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3

2014.01.27

바람에 시름 날리고 파도에 희망을 묻고

  •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naver.com

    입력2014-01-27 11: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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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에 시름 날리고 파도에 희망을 묻고

    권금성 케이블카 안에서 바라본 설악산 울산바위.

    속초·고성

    눈 내린 설악산·영금정 좋을시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속초 바다는 설악산 곁다리에 불과했다. 설악산을 찾은 김에 속초 해변과 어항을 잠깐 들르는 식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아바이마을, 대포항, 동명항, 영금정해안 등에서 바다 정취를 즐기려고 속초를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아바이마을은 6·25전쟁 당시 주로 함경도 실향민이 대거 정착한 속초시 청호동의 별칭이다. 유독 변화가 더뎌 지금도 낮은 슬래브집이 빼곡하고, 주민은 ‘갯배’라 부르는 작은 거룻배를 타고 속초시내를 오간다. 이 마을은 TV 인기 드라마 ‘가을동화’ 촬영지로 알려진 뒤 하루아침에 유명해졌다. 그때부터 크게 늘어난 외국인과 젊은 관광객 발길이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진다.

    오래전부터 외지 관광객이 즐겨 찾던 대포항은 낡고 비좁은 횟집촌에서 벗어나 대규모 종합관광어항으로 탈바꿈했다. 여유 있고 쾌적한 환경에서 관광, 쇼핑, 해양레저, 문화공연, 휴식 등이 가능해진 덕에 이제는 속초 여행의 필수 경유지가 됐다. 자연산 횟감만 취급한다는 동명항 활어센터를 확충하고 속초 중앙시장에서 파는 닭강정, 씨앗호떡, 뻥튀기아이스크림 등 새로운 주전부리가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속초를 찾는 식도락 여행객 수도 눈에 띄게 늘었다.



    겨울철 속초를 찾았다면 영금정해안도 빼놓을 수 없다. 속초 등대 아래 영금정 일대 바위와 방파제를 쉼 없이 때리는 질풍노도(疾風怒濤)가 보는 이의 가슴을 뻥 뚫어준다. 한때 속초의 젊은 연인이나 신혼부부 사이에서 이곳의 거대한 파도를 배경 삼아 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처럼 번진 적도 있었다고 한다. 영금정은 속초 제일 해돋이 명소로도 손꼽힌다.

    바람에 시름 날리고 파도에 희망을 묻고

    영금정에서 해돋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왼쪽). 화진포 일대 아름다운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해파랑길 49코스의 응봉 구간.

    눈 내린 겨울날에는 반드시 설악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033-636-7700)에 들러야 한다. 단언컨대 설악산만큼 아름다운 설경을 보여주는 산은 우리나라 어디에도 없다. 굳이 험한 눈길을 헤치며 높은 봉우리에 오르지 않아도 된다. 설악산 산행의 시점이자 종점인 설악동에만 가도 눈물 날 만큼 황홀한 설경을 눈이 시리게 감상할 수 있다. 설악동을 가로질러 흐르는 쌍천의 설경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좀 더 욕심을 부린다면 케이블카(033-636-4300)를 타고 권금성에 오르거나, 설악산 최대 사찰인 신흥사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더없이 가슴 뿌듯하고 행복한 여정을 누릴 수 있다.

    속초시 북쪽에 위치한 고성은 속초 생활권에 속한다. 속초시내버스가 7번 국도를 타고 고성군청이 있는 간성읍내까지 운행한다. 고성군 관광명소는 대부분 7번 국도변이나 그 인근에 위치한다. 7번 국도를 따라가면 관동팔경 가운데 하나인 청간정, 해안절벽 위에 올라앉은 천학정, 동해안에서 가장 깨끗하고 아름답다는 석호인 송지호, 전통가옥 수십 채가 옹기종기 모인 왕곡마을, 해돋이 명소인 옵바위, 고성군 최대 어항인 거진항, 남한 최북단 어항인 대진항이 숨 돌릴 틈도 없이 잇달아 나타난다. 아담한 아야진항과 횟집이 밀집한 가진항도 7번 국도에서 자동차로 1~2분 거리에 있다.

    동해안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트레일(trail)인 해파랑길이 개설됐거나 개설될 예정이다. 총길이 770km 해파랑길에서 고성군에 속하는 구간은 5개, 64.6km에 이른다. 시간과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해파랑길 구간을 1~2개쯤 이어서 걸어볼 만하다.

    바람에 시름 날리고 파도에 희망을 묻고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녘땅.

    1개 구간만 걷고 싶다면 거진항을 출발해 거진 등대, 응봉, 화진포 호반과 옛 김일성별장, 화진포 해양박물관, 대진항, 대진 등대, 금강산콘도 등을 거쳐 통일공원에서 끝나는 49코스가 추천할 만하다. 길을 걷는 내내 어항과 등대, 바다와 호수, 솔숲과 역사유적 등 다양한 풍경을 만날 수 있어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다.

    속초와 고성 땅을 두루 거치는 여정의 종점은 고성 통일전망대(033-682-0088)가 제격이다. 동해 바닷가 해발 70m 언덕에 자리 잡은 이 전망대에서는 금강산 마지막 봉우리라는 구선봉, 선녀와 나무꾼 전설을 간직한 감호, 북녘 바닷가에 흩어진 해금강 등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쾌청하면 금강산 1만2000개 봉우리가 또렷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몇 년 전부터 남북 간 왕래가 뚝 끊긴 금강산 관광도로와 철도도 바로 옆으로 지나간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분단 현실을 실감하며 통일에 대한 염원을 되새기게 마련이다.

    여행정보

    ● 추천 일정

    동해고속도로 양양IC→설악산(권금성, 신흥사)→대포항→속초시내(숙박)→아바이마을(갯배)→속초 중앙시장→동명항, 영금정해안, 속초 등대→청간정→천학정→송지호→왕곡마을→공현진(숙박)→옵바위 일출→거진항→해파랑길 트레킹→화진포(옛 김일성별장, 화진포 해양박물관)→대진항→대진 등대→통일공원(통일전망대 출입 수속)→고성 통일전망대

    ● 숙식

    속초와 고성 바닷가에는 시설 좋고 전망 좋은 펜션이 밀집해 있다. 겨울철에는 숙소 구하기가 어렵지 않지만, 인기 있는 숙박업소나 설연휴 이용하려면 서둘러 예약하는 것이 좋다. 속초 해변 부근 해촌블랑빌(033-638-5648), 영금정해안의 메모리즈모텔(033-636-9415), 속초 중앙시장 앞 이스턴관광호텔(033-638-8640), 고성 봉포해변과 천진해변 사이 쏠마린펜션(010-8912-5834)과 바다여행 히솝펜션(010-5589-1993), 아야진항 근처 소노하임펜션(010-7466-0662), 천학정 부근 씨오브하트펜션(033-633-0557), 옵바위 부근 오마쥬펜션(010-3158-8119), 화진포 부근 라코스타펜션(033-681-1188)이 권할 만한 숙박업소다.

    설악산 국립공원에서 관리하는 설악동자동차야영장(033-636-1262)은 연중무휴로 선착순 이용할 수 있다. 총 400개 사이트 가운데 62개 사이트는 전기 사용도 가능하다.

    ● 맛집

    속초 : 이모네집식당(생선모둠찜·033-637-6900), 진양횟집(오징어순대·033-635-9999), 감자바우(감자옹심이·033-632-0734), 사돈집(곰칫국·033-633-0915), 대선횟집(생선회·033-635-3364), 함흥냉면옥(냉면·033-633-2256), 북청닭강정(033-633-0078).

    고성 : 아야진횟집(물회·033-633-0078), 백촌막국수(033-632-5422), 영동횟집(생선회·033-682-5592), 화진포막국수(막국수·033-682-8186), 부두식당(도치알탕·033-682-1237).

    바람에 시름 날리고 파도에 희망을 묻고

    여수 돌산대교의 야경.

    순천·여수

    볼거리 많고 별미도 많아 ‘오감 만족’

    남도로 떠나는 여정은 오감이 즐겁다. 별미가 많아 입이 즐겁고, 풍치가 좋아 눈이 호강한다. 괜스레 마음이 달뜨니 발길이 가볍고, 자신도 모르게 마음까지 푸근해진다. 남도 맛과 멋을 대표하는 순천, 여수를 찾아가는 여정도 마치 고향 가는 길처럼 가슴 설렌다.

    맨 처음 들르는 곳은 조계산 동쪽 기슭에 자리 잡은 선암사다. 불교 태고종 총본산인 선암사는 한국 불교의 고유 양식을 가장 많이 간직한 고찰로 유명하다. 사시사철 아름답지 않은 때가 없지만, 특히 눈 내리는 겨울날과 수령 600년 이상인 늙은 선암사 선암매(천연기념물 제488호)가 그윽한 꽃향기를 흩뿌리는 봄날 풍경이 인상적이다. 당대 최고 건축가였던 고(故) 김수근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측간’이라 극찬했던 해우소(화장실), 절 초입 길가에 놓인 승선교(보물 제400호)와 강선루도 다른 사찰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명물이다.

    선암사에서 고갯길을 두어 번쯤 넘어 20km가량을 달리면 낙안읍성 민속마을에 도착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 원형을 잘 간직한 전통 민속마을이다. 길이 1410m 성곽과 그 안에 들어선 마을 전체가 사적 제302호로 지정됐다. 성 안팎에 남은 전통 민가 210여 채에서는 주민 280여 명이 조상 대대로 살고 있다. 둥그런 성곽 안에 초가 수백 채가 올망졸망 들어앉은 풍경이 고향마을처럼 아늑하고 정겹다.

    바람에 시름 날리고 파도에 희망을 묻고

    눈 내리는 겨울날의 선암사(왼쪽). 낙안읍성 민속마을의 겨울 풍경.

    낙안읍성 민속마을에서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에는 조정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주무대이자 참꼬막 본고장으로 유명한 벌교읍내가 있다. 일제강점기 곡물 반출 전진기지였던 이곳에는 지금도 남도여관, 술도가, 포목상, 금융조합 등 당시 세운 건물이 여럿 남아 있다. 대부분 소설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건물들이다. 그 밖에도 소설 속 주인공 김범우와 소화, 현부자의 옛집을 복원해놓았다. 현부잣집 앞에는 태백산맥문학관도 들어섰다. 이런 벌교는 맛기행을 겸한 문학기행지로 안성맞춤이다.

    벌교에서 자동차로 20여 분 거리에 순천만자연생태공원(061-749-4007)이 있다. 세계 5대 연안습지 가운데 하나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생태관광지다. 여수반도와 고흥반도 사이에 움푹 들어간 이 내만(內灣)에는 총면적 22.6km2(683만 평)의 광활한 갯벌이 형성돼 있다.

    그리고 동천과 이사천 합류 지점부터 하구에 이르는 3km가량의 수로 양쪽에는 갈대밭이 무성하다. 이 갈대밭과 갯벌은 흑두루미를 비롯한 철새 수십여 종이 철따라 날아드는 안식처다. 흑두루미 수십 수백 마리가 순천만 갈대밭과 갯벌 위를 유유히 비행하는 광경은 보기 드문 장관이다. 하지만 올해는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 확산을 막으려고 순천만 일대를 포함해 전국 철새도래지 출입이 1월 22일부터 통제되고 있다.

    여수엑스포 개최 이후 순천에서 여수 가는 길이 한결 빠르고 수월해졌다. 순천 해룡교차로에서 엑스포대로를 이용하면 20여 분 만에 여수 오동도 입구에 도착한다. 그래도 여수와 순천을 오가는 길에 한 번쯤은 여수반도 서쪽 해안을 구불구불 따라가는 863번 지방도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호수처럼 고요한 순천만과 다채로운 풍광의 여자만 바다를 줄곧 바라보며 달리는 길이다.

    863번 지방도 끝에는 백야도가 있다. 연륙교가 놓인 이 섬 선착장(061-686-6655)에서는 낭도선 여객선이 출발한다. 낭도를 비롯해 개도, 하화도, 상화도, 사도, 낭도, 둔병도 등 여자만 초입 바다에 떠 있는 섬을 두루 경유하는 여객선이다.

    그중에서도 ‘꽃섬’으로 더 잘 알려진 하화도와 ‘공룡섬’으로 유명한 사도는 꼭 한 번 둘러볼 만하다. 사시사철 다양한 꽃이 피고 지는 하화도는 지난해 길이 5.7km 일주 트레킹코스를 개설한 뒤 걷기 여행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사도와 그 주변 여러 섬은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공룡발자국화석 4000여 개, 나무가 화석으로 변한 규화목과 식물화석, 물결무늬가 화석화된 연흔, 땅바닥이 말라서 갈라진 흔적인 건열 등을 관찰할 수 있는 ‘야외 자연사박물관’이다.

    볼거리와 체험거리, 별미가 유달리 많은 여수에서는 1박 2일 일정도 빠듯하다. 먼저 여수엑스포역 앞에 위치한 여수엑스포해양공원의 스카이타워와 아쿠아플라넷(061-660-1111)을 들러본 다음, 근처 오동도(061-690-7303)에서 한창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동백꽃을 구경한다. 요즘에는 여수엑스포역과 옛 만성리역 사이 총길이 3.5km 옛 전라선 철길을 따라가는 여수 해양레일바이크(061-652-7882)가 여수 관광 필수코스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 최대 단층 목조건물인 진남관(국보 제304호), 야경이 아름다운 돌산대교, 해돋이 명소로 이름난 돌산도 무술목해변과 향일암(061-644-0309)도 여수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여행정보

    ● 추천 일정

    호남고속도로 승주IC→선암사→낙안읍성 민속마을(숙박)→벌교(‘태백산맥’ 문학기행)→백야도 선착장→하화도 꽃섬길 트레킹 또는 사도 공룡발자국화석 탐사→여수 돌산대교(야경 감상)→여수시내(숙박)→무술목해변 또는 향일암(일출 감상)→여수엑스포해양공원(스카이타워, 아쿠아플라넷)→오동도(동백꽃 구경)→옛 만성리역(여수 해양레일바이크 체험)

    ● 숙식

    낙안읍성 민속마을 내 은행나무집(061-754-3032), 고향집(010-3420-3498), 민속민박(010-3642-2766) 등 초가집에서 민박할 수 있다. 여수시내에는 여수엑스포역 부근 엠블호텔여수(061-660-5800), HS관광호텔(061-662-9996), 프로방스모텔(061-661-0991), 옛 만성리역 근처 카프아일랜드펜션(061-654-4888), 여수시청 주변 여수벨라지오관광호텔(061-686-7977), 힐하우스호텔(061-682-3555), 베니키아 나르샤호텔(061-686-2000)이 권할 만한 숙박업소다. 돌산도 폴링인블루펜션(010-4688-3389), 미하스빌펜션(061-682-3665)은 바다 전망이 좋다.

    ● 맛집

    순천 : 진일기사식당(선암사 초입/ 김치찌개백반·061-754-5320), 장원식당(선암사 상가지구/ 산채정식·061-754-6362), 선비촌(낙안읍성 민속마을 동문 밖/ 한정식·061-754-2525), 일품매우(순천시 연향동/ 한우구이·061-724-5455).

    벌교읍내 : 외서댁꼬막나라(꼬막정식·061-858-3330), 국일식당(꼬막정식·061-857-0588).

    여수 : 오동도회관(오동도 입구/ 회한정식·061-662-5074), 남경(여수시청 부근/ 전복요리·061-686-6653), 한일관 엑스포점(국동어항/ 회한정식·061-643-0006), 구백식당(여객선터미널 앞/ 생선구이·061-662-0900), 원앙식당(여객선터미널 부근/ 게장백반·061-664-5567), 칠공주장어탕(여객선터미널 부근/ 바다장어요리·061-663-1580), 황소식당(봉산동/ 게장백반·061-642-8007).

    바람에 시름 날리고 파도에 희망을 묻고

    벌교 외서댁꼬막나라의 꼬막정식.

    통영·거제

    언제나 아름다운 한려수도 풍광

    통영항과 거제도를 에워싼 한려수도 바다는 참 곱다. 은빛 물결이 잔잔하게 일렁이는 수면은 호수처럼 고요하고, 햇살에 따라 다채롭게 변하는 바다 빛깔은 연지곤지 찍은 새색시처럼 어여쁘다. 고운 바다 위에 보석처럼 박힌 섬들, 고요한 물결을 가르며 미끄러지듯 떠가는 고깃배, 외로운 불빛 하나를 밤새도록 깜박거리는 등대도 한려수도만의 매력적인 풍광이다. 더군다나 바닷가 언덕마다 붉은 동백꽃이 하나 둘씩 피고 지는 이맘때 한려수도 풍광은 꿈결처럼 환상적이다. 통영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미항(美港)이다. 사시사철 언제 찾아가도 아름답다.

    통영을 이야기할 때마다 빼놓을 수 없는 역사인물이 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다. 오늘날 통영이나 예전 충무는 모두 충무공에서 따왔거나 아주 밀접하게 관련된 지명이다. 통영이란 지명은 임진왜란 당시 한산도에 처음 설치된 삼도수군통제영(통제영)에서 따왔다. 초대통제사는 이순신 장군이었다. 임진왜란 이후 거제, 여수 등으로 옮겨졌던 통제영은 1604년 다시 통영으로 돌아왔다. 현재 통영시 문화동에 남아 있는 세병관(국보 제305호)은 옛 통제영 객사 건물이었다. 지난해에는 옛 통제영 내 관아건물 41개 동과 12개 공방(工房) 시설을 온전히 복원했다. 일제에 의해 철거된 지 100여 년 만의 일이다.

    바람에 시름 날리고 파도에 희망을 묻고

    여차-홍포 해안도로에서 바라본 바다.

    통영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대하소설 ‘토지’를 쓴 박경리, ‘깃발’ ‘행복’ 등으로 유명한 시인 유치환과 극작가 유치진 형제, 흔히 ‘꽃’ 시인이라 일컫는 김춘수와 시조시인 김상옥, 한국 추상화 개척자인 화가 전혁림을 배출한 예향(藝鄕)이기도 하다. 통영의 맑고 아름다운 바다가 이처럼 큰 별 같은 예술가를 낳은 것이다.

    통영항 남쪽에는 미륵도가 복주머니처럼 매달렸다. 그 섬만 한 바퀴 둘러봐도 서정적이고 감수성 넘치는 통영 바다의 진면목을 오롯이 엿볼 수 있다. 총길이 23km 산양일주도로가 개설된 미륵도는 드라이브를 즐기기에도 좋다. ‘동백로’ 또는 ‘꿈길 60리’라고도 부르는 이 길을 따라가면 그림 같은 연명포구, 임진왜란 전적지인 당포성, 바다 전망이 상쾌한 달아공원과 통영 수산과학관을 거치게 된다. 2008년 미륵산(461m) 9부 높이까지 10여 분 만에 오르는 한려수도 조망케이블카(055-649-3804)가 개통된 이후 미륵도 여정이 한결 풍성해졌다. 그 밖에도 통영항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다양한 벽화도 감상할 수 있는 동피랑마을도 통영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거제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주 다음으로 큰 섬이다. 하지만 실제로 가보면 섬 특유의 단절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세계적 규모의 초대형 조선소 2곳과 인구 수만 명의 시가지 몇 곳이 섬 한복판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거제도 남동쪽 해안과 서쪽 해안은 자연경관이 비교적 잘 보존돼 언제 찾아가도 기분 좋은 여정을 즐길 수 있다.

    오늘날 거제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는 외도 보타니아(070-7715-3330)다.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 앞바다에 있는 외도의 이 해상공원은 1995년 개장했다. 동백숲과 아열대식물인 종려나무, 용설란, 선인장, 코코아야자, 가자니아, 은환엽 유카리 등 식물 3000여 종을 심어놓은 정원과 식물원이 매우 이국적이다. 하지만 섬 안에서 장시간 체류나 숙박은 불가능하다. 구조라, 학동, 와현, 장승포, 도장포 등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이용해 1시간 30분쯤 걸리는 상륙 관광만 가능하다.

    울창한 상록수림 속 오솔길을 느긋하게 걸으며 산책하기엔 내도가 제격이다. 구조라 선착장(055-681-1624)에서 작은 여객선을 타고 20분쯤 가면 외도 형제섬 격인 내도에 도착한다. 내도는 넓이가 0.256km2(7만7000여 평), 해안선 길이가 3.9km에 불과하고 가장 높은 지점의 해발고도도 131m밖에 되지 않는다. 주민도 10여 가구, 20여 명이 전부다. 그렇게 작은 섬이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가 선정한 명품섬에 이름을 올린 후 관광객 발길이 부쩍 늘었다. 섬 전체를 한 바퀴 도는 탐방로에는 계단과 전망대가 잘 설치돼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탐방할 수 있다. 세계 최대 수심(48m)의 침매터널 구간이 있는 거가대교도 거제도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와 부산 강서구 가덕도 사이 8.2km 구간에 놓인 거가대교는 사장교(2개) 3.5km와 침매터널 3.7km, 육상터널과 다리 1km로 이뤄졌다. 거가대교 덕에 부산과 거제 사이 자동차 운행시간이 2시간 20분에서 50분으로 크게 단축됐다. 거가대교가 가장 아름다운 때는 해가 뜨거나 질 무렵이다. 붉은 노을이 깔린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 솟은 거가대교 위용은 보기 드문 장관이다.

    거제도 맨 남쪽에는 환상의 해안드라이브코스가 숨겨져 있다. 남부면 여차마을과 홍포마을 사이 깎아지른 절벽을 따라가는 해안도로가 그것이다. 수십m 높이 가파른 절벽, 원시림처럼 울창한 숲,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의 조화가 절묘하기 그지없다. 더군다나 대병태도, 소병태도, 가왕도, 다포도, 대매물도, 소매물도 등 섬이 오롱조롱 떠 있는 풍광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바람에 시름 날리고 파도에 희망을 묻고

    1 통영 미륵산 9부 높이를 단번에 오르내리는 한려수도 조망케이블카. 2 옛 통제영 객사였던 세병관. 3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해안에서 바라본 거가대교와 해돋이. 4 재미있는 벽화가 그려진 통영 동피랑마을 골목길.

    여행정보

    ● 추천 일정

    중부고속도로(대전-통영) 북통영IC→세병관→동피랑마을→미륵도(숙박)→산양일주도로 드라이브(달아공원·통영 수산과학관)→한려수도 조망케이블카 탑승→신거제대교→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학동몽돌해변(숙박 및 일출 감상)→바람의 언덕, 신선대, 해금강→여차-홍포 해안도로→구조라항→명품섬 내도 트레킹→거가대교→남해제2고속도로지선 가락IC

    ● 숙식

    통영 미륵도에는 지중해풍의 이국적인 건물과 탁월한 바다 전망이 인상적인 통영ES리조트(055-641-0515)가 있다. 미륵도 서북쪽 해안에 위치한 플로렌스펜션(011-715-7779)도 시설 좋고 바다 전망이 탁월하다. 통영 여객선터미널 근처 항남동 골목에는 한산호텔(055-642-3374), 캘리포니아호텔(055-642-8500), 윈저모텔(055-648-8980) 등 숙박업소가 즐비하다.

    거제도에도 전망과 풍광 좋은 바닷가 곳곳마다 호텔, 모텔, 펜션 등 숙박업소가 밀집해 있다. 일운면 소동리 14번 국도변에 위치한 호텔 상상속의집(055-682-5252), 대명리조트거제(055-733-7000), 신현읍 거제삼성호텔(055-631-2114), 학동몽돌해변 블루베리펜션(011-499-3906)과 몽돌비치호텔(055-635-8883)이 추천할 만하다. 내도에도 내도펜션(011-864-0028), 무궁화민박(055-682-1103) 등 민박집이 여럿 있다.

    학동몽돌해변과 이웃한 학동자동차야영장(055-640-2400)은 한려해상국립공원관리소에서 운영하는 사계절 오토캠핑장이다. 총 174개 사이트가 설치돼 있으며, 인터넷 예약을 통해 이용 가능하다.

    ● 맛집

    통영시내 : 풍화할매김밥(충무김밥·055-644-1990), 멸치마을(멸치요리·055-645-6729), 수정식당(멍게비빔밥과 복어국·055-644-0396), 도남식당(해물뚝배기·055-643-5888), 분소식당(복어국·055-644-0495), 울산다찌(한식주점·055-645-1350), 오미사꿀빵(통영꿀빵 원조·055-645-3230), 어촌싱싱해물탕(해물탕·055-646-1982).

    거제 : 백만석(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 부근/ 멍게비빔밥·055-638-3300), 항만식당(장승포/ 해물뚝배기·055-682-3416), 싱싱게장(장승포/ 게장정식·055-681-5513), 거제도신대구탕(장승포/ 대구탕·055-681-7142), 강성횟집(일운면 지세포/ 해물모둠회·055-681-6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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