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5

2014.09.22

“튀어야 산다” 카페의 무한 변신

프러포즈·룸·암흑 등 독특한 콘셉트 내세운 곳 잇따라 등장

  •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입력2014-09-22 1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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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튀어야 산다” 카페의 무한 변신

    서울 마포구의 프러포즈 카페 ‘러브 액추얼리’에서 1주년 기념 이벤트를 한 최원호, 이민희 커플.

    9월 15일 오후 7시 30분, 젊은 남녀 한 쌍이 ‘○○ Aesthetic(에스테틱)’이라고 적힌 가게 유리문을 밀고 들어왔다. 숍 매니저가 두 사람을 맞았다.

    “마사지받으러 오셨죠? 옷 갈아입으셔야 하니까 여자분 먼저 룸으로 안내해드릴게요.”

    여자가 방 안으로 들어서자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벽면에 걸린 대형 스크린에서 자신과 남자친구가 데이트하는 모습이 담긴 슬라이드 쇼가 펼쳐졌다. 10여 분 뒤 꽃다발을 든 남자가 웃으며 방 안으로 들어섰다. 이 모든 것은 남자가 여자를 위해 마련한 깜짝 이벤트였다.

    2명이 숍에 들어서고 한 시간여 뒤 ‘커플 1주년 기념 이벤트’를 막 끝낸 이들과 마주 앉았다. 감동이 채 가시지 않은 표정의 이민희(27) 씨는 “오빠와 사귀면서 함께 마사지 숍에 가본 적이 없는데 갑자기 마사지 쿠폰을 내밀면서 가보자고 해 웬일인가 했다. 나 몰래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동안 못되게 군 적이 많았는데 영상을 보면서 반성을 많이 했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했다. 남자친구 최원호(29) 씨는 “1주년을 어떻게 기념할지 많이 고민했다. 혼자서 몰래 이벤트를 준비하면서 설레고 재미있었다”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휴식에서 개성 있는 공간으로



    깜짝 이벤트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에스테틱 숍’과 ‘마사지 쿠폰 발송’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프러포즈(이벤트) 카페’로 불리는 이곳, ‘러브 액추얼리(Love Actually)’의 김재우(34) 대표다. 패키지 디자이너이자 디자인회사 대표인 그가 독특한 콘셉트의 테마 카페를 연 것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게 신나고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 대표는 “주변에서 연인과 젊은 부부가 기념일을 앞두고 이벤트 때문에 고민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전공을 살려 그런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고 했다. 100% 예약제로 운영하는 이곳은 피아노와 기타 등 악기를 비치한 2개의 방을 갖추고 6만~20만 원의 비용을 받고 있다. 서울 홍익대와 건국대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 대표는 조만간 미국 뉴욕에 3호점을 낼 계획이다.

    친구들과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음악을 들으며 휴식하는 공간으로 사랑받아온 카페가 최근 다양하고 개성 있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프러포즈 카페를 비롯해 반지 카페, 심리 카페, 룸 카페, 암흑 카페 등 독특한 콘셉트의 카페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반지대학’은 커플링, 우정링, 프러포즈링, 커플 팔찌, 목걸이 펜던트 등을 직접 디자인해 만들 수 있는 카페다. 1년여 전 문을 연 이곳은 마치 공방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는 점에서 여느 카페와 다르다. 조명기구가 테이블마다 설치돼 있고 반지를 만들 때 작업대로 쓰는 태장대(Bench Pin) 역시 테이블에 고정돼 있다. 줄톱, 핸드피스, 전동공구, 나무망치 등 다양한 공구도 눈에 띄었다.

    서울 종로에서 귀금속업체를 운영하다 업계가 불황을 겪자 전공인 귀금속 디자인과 세공 기술을 살려 반지 카페를 구상했다는 나동욱(40) 대표는 “손님이 50여 개의 반지 샘플 가운데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고른 뒤 직접 만들 수 있는 공간이다. 일단 모양을 정하면 전문 기술을 가진 우리 직원이 테이블에 마주 앉아 처음부터 끝까지 지도해준다.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면 누구나 커플링을 완성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아홉 살 딸과 함께 반지를 만들려고 이곳을 찾았다는 조건희(40) 씨는 완성한 반지에 새겨 넣을 문구와 글씨 디자인을 고르는 데 한창이었다. 조씨는 “일을 하면서 아이 셋을 키운다. 오늘 함께 온 둘째 지우는 아래위 애들보다 손이 덜 가서 조금 거리감이 있었다. 우리끼리만 뭔가 특별한 추억을 쌓을 만한 게 없을까 고민하다 이곳에 왔다. 금속공예는 둘 다 처음인데 해보니까 재미있고 아이도 즐거워해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암흑 레스토랑 ‘눈탱이감탱이’의 성정규(39) 대표는 시각장애인이다. 올 초 7년간 운영하던 마사지 숍을 접고 ‘눈이 보이는 데 감사를 느끼는 이색 데이트 카페’를 테마로 이곳 문을 열었다. 이 레스토랑 입구에 도착하면 손님들은 기차놀이를 하듯 앞사람의 옷자락을 붙잡고 종업원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야 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입장부터 퇴장까지 1~3시간 동안 식사 외에 보드게임, 시각장애인 탁구 등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지만 모든 활동을 암흑 속에서 해야 해 처음엔 적응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손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0, 30대 커플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해프닝이 즐겁기 때문이다. 최근 연인과 함께 이곳을 찾은 한 남성은 레스토랑 인터넷 홈페이지에 “밖에 나와 여자친구의 얼굴을 다시 보니 정말 감사했다”는 후기를 남겼다.

    “튀어야 산다” 카페의 무한 변신
    생일파티나 기념일파티 장소

    인간관계 속에서 고민과 갈등을 겪는 현대인을 대상으로 한 심리 카페도 인기다. 서울 마포구 ‘다르다 카페’는 인하대 교양교육원 겸임교수이자 인(人)경영연구소 윤태익 소장이 운영하는 곳. 그는 “사람들에게 타고난 성격을 알려주고 의식의 성장과 완성을 이루도록 돕기 위해” 2010년 이 카페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손님에게 성격테스트를 위한 질문지를 준다. 수십 개 문항에 답하고 나면 자신의 성격 유형과 연인과의 궁합, 적합한 직업까지 알 수 있다. 원할 경우 컨설턴트의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이곳에서 심리컨설턴트로 근무하는 허종화(46) 실장은 “젊은 커플이 재미삼아 오기도 하지만 자녀 진로를 고민하는 부모, 갈등을 겪는 부부 등이 병원이나 심리치료상담소 대신 찾아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했다.

    요즘 대학가에서는 룸 카페도 인기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룸 카페 ‘시크릿’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웨이팅룸(Waiting Room)’이라 부르는 공간 한쪽 벽면에 놓인 무료 셀프바(Self Bar)가 눈길을 끌었다. 원두커피머신을 비롯해 각종 음료와 조각 케이크, 쿠키, 사탕 등을 갖춰놓았고 여러 권의 책과 체스, 블루마블, 해적룰렛 등 다양한 보드게임도 마련돼 있었다. 이곳에서 1인당 7000원을 내면 2~3인용부터 10인용까지로 구별돼 있는 방 31개 중 ‘입식’과 ‘좌식’을 선택할 수 있다. TV와 인터넷이 연결된 방에 들어간 뒤 셀프바에서 원하는 만큼의 음료와 음식을 가져다 먹으면 된다. 음식 값은 입장료에 포함돼 있다.

    1년 전 이 카페를 연 김상준(50) 대표는 “대학로에 있다 보니 대학생은 물론이고 연극인 등 예술가도 많이 찾아와 덩달아 젊어지는 기분”이라고 했다. 이곳에서 만난 이민욱(25) 씨는 “인테리어가 독특하고 예뻐서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카페다. 커피 값 정도만 내면 2시간 동안 TV를 볼 수 있고, 인터넷도 할 수 있어 데이트 장소로 종종 이용한다. 일반 카페보다 훨씬 아늑하고 둘만의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어 편하고 좋다. 대학생 중에는 생일파티나 기념일파티, 동아리 모임 장소 등으로 룸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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