고 한국이 협상 종료 전 가입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만줄로 소장은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기존 대북정책과 경제통상정책에 큰 변화가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북정책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 중요 이슈들은 이미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 공화 양당의 초당적 합의 아래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 연방 상·하원의 지한파 의원들은 무난하게 자리를 지켰다. 지한파 모임인 ‘코리아코커스’ 상원 공동의장인 제임스 인호프 의원(공화·오클라호마)은 민주당 후보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코리아코커스 하원 공동의장인 제리 코널리(민주·버지니아), 로레타 산체스(민주·캘리포니아), 마이크 켈리(공화·펜실베이니아), 피터 로스컴 의원(공화·일리노이) 등 4명도 수성에 성공했다.

    평소 북한 인권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한반도 관련 이슈에서 한국 편에 서온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공화·캘리포니아)도 거뜬히 당선했다. 2007년 연방 하원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발의했던 마이크 혼다 하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은 민주당 경선에서 맞붙었던 로 카나 후보를 눌렀다.

    6·25전쟁 참전용사 출신으로 22선 경력을 자랑하면서 미국 의회 내 지한파 거두 구실을 해온 찰스 랭걸 하원의원(민주·뉴욕)도 23선에 성공했다. 그는 민주당 예비경선을 어렵게 통과했지만 본선에서는 민주당 텃밭 효과를 봤다. ‘친한파(親韓派)’ 제리 코널리 의원(민주)은 버지니아 주 11지역구에서 당선됐다. 메릴랜드 주지사 선거에서는 한국계 부인(유미 호건)을 둔 공화당 래리 호건 후보가 ‘제2 오바마’를 꿈꾸는 민주당 흑인 후보 앤서니 브라운 부지사를 물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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