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3

2014.06.23

세계 100대 코스 샅샅이 탐방 부럽다, 부러워

  • 남화영 ‘골프다이제스트’ 차장 nhy@golfdigest.co.kr

    입력2014-06-23 11: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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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100대 코스 샅샅이 탐방 부럽다, 부러워

    매년 휴가를 이용해 세계 100대 골프코스 탐방을 한 백상현 씨.

    골프를 일단 시작하면 누구나 목표를 갖는다. 골프란 것이 티잉그라운드에서 시작해 깃대가 꽂힌 홀컵에 공을 집어넣어야 끝나는 게임이라 그런 속성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목표는 대개 실력 향상과 관련돼 있다. 골퍼는 대부분 100타 깨기에서 시작해 90타, 80타 깨기를 목표로 삼는다.

    그것을 달성하거나 포기한 골퍼는 다음으로 여행에 꽂힌다. 골프를 시작한 이후 모든 여행이 골프 라운드가 포함된 여행으로 형질 변경된 사례를 나는 숱하게 봤다. 해외 출장이 잡히면 근처 골프장부터 검색하고, 동남아로 여행을 가면 골프를 몇 번 하는지부터 확인한다면 모름지기 골퍼 DNA로 변모했다고 할 만하다.

    최근 ‘당신도 라운드할 수 있는 세계 100대 코스 : 유럽편’이란 책을 낸 백상현 씨는 아주 독특한 골프 여행을 시도한 이다. 그 여정이 흥미롭다.

    백씨는 원래 여행을 좋아해 대학 시절 1년을 휴학하고 유럽과 아시아로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복학해서는 공부에 열중해 1년 만에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공무원이 돼 5년 동안 일했다. 그 뒤 미국 스탠퍼드대로 유학을 가서 MBA를 취득했고 홍콩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투자은행에서 금융인으로 12년간 일했다.

    외국계 투자은행에서 일할 때 여름과 겨울 휴가를 길게 쓸 수 있었던 그는 그 기간을 이용해 해외 골프코스를 다니기 시작했다. 2005년 스코틀랜드 턴베리를 돌아보고는 ‘세계 100대 코스’에 필이 꽂혔다. 좋은 코스가 주는 자연의 경외감, 해방감, 그리고 골프의 즐거움이 남달랐다. 그 뒤로는 매년 휴가를 이용해 세계 100대 골프코스 탐방을 시작했다.



    지난해 초 모건스탠리를 사직한 후 세계 100대 골프코스를 모두 돌아보기로 결심했다. 터키 안탈리아를 시작으로 47일간 47개 코스를 거의 매일 라운드하다시피 완주했다. 유럽 6개국에서 숙박한 호텔 수만 26곳, 자동차 운전 거리는 7000km에 달했다.

    비용이 엄청나게 들었을 거라 생각할 테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유럽 명문 코스는 회원제 코스라도 인터넷으로 부킹하는 데 문제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1인 플레이도 가능하며, 그린피는 10만~20만 원 안팎이다. 영어로 소통하고,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차를 운전하며, 외국인과 어울리거나 그들의 문화를 접하는 데 두려움만 없다면 그때 누릴 수 있는 여행은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하고 만족스럽다고 한다. 그는 직접 라운드하며 찍은 사진과 여행 기록을 모아 2월부터 3개월간 밤새워 책을 썼다.

    이제 다시 금융인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그는 지난 1년간이 인디애나 존스의 모험 같았다고 회고한다. 고산자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그렸던 집요함과 철두철미함을 가지고 유럽 곳곳에 자리한 명문 코스를 샅샅이 훑어본 뒤 기록으로 남겼다. 두툼한 책 한 권이 오롯이 결실로 남았으니 목표치고는 참 오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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