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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주택연금수령액 갈수록 줄어드나

베이비부머 대량 은퇴에 주택가격 하락세…보증손실 최소화 정기적 관리를

주택연금수령액 갈수록 줄어드나

주택연금수령액 갈수록 줄어드나

한국농어촌공사 충남지역본부와 한국주택금융공사 대전지사 직원들이 2월 6일 대전역에서 고향을 찾는 귀향객들에게 농지연금과 주택연금사업을 홍보하고 있다.

주택연금 가입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출시 6년 만에 보증 공급 규모가 20조 원을 넘어섰고, 2008년 월평균 60여 건에 불과하던 신규 가입 건수는 10월 553건을 기록했다. 짧은 역사에도 사전가입제도 도입, 수시인출 방식 및 가입 요건 완화 등 꾸준한 상품 개선 노력에 힘입어 노후자금 마련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가히 폭발적이라 할 만한 주택연금 성장세는 고령층 인구가 급증하는 데 반해, 체계적인 은퇴준비는 취약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사회경제구조의 급격한 변화 속에 오랜 관행이던 장자 부양과 주택 상속이 무너지고, 보유 주택을 통해 스스로 노후자금을 마련하고자 하는 시도가 그 자리를 메워가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 변화에 따라 소유 주택을 상속하지 않겠다는 60세 이상 고령자의 응답 비중이 2008년 12.8%에서 2013년 25.7%로 2배나 증가했다. 더욱이 이러한 응답 비중은 연령이 낮을수록 더 높게 나타나 60~65세 대상자의 33.8%가 자녀에게 주택을 상속하지 않겠다고 응답해 앞으로 주택연금 이용 비중이 더 확대될 것임을 시사한다(2013년 주택금융수요 실태조사).

국내에서 주택연금으로 알려진 역모기지 상품은 주택을 담보로 대출금을 연금 형식으로 지급하는 노령층 대상의 주택담보대출 상품이다. 일찍이 다양한 형태의 주택금융이 발달한 미국에서 최초로 나온 이 상품은 1989년 미국 정부 산하 주택금융청이 은행에 보증을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활성화 계기를 마련했다.

일반적인 주택담보대출과 마찬가지로 민간 금융기관이 내놓은 역모기지 상품의 경우, 금융기관은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려고 주택가격의 일정 비율(이른바 LTV) 이하로 대출한도를 제한한다. 결국 대출한도 범위 내에서 전체 대출기간을 확정해야 하며, 이러한 상품은 이용자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노후연금 이용자의 가장 중요한 니즈인 종신지급을 보장하지 않아서다. 이런 문제를 개선해 역모기지 확산에 기여한 것이 미국 HECM(Home Equity Conversion Mortgage), 즉 우리의 주택연금제도다. 이 상품이 종신지급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역모기지와 관련한 위험을 대부분 정부 보증을 통해 해결하기 때문이다.

위험 대부분 정부가 보증



주택연금과 관련한 위험을 이해하려면 연금 산정 방식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보통 연금이라 일컫는 월지급금은 보증기관인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수취하는 보증료 수익의 현가와 향후 보증채무 이행으로 인한 기대손실의 현가가 일치하는 수준에서 결정한다. 일반 보험계리모형의 수지상등원칙을 적용한 것으로, 정해진 보증료 수준에서 가입자 연령 및 주택가격 등을 반영한 보증손실의 발생 확률과 규모에 따라 가입자가 수령하는 월지급금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때 보증손실을 예측하려면 몇 가지 변수에 대한 가정이 필요하다. 채권 금융기관은 가입자가 생존해 있는 동안 주택가격 변동에 관계없이 최초 약정한 연금을 매달 지급하고, 대출잔액은 여기에 보증료와 이자가 더해져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증가한다. 이후 가입자가 사망한 시점의 대출잔액이 담보주택 처분가격을 상회해 주택 처분만으론 대출상환이 불가능할 경우 보증기관은 그 차액을 취급 은행에 대신 지급한다. 결과적으로 미래 주택가격과 이자율, 연령별 생존 확률 등에 따라 결정한 보증손실의 개연성이 연금 규모를 좌우하는 것이다.

예컨대, 5억 원짜리 주택을 보유한 60세 주택연금 가입자를 보자. 가입자는 여러 지급 방식 가운데 수시인출한도가 없는 정액형을 선택했고, 임의 조기 상환이 일어나지 않는 한 가입자(배우자가 있는 경우 2명 모두)가 사망할 때까지 매달 연금 115만 원을 지급받게 된다. 이는 주택가격 연 3% 상승, 2011년 국민생명표에 의한 연령별 기대여명, 연금산정 이자율 6.02%를 적용해 결정한 월지급금이다(2013년 11월 기준). 만약 주택가격이 매년 3%씩 오르는 등 실제 상황이 당초 예상과 일치한다면 대출잔액은 점차 증가해 가입자 연령이 83세에 이른 시점이 되면 주택가격과 같아진다. 이는 곧 가입자가 83세보다 더 오래 생존할 경우 주택 처분만으론 대출상환이 불가능해 보증에 의한 대지급이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주택가격 상승률이 당초 예상보다 낮을 경우엔 어떤 일이 발생할까. 주택가격이 예상했던 3%에 못 미쳐 연간 2%씩 상승한다고 가정해보자. 주택가격 변동과 연금수령액은 무관하므로 가입자는 매달 똑같이 115만 원을 수령하게 된다. 하지만 보증에 의한 대지급이 최초로 발생하는 시점은 가입자가 80세가 되는 해로, 앞의 83세보다 앞당겨진다. 원래 대출잔액과 주택가격이 일치할 것으로 예상했던 시점인 가입자 연령 83세에는 대출잔액이 주택가격보다 2억 원가량 더 높아 여기서 보증료 수익(약 6000만 원)을 제한 차액이 고스란히 보증손실로 귀결된다.

이처럼 간단한 예에서 보듯, 실제 주택가격 상승률이 연금 산정 시 가정했던 수준보다 낮으면 (혹은 하락률이 높으면) 보증기관의 손실 확률이 증가한다. 이는 시장이자율이 상승하거나 기대여명이 증가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보증손실을 최소화하려면 주요 가정에 대한 변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주택연금수령액 갈수록 줄어드나
주택가격 변동 세분화 필요

물론 미래 주택처분가격을 예측하기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주택가격 변동의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있을뿐더러, 주택연금 상품 구조에 내재된 가입자의 역선택 및 도덕적 해이의 개연성이 예측을 더욱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보험계약에서 흔히 나타나는 역선택도 주택연금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주택가격이 고점에 달해 향후 주택가격 하락에 대한 전망이 우세한 시기에 주택연금 가입이 증가할 수 있어서다. 이러한 주택연금 가입의 불균형적 분포는 시간뿐 아니라 지역에 따라서도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와 유사한 형태로 공적보증제도를 운영하는 미국에서 2000년대 중반 주택가격 상승이 두드러진 일부 지역에서 HECM 상품 가입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이나, 금융위기 이후 이 지역의 주택가격 하락이 다른 지역에 비해 큰 폭을 보인 사례는 이러한 우려를 입증한다. 또한 주택의 유지 보수 상태가 매매가격에 영향을 끼치는데도 연금 가입자의 주택가격 제고 유인이 낮은 계약구조는 주택가격 예측에서 보수적 접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이제 은퇴가 도래한 베이비부머의 체계적인 노후 대비가 부족하고, 이들이 보유한 자산 대부분이 주택에 치우쳐 있다는 점은 주택연금의 구실이 부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노후자금을 마련하려고 이들이 집중적으로 주택을 처분할 때 그것이 주택시장에 끼칠 충격을 감안한다면, 주택연금을 통한 자산유동화의 대안을 제공하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일이다.

이러한 주택연금의 정책적 필요를 감안할 때 보증손실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노력은 목적을 이루기 어려울뿐더러 설득력을 얻기도 힘들다. 그러나 주택연금은 아직까지 시장의 자율기능에 따라 공급하기 힘든 상품이기에 효율적 운영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최근 예고한 바와 같이 여러 변수에 대한 가정을 주기적으로 검토해 연금 산정에 반영하려는 시도는 당장 연금수령액 감소 같은 영향이 불가피하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아울러 앞서 언급한 것처럼 주택연금 가입 주택의 가격 변동이 일반 주택가격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바, 관련 데이터를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한 예로 주택연금 가입이 수도권에 편중된 현상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주택가격 전망이 다른 데서 비롯한 것은 아닌지 검토해봐야 한다. 굳이 역선택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최근 주택가격이 지역이나 규모에 따라 차별화 양상이 뚜렷하다는 점을 볼 때 주택가격 변동에 대한 가정을 세분화해 연금을 산정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

한편 관련 위험을 보증기관이 전적으로 부담하는 계약구조 한계를 극복하려면 가입자의 주택 유지 보수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세금 미납 등으로 인한 보증손실이 확대되지 않도록 사후관리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주간동아 2013.12.09 916호 (p20~21)

  • 이휘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hwijunglee@hana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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