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2

2014.06.16

김무성의 ‘미래’냐, 서청원의 ‘의리’냐

새누리당 7월 全大 3가지 변수…청와대發 개혁 바람도 큰 영향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전예현 내일신문 정치팀 기자 whatisnew@naver.com

    입력2014-06-16 09: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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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무성의 ‘미래’냐, 서청원의 ‘의리’냐

    새누리당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서청원(왼쪽), 김무성 의원.

    월드컵 열기만큼, 여의도 역시 권력 재편을 앞두고 새누리당 7·14 전당대회(전대) 열기로 달아올랐다. 이번 전대에서 탄생할 신임 지도부는 박근혜 정부 2기 내각과 함께 향후 2년간 호흡을 맞춰야 한다. 당장 7·30 재·보궐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하고, 2016년 총선 공천, 나아가 이를 기반으로 한 2017년 대통령선거(대선) 경선까지 주도권을 쥘 개연성이 높다. 거물 중진들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는 이유다. 이번 새누리당 전대 향방을 가를 관전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

    1 한 번 더 기회 얻은 지방선거

    첫 번째 변수는 6·4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다. 당초 선거 전에는 ‘세월호 민심’으로 여당의 고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결과는 ‘미워도 다시 한 번’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은 일부분 힘을 발휘했다. 새누리당은 광역단체장 수도권 2곳(경기, 인천)에서 승리하고, 텃밭 대구와 부산을 지켰다. 주류가 주도한 선거에서 마지막 방어선을 지키면서 일단 ‘친박(친박근혜)’에게 한 번 더 기회가 온 것이다.

    ‘친박 맏형’ 서청원 의원은 지방선거 수혜자로 꼽힌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도와주세요’ 손팻말을 들고 ‘박근혜 마케팅’을 벌였다. 원조 친박임을 다시 알렸다. 선거 결과를 통해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한 번 더 박근혜, 그러려면 한 번 더 친박’을 주장할 수 있게 됐다. 총선 패배 위기와 방어선 사수가 그에게는 기회로 작용한 것.

    반면 김무성 의원에게는 ‘예측 불허 변수’가 발생했다.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패하고 ‘친박 주류 책임론’이 제기됐다면 김 의원 주도의 ‘쇄신풍(風)’이 불었겠지만 없던 일이 됐다. 다만 지방선거 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변화 기류는 그에게 유리한 요소로 꼽힌다. 그가 ‘범친박’인 동시에 ‘미래’ 이미지를 선점한 것이 여론 흐름을 바꿀 개연성도 있다.



    이인제 의원은 새누리당의 충청권 패배로 체면을 구겼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과거 선진통일당 지지 세력마저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옮겨간 것으로 해석돼, 더는 ‘충청권 맹주’를 자부하기 어렵게 됐다. 따라서 그는 기존과는 결이 다른 “기득권이 아닌 세력이어야 당 혁명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소장파와 초·재선의원들은 지방선거 결과의 양면성을 놓고 고심한다. 지방선거에서 젊은 층에게 외면받는 여당의 한계와 정치권에 대한 싸늘한 민심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비주류의 대표 당선을 점치기는 어렵다. 1인2표제 특성을 감안해 최소한 지도부 입성을 시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초·재선의원을 중심으로 한 모임 ‘혁신연대’의 김영우 의원이 ‘40대 허리론’을 내세워 틈새를 파고들고 있고, ‘청년 비례대표’를 상징하는 김상민 의원이 ‘청년당원 3만 확보’를 내걸고 출사표를 던졌다. 지방선거를 비교적 ‘무난히’ 치른 경남도지사 출신 김태호 의원도 ‘차세대 이미지’와 ‘50대 역할론’을 내세워 당대표 도전에 나섰다.

    2 부메랑이 될 수 있는 프레임

    전대의 두 번째 변수는 ‘프레임’이다. 전대 의미를 큰 틀에서 규정하고, 본인에게는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상대방에게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운다.

    6월 8일 출마선언을 한 김무성 의원이 ‘과거냐 미래냐’를 강조하자, 10일 서청원 의원은 ‘의리’로 맞불을 놨다. 이런 맥락에서 두 중진의 출마 선언식은 극명히 달랐다.

    김 의원은 ‘간소하지만 힘 있는 방식’을 택했다. 6월 8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부터 ‘혁신’하고 위기에 빠진 새누리당과 대한민국을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10일 국회에서 진행된 ‘통일경제교실’도 평소처럼 김밥과 샌드위치, 커피 등을 곁들인 조찬 공부모임 형식이었다. 선거운동 방식도 과거와 다르게 바꾸고, 발언 내용도 ‘변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당정청의 수평적 관계, 당대표의 공천권 포기 등이다.

    의리를 강조하는 서청원 의원은 ‘역동적이고 화려한 방식’을 보여줬다. 사실상 출마 선언으로 여겨지는 6월 10일 ‘새누리당, 변화와 혁신의 길’ 세미나에는 수백 명이 모였다. 친박 출신이자 인천시장 자리를 되찾아온 유정복 당선인이 그의 세미나에 참석하자 박수와 환호가 터졌다. 서 의원은 이번 선거에 대해 성찰하면서도 ‘화합’과 ‘의리’를 강조했다. 당의 부침을 함께했던 원로들, 대선 캠프 출신들의 얼굴에 자부심과 결기가 드러난 순간이었다.

    김 의원은 ‘범친박’과 ‘비박(비박근혜)연합군’의, 서 의원은 ‘원조아군’ ‘정통보수 자부세력’의 가슴을 두드리는 셈이다.

    그런데 두 중진이 가진 이 프레임은 자칫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를 들어 ‘미래=김무성’은 새누리당의 변화를 강조하고 그가 잠재적 대선주자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여론조사에서도 관심을 끄는 요소다. 그와 동시에 ‘2인자 논란’을 부추겨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거리가 될 수도 있다.

    ‘의리=서청원’도 마찬가지. 의리는 약속, 신의를 뜻하고 결국 박 대통령의 가장 든든한 우군으로서 ‘서청원 대표 역할론’을 부각한다. 그러나 자칫하면 “의리를 핑계로 과거 정치인을 다 끌어오는 것 아니냐”는 반발과 우려를 낳을 수 있다. 특히 초·재선의원들은 자기 지역구에서 활동했던 옛 한나라당 출신 의원들이 서 의원의 전대 출마를 틈타 최근 여의도 복귀를 시도하는 것을 경계한다.

    김무성의 ‘미래’냐, 서청원의 ‘의리’냐

    새누리당 이인제, 김영우, 김상민, 김태호 의원(왼쪽부터).

    3 2기 개각과 쇄신책에 주목

    마지막으로 이번 전대의 변수는 ‘청와대발 쇄신’의 효과 정도다. 세월호 참사와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과도기에 놓였던 청와대는 2기 개각과 쇄신책을 통해 민심을 다시 잡으려 한다.

    이런 시도가 ‘새누리당 개혁’을 어느 정도 압박할지는 여론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

    만약 청와대발 개혁이 바닥 민심의 지지를 얻는 반면 기득권의 저항에 부딪힐 경우, ‘대통령이 마음껏 개혁하도록 집권여당이 단결해 도와주자’는 논리가 힘을 얻을 수 있다. 이른바 ‘맷돌론’이다. 이 방식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개혁과 당시 고건 총리의 안정론이 결합할 때 쓰이던 논리다.

    반대 흐름이 형성될 개연성도 있다. ‘청와대도 변하는데 새누리당은 뭘 하고 있나’ ‘대통령과 따로 가는 구태 여당’이란 여론이 강해질 경우, 쇄신 주장 세력이 힘을 얻는다. 쇄신을 대통령이 혼자 하기는 어렵고, 개혁 세력과 손잡고 해야 한다는 이른바 ‘수레바퀴론’이 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 개혁에 대한 민심 반응이 미지근해도 쇄신파의 목소리는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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