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4

2013.02.04

기운 북돋우기 이만한 茶는 없다

홍삼가루차

  • 김대성 한국차인연합회 고문·차 칼럼니스트

    입력2013-02-04 09: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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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날 부모나 친지에게 드릴 선물 가운데 으뜸은 홍삼이다. 산삼, 수삼, 미삼도 있지만 고가인 산삼은 서민에게 그림의 떡이라 그다음으로 효능 높은 홍삼을 선택하는 것이다.

    홍삼을 이용해 만든 홍삼 엑기스, 홍삼 젤리, 홍삼차 등 완제품도 있지만 홍삼가루는 식재료로도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어 명절날 선물하기에 그만이다. 불고기, 갈비, 스테이크 양념에 홍삼가루를 넣으면 육질이 부드러워지고 고기 냄새가 줄어든다. 인절미에 콩고물 대신 홍삼가루를 묻히면 떡의 달달한 맛에 홍삼 특유의 쌉쌀한 맛이 어우러져 별미가 된다.

    밥을 지을 때 홍삼가루를 넣으면 홍삼 향기가 입맛을 돋운다. 전을 지질 때 밀가루 반죽에 홍삼가루를 섞으면 비린내가 없어지고, 우유를 싫어하는 어르신을 위해 우유에 홍삼가루를 타면 한결 마시기 편해진다. 아이스크림에도 홍삼가루를 넣으면 산뜻한 맛이 난다. 탄산수에 홍삼가루를 타면 맛이 한층 업그레이드된다. 이렇게 다양하게 사용되다 보니 우리나라 사람이 애용하는 건강기능식품 매출액의 약 36%를 홍삼이 차지한다고 한다.

    외국인은 한국 특산물이라 하면 고려인삼을 떠올린다. 우리나라 토산품의 대명사가 된 인삼을 세계 사람이 앞다퉈 찾는 이유는 동서양은 물론, 남녀를 가리지 않고 허한 몸을 보하는 효능을 지니기 때문이다. ‘본초강목’에도 인삼이 몸에 기운을 북돋아주고 두통, 설사, 중풍, 토혈, 하열, 산전 및 산후 병을 다스리는 효능을 지닌다고 기록돼 있다.

    특히 우리나라 산삼은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신령스러운 약초로, 이웃 나라에까지 소문이 퍼졌다. 이에 중국인들이 우리나라에 몰래 들어와 깊은 산까지 뒤져 산삼을 캐가는 바람에 조선 숙종 때부터 본격적으로 인삼 재배에 들어갔다. 인삼과 산삼은 종자(種子)가 같지만 산에서 자라는 삼은 몇백 년도 살 수 있는데 반해, 밭에서 재배하는 인삼은 6년 이상이 되면 썩는다. 그래서 산삼은 나이로, 인삼은 무게로 값을 매긴다. 재배삼의 경우 3년 이상이면 약성이 높다. 인삼 재배가 가장 잘된 지역을 시대별로 나눠 보면 고려는 개성, 백제는 금산, 신라는 풍기를 꼽을 수 있다. 근래에는 김포나 강화 등지에서도 많이 재배한다.



    기운 북돋우기 이만한 茶는 없다
    인삼은 제조방법에 따라 말리지 않은 수삼, 말린 백삼, 열처리를 해 건조시킨 홍삼으로 구분 짓는다. 홍삼가루차는 주머니 사정 탓에 보약을 특별히 챙겨먹지 못하는 사람이 몸을 보하려고 마신다. 특히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에 좋다. 인삼 성분에는 강심작용을 하는 특수 물질이 들어 있는데, 그것이 심근 수축 작용을 높이고 관상동맥 운동량을 증대시켜 산소 소모량을 줄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래서 예부터 심장질환 치료에 널리 쓰였다. 인삼은 다른 생약과 달리 장복해도 독성이 없다지만, 고혈압이나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삼가는 것이 좋다고 한다.

    홍삼 만들기

    밭에서 수확한 수삼을 깨끗이 씻은 후 찜통에 넣어 은근한 불에서 5시간 정도 찐다. 그다음 햇살이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바짝 말린다. 이렇게 찌고 말리는 과정을 9번 거치면 황갈색이 된다. 이를 흔히 구증구포(九蒸九曝)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사포닌이 60% 증가한다. 마른 홍삼은 서울 경동시장 제분소에서 갈아온다.

    홍삼가루차 맛있게 준비하기

    홍삼가루를 뜨거운 물에 그냥 타 마시면 거품이 생기지 않아 맛이 떨어진다. 시중에서 사발같이 생긴 다완(茶碗)을 준비해 홍삼가루 세 티스푼을 넣고 뜨거운 물 100cc를 부어 차선으로 휘저으면 하얀 거품이 그릇 가득 피어난다. 이렇게 마시면 시각적으로 좋을 뿐 아니라 감칠맛도 있다. 이번 설날 손님 접대용으로 내놓기에 딱이다.



    차향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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