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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北 3차 핵실험 후폭풍

“핵보유국·체제 결속 이 한 방보다 좋은 게 있갔니”

막다른 핵 도발, 김정은식 셈법과 치명적 오류

“핵보유국·체제 결속 이 한 방보다 좋은 게 있갔니”

“핵보유국·체제 결속 이 한 방보다 좋은 게 있갔니”

2월 12일 오전 11시 58분경 기상청 관계자가 북핵 지진파와 관련해 지진상황 표출 시스템 자료를 발표하고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온 세계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국제사회의 규탄이 봇물처럼 터지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는 ‘중대한 조치’를 논의 중이다. 국제규범을 위반한 ‘문제아’는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규탄과 제재만으로는 북핵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셈법도 짚어봐야 한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대와 거듭된 경고를 무시한 채 3차 핵실험 도박을 강행한 데는 그 나름의 손익계산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 셈법은 뭘까. 3차 핵실험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 김정은 제1비서의 독백 형식으로 그 속내를 들여다보자.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결의안 2087호가 통과됐다고? 장거리 로켓 시험발사는 평화적 우주 이용이라고 그렇게 강조했건만…. 제재 강화를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순 없지. 3차 핵실험으로 불만과 거부 의사를 강하게 표명해야 해. 3차 핵실험을 하면 여러 이점도 누릴 수 있을 거야.

먼저 대내적으로는 내(김정은) 체제의 안정성과 내부 결속 강화에 큰 도움이 될 테지. 아직까지 내 체제에 대한 정면도전은 없지만 주민 불만이 적지 않아. 주민들은 내가 아직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며 업적도 빈약하다고 입방아를 찧지. 심각한 식량난, 경제난 탓에 주민들의 불만과 동요도 적지 않고. 내 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단행된 권력 엘리트 숙청과 교체에 따른 핵심 계층의 불만, 특히 군부 강경파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흠, 정통성과 안정성을 강화하려면 가시적 ‘업적 쌓기’가 필요해. 3차 핵실험을 통해 외교적 자주성과 핵 억제력 확보를 과시하면 어떨까.

미국 끌어들여 협상 재개

3차 핵실험에 따른 대북제재 강화와 군사적 긴장 상태 조성도 활용할 만한 가치가 있어. 주민들의 불만과 동요를 차단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는 외부로 책임을 전가하고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게 최고 명약이니까. 핵실험 강행은 군부 강경파의 반발을 잠재우는 효과도 있을 거야.



국제 차원에서는 무엇보다 미국을 위협할 만한 강력한 수단이 필요해. 미국은 우리 생존을 위협하는 최대 적이야. 미국의 위협을 억제하려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핵미사일 체계 구축이 불가피해. 지난해 12월에는 ‘은하3호’ 2호기 시험발사 성공으로 장거리 미사일 개발 능력을 과시했잖아. 이제는 3차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의 소형화 및 경량화, 핵 폭발력 향상, 핵 다종화 능력을 시위할 필요가 있어. 핵실험에 성공하면 대미 핵 억제력 향상을 시위할 수 있고 또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처럼 우리의 핵보유국 지위도 기정사실화할 수 있을 거야.

3차 핵실험은 북·미협상과 4년간 공전한 6자회담 재개에도 유리해. 북·미협상과 ‘조건 없는’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해 대북제재, 국제적 고립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해. 핵 협상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대북경제 지원을 크게 얻어낼 필요도 있고. 대북제재와 국제적 고립이 심화돼 정말 숨이 막힐 지경이야. 그런 제재와 고립을 주도하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지. 미국은 국제사회로 통하는 ‘중심 고리’임에 틀림없어.

미국의 관심을 끌어 협상을 재개하는 것이 급선무야. 3차 핵실험을 하면 미국도 우리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 없을 거야. 우리 ‘몸값’도 높아질 테고. 핵실험 이후 한동안은 대북제재가 강화되고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겠지만, 결국 미국은 유화카드를 들고 협상테이블에 나오게 될 거야. 미국의 관심을 끌려면 이번 핵실험이 ‘미국을 겨냥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해. 핵실험 날짜도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예정된 날로 잡고, 핵실험 계획도 하루 전 미리 통보하는 것이 유용하겠지. 물론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핵실험 강행의 빌미로 삼을 필요도 있어.

3차 핵실험은 대중정책 면에서도 나쁘지 않아. 우리 혈맹국을 자처하는 중국이 결의안 2087호에 동참하다니! 강력한 불만 표출이 필요해. 중국의 대북 식량·경제 지원도 우리 기대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치잖아. 우리가 중국 속국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새로 등장한 시진핑 체제가 우리를 얕보지 못하게 할 필요도 있어.

우리가 핵실험을 하면 중국도 난처한 처지에 놓일 거야. 그래서 3차 핵실험을 적극 만류하면서 대북 원조 중단 압박도 가하는 걸 테고. 핵실험 이후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강화에 동참하겠지? 2003년 대북 원유공급 중단 사태처럼 ‘일시적으로’ 대북 원조를 중단하거나 줄이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고. 그래도 문제없어. 중국은 북·중관계가 순망치한(脣亡齒寒) 관계라는 사실을 잘 알거든.

중국이 우리의 전략적 활용가치를 낮게 볼 수는 없어. 미·중과 중·일 간 패권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지. 우리가 핵·미사일 위협과 무력도발을 통해 한반도 불안정을 심화하면 중국도 우리를 감싸지 않을 수 없을 거야. 우리가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보다 망하는 게 중국 처지에선 훨씬 더 치명적인 손실이니까. 우리 핵무기가 중국을 겨냥하는 것도 아니잖아. 핵실험 이후 중국은 ‘강력한’ 대북제재에 반대하고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면서 북·미협상과 6자회담 재개를 적극 촉구할 거야. 우리가 망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중국이 대북 식량·경제 지원을 중단해도 일시적인 조치일 뿐 장기화할 순 없어.

3차 핵실험은 대남정책에도 효과가 있을 거야. 일단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을 떠볼 수 있겠지. 이명박 정부처럼 대북 강경책을 구사하면 핵 위협과 안보 위협이 가중된다는 사실을 보여줄 거야. 박근혜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을 유도할 수도 있지. 핵 위협과 무력도발로 인한 군사적 긴장 고조는 남남갈등 조장에도 유용하니까. 비대칭적 안보 위협 우위를 적절히 활용하면 향후 남북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도 있을 거야.”

생존 위협 최대 적은 경제난

북한은 이런 셈법으로 3차 핵실험을 강행했을 것이다. 이런 셈법이라면 북한이 당분간 강경기조를 지속하면서 핵·미사일 위협과 무력도발을 자행할 개연성도 높다. 그러나 이런 셈법에는 치명적 오류가 허다하다. 무엇보다 북한 생존을 위협하는 최대 적은 미국이 아니라 북한 내부에 도사린 식량난, 경제난이다. 따라서 김정은 체제의 정통성과 안정성 강화를 위한 ‘업적 쌓기’의 첩경도 핵 억지력 향상이 아니라 심각한 식량난, 경제난 해결이다. 김일성과 김정일 유훈에는 ‘이밥에 고깃국’도 있다. 핵 보유와 이밥에 고깃국은 양립할 수 없다.

핵 보유에 집착하면 북한 운명을 재촉하는 대북제재와 국제적 고립만 심해질 뿐이다. 군사적 긴장 고조를 통한 내부 단속도 장기화할 수 없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북한 기술력과 경제력으로 보면 핵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체계 구축도 첩첩산중이다. 설령 북한이 핵탑재 ICBM 체계를 구축한다 해도 북한 생존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정치의 기본 생리가 바뀌지 않는 한 세계적 패권국인 미국이 북한 협박에 굴할 것이라는 기대도 공허한 환상에 불과하다. 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언제까지, 어느 정도까지 북한 몽니를 받아줄지도 미지수다. 한국의 군사적, 경제적 저력과 외교적 영향력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북한이 식량난, 경제난을 타개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나라도 바로 한국이다.

결국 북한이 살길은 핵 포기와 개혁·개방이다. 가시적 해결책은 북한이 미국과의 ‘2·29합의’에 명시된 비핵화 사전조치를 성실히 이행하고 6자회담을 재개해 핵 포기와 대북 보상을 맞바꾸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김정은 체제가 현명한 길을 선택하길 바란다. 우리도 우리식 셈법에만 의존하지 말고 김정은식 셈법까지 짚어가면서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주간동아 2013.02.18 875호 (p40~41)

  • 엄상윤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scare96@sej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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