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7

2013.03.04

저비용 고효율 ‘나눔카’ 설레는 출발

서울시 승용차 공동 이용 카셰어링 시행…택시·렌터카보다 저렴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입력2013-03-04 14: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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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익.” “철컥.”

    2월 25일 오후 4시 서울 마포대교 북단에 자리한 마포공영주차장. 넓은 주차장 한켠에 세워놓은 승용차의 앞유리 왼쪽 상단에 부착한 카드리더기에 회원카드를 갖다 대자 금세 자동으로 잠금이 해제된다. ㈜그린포인트의 카셰어링(Car Sharing) 차량 중 한 대다.

    카셰어링은 운전자 필요에 맞게 시간 단위로 차를 빌려 쓸 수 있는 승용차 공동 이용 서비스.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하루 단위로 차를 빌려야 하는 렌터카 서비스와 다르다. 또한 렌터카처럼 별도의 복잡한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보험에 가입할 필요도 없다.

    서울시가 2월 20일부터 본격 시행 중인 이 카셰어링 서비스 명칭은 ‘나눔카’. ‘나누다’와 ‘카(Car)’를 조합해 ‘차를 함께 사용한다’는 뜻이며, 시민 공모를 통해 이름을 정했다.

    나눔카는 대도시의 만성적인 교통 혼잡과 대기오염을 조금이나마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차량 보유 감소에 따른 교통량 감축 및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얻기 위한 것. 고객 여러 명이 각자 자신에게 맞는 시간대와 상황에 적합한 승용차 한 대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만큼, 불황기를 맞아 특히 주목받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의 대표적 아이템이기도 하다. 공유경제는 재화를 소유하지 않고 교환, 임대하는 협력적 소비를 바탕으로 한다.



    서울시가 나눔카 서비스 최종 사업자로 선정한 업체는 ㈜그린포인트 컨소시엄(seoul. greencar.co.kr)과 ㈜쏘카(www.socar.kr). 만 21세 이상으로, 운전면허 취득 후 1년이 지난 시민이면 누구나 이들 업체를 통해 나눔카를 이용할 수 있다. ‘주간동아’는 서울시와 ㈜그린포인트의 협조를 얻어 직접 나눔카 서비스를 체험했다. ㈜그린포인트는 2011년 10월 국내에선 처음으로 차량 공유 서비스를 상용화한 업체다.

    저비용 고효율 ‘나눔카’ 설레는 출발

    1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의 스마트키 메뉴. 2 차문을 열 수 있는 회원카드. 3 나눔카 운행 방법은 일반 차량과 다를 게 없다.4 나눔카엔 ‘그린카 사용안내 설명서’도 비치돼 있다.

    292개소에서 492대 운영 중

    나눔카 서비스의 모든 절차는 100% 무인시스템으로 이뤄진다.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을 이용하므로 언제, 어디서든 실시간 예약이 가능하다. 맨 먼저 할 일은 회원 가입. 해당 업체 홈페이지에서 개인 신상과 운전면허, 결제를 위한 신용카드 정보 등을 입력하고 회원 가입을 신청하면 가입 승인 후 2~3일 내 회원카드를 가입자에게 배송한다. 이를 수령한 뒤 업체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모바일웹을 통해 원하는 차종과 지역, 시간을 정하면 예약이 끝난다. 예약을 마치면 예약 일시와 차량번호가 적힌 문자메시지가 휴대전화로 전송된다. 이후에 할 일은 예약 시간에 맞춰 회원 본인이 선택한 무인 거점 주차장으로 가서 승용차를 자기 차처럼 이용하는 것.

    나눔카 서비스는 서울 시내 자치구별로 최소 5개소 이상, 총 292개소에서 차량 492대를 운영 중이다. 서울시설공단이 관리하는 마포공영주차장은 마포구 내 나눔카 운영 주차장 14곳 가운데 하나이며, 이곳에 배정한 나눔카 차량은 5대. 그중 기자가 예약한 차종은 아반떼MD다. 나눔카 차종은 경차에서부터 수입차까지 다양하지만, 이용객이 몰리는 차종은 대부분 준중형 승용차와 경차다.

    아직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 서울시 공영주차장을 제외하곤 나눔카 안내표지판과 전용 주차면을 설치하기 전이라 예약 차량을 금방 찾을 수 없어 조금 아쉬운 감은 든다. 하지만 차량 식별엔 지장이 없다. 굳이 차량번호를 일일이 찾아보지 않더라도 앱에 담긴 스마트키 메뉴를 이용하면 해당 차량이 경적을 울려 주차된 위치를 정확히 알려준다.

    회원카드는 차량 이용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 예약자 본인임을 인증하는 것은 물론이고, 차문 개폐 등에도 반드시 필요하다.

    나눔카 이용시간은 최소 30분. 이후 30분 단위로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기본 이용요금은 준중형 아반떼MD의 경우 30분당 4150원이다. 모닝, 스파크 같은 경차는 이보다 더 싼 3150원. 유류비는 준중형의 경우 km당 190원, 경차는 170원을 과금한다. 교통 정체를 감안하면 택시 요금보다 훨씬 저렴한 셈이다.

    저비용 고효율 ‘나눔카’ 설레는 출발

    나눔카엔 내비게이션, 하이패스, 블랙박스 등 편의장치가 기본적으로 장착돼 있다.

    승용차 키는 차량 안에 있어 시동만 걸면 바로 차량을 운행할 수 있다. 단 운전 전 차량 외관과 내부에 흠집이나 사고 흔적이 있는지를 꼼꼼히 살핀 뒤 사진을 찍어 해당 업체로 전송해두는 것이 좋다. 사진을 보내지 않으면 자칫 흠집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이용객과 업체 간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

    나눔카 내부엔 매립형 내비게이션과 하이패스, 블랙박스 등을 설치해 운전 편의성을 높였다. 조수석 글로브 박스 안엔 30여 쪽 되는 ‘그린카 사용안내 설명서’도 비치했다. ‘내비게이션 이용법’ ‘차량 이용 시 7가지 준수사항’ ‘사고 발생 시 대처사항’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담았다.

    주행을 마친 후엔 승용차를 대여했던 원래 주차장에 반납해야 한다. 그러면 1~2시간 뒤 회원 가입 당시 등록한 신용카드를 통해 이용대금이 청구됐다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한다.

    해외에선 공공교통 새 모델

    나눔카의 최대 장점은 필요한 시간과 상황에 맞는 차종을 직접 선택해 저렴한 비용으로 단시간 이용하면서 운행 거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 즉, 경제성과 환경 보호 차원에서 강점을 지닌다. 또한 렌터카 업체가 문을 닫은 야간에도 이용 가능해 시간 제약이 크지 않다. 모든 차량에 자동차 종합보험(대인/ 대물/ 자손) 및 차량손해면책 제도가 적용되므로 이용요금 외에 별도로 보험료를 지불할 필요도 없다.

    다만 차량을 반납하러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와야 하는 만큼 편도 운행이 사실상 힘들어 출퇴근 시 이용하기 어렵다는 게 단점이다. 차량 반납을 지연하면 다음 예약 회원에게 피해를 끼치게 되므로 페널티(벌금)를 부과한다.

    박미선(31) ㈜그린포인트 마케팅팀장은 “나눔카의 주고객층은 20대와 30대 초반이며, 남성 고객이 여성 고객보다 3배가량 많다”면서 “남성의 경우 주로 단시간 업무용, 여성은 대형 마트 장보기나 문화센터 수강 등을 위한 목적으로 많이 이용하며, 데이트나 여행을 위해 장시간 대여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그린포인트 회원 수는 현재 8만여 명에 달한다.

    카셰어링은 국내에선 초기 단계. 하지만 해외에선 미국 집카(Zipcar) 등 여러 업체가 시행하는 차량 공유 서비스가 이미 공공교통 새 모델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서울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유류비 상승과 경기침체 상황에서 나눔카가 새로운 운전 문화로 자리 잡아 교통 혼잡, 주차 공간 부족 등 만성적인 교통난과 대기오염을 해소하는 대안이 되도록 시민 불편 및 제안사항을 접수받아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 카’에 대한 소유욕과 애착이 유난한 한국 풍토에서 ‘자동차 과잉도시’ 서울의 카셰어링은 과연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을까.

    나눔카 운영 주차장 위치와 이용 가능한 차량 대수 등은 해당 업체 홈페이지와 서울특별시 교통정보센터 홈페이지(topis.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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