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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姓과 本 변경 자식 행복이 우선 고려사항

  • 남성원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4-07-14 10: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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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姓과 本 변경 자식 행복이 우선 고려사항
    우리나라 국민은 누구나 김해 김씨, 전주 이씨 등과 같이 성(姓)과 본(本)을 갖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성과 본은 당연히 아버지의 것을 따라야 한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2005년 3월 남녀 간 차별을 전제로 한 부(父)계 중심의 가족법 조항이 대폭 개정돼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른다는 원칙에도 상당한 예외가 인정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요즘에는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의 성과 본을 가진 사람을 가끔 볼 수 있다. 부부가 혼인하면서 자녀가 태어나면 어머니의 성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 그 자녀는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 있게 됐다. 그뿐 아니라 부모가 이혼한 경우 출생 시 취득한 아버지의 성과 본을 이혼한 어머니의 것이나 어머니와 재혼한 새아버지의 것으로 바꾸기 위해 가정법원에 성과 본 변경을 청구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가정법원은 본래의 성과 본을 가진 아버지의 의견을 듣고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하다면 성과 본 변경을 허가해준다. 친아버지는 대부분 자녀가 자신의 성과 본에서 떠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얼마 전 대전가정법원은 자신이 친권을 행사하며 양육해온 아들의 성과 본을 자신과 같게 해달라고 낸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친아버지와의 관계를 단절시키려는 단순한 목적으로 장성한 자녀의 성과 본을 변경하려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녀가 19세에 이르도록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못한 데다 뒤늦게 성과 본을 변경한다면 자녀의 정서 발달에 상당한 파장을 야기할 수 있으며, 이혼한 전남편과의 갈등을 어머니가 자녀인 아들에게까지 투영해 부자관계의 복원 가능성마저 의도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천륜에도 반할 뿐 아니라 아들의 바람직한 인성 형성을 위해서도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한편 부모가 이혼하고 자녀가 어머니 및 어머니와 재혼한 새아버지에게 양육받는 경우, 그 자녀가 새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를 필요성도 생겨나고 있다. 재혼한 가정의 다른 식구들과 성과 본이 다른 데서 비롯되는 가정사의 대외적 공개 등 정서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런 경우 자녀가 15세 미만이라면 2005년 새롭게 도입된 친양자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친양자제도는 기존 일반 입양제도와 달리 종전의 친족관계를 종료하고 새로운 양친과의 친족관계만 인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 부모와의 상속관계도 소멸한다. 어머니와 재혼한 새아버지와의 사이에 친양자 관계가 성립하면 성과 본도 자연히 새아버지의 것으로 변경된다. 그러나 친양자제도는 친아버지의 동의가 필요하다.

    친아버지가 동의해주지 않거나 자녀 나이가 15세 이상이면 새아버지와의 친양자 관계 성립이 불가하므로 가정법원에 새아버지의 성과 본으로 변경해줄 것을 청구할 수밖에 없다. 성과 본 변경 청구를 받은 가정법원은 변경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부적으로 가족 사이의 정서적 통합에 방해가 되고 대외적으로 가족 구성원과 관련한 편견이나 오해 등으로 학교생활 또는 사회생활에서 겪게 되는 불이익 정도를 우선적으로 심리하게 된다.



    다음으로는 자녀의 성과 본 변경이 이뤄질 경우 초래되는 정체성의 혼란이나 성과 본이 같은 친부나 형제자매 등과의 유대관계 단절 및 부양 중단 등에 의한 불이익 정도를 심리한 후, 이 두 가지를 비교해 자녀의 행복과 이익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변경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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