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3

2013.01.28

4대강! 死대강? ‘역사의 죄’로 흐르나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이응수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 경영학과 졸업 yieungsoo@gmail.com

    입력2013-01-25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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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 死대강? ‘역사의 죄’로 흐르나

    1월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4대강조사위원회와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감사원의 4대강 감사결과에 따라 관련자를 처벌하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을 두고 총리실과 관계부처, 그리고 감사원이 정면충돌했다. 포문은 감사원이 열었다. 감사원은 1월 17일 지난해 5~9월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결과 “4대강에 설치한 보(洑) 총 16개 가운데 11개 보에 대한 근본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며 이명박 정부 최대 역점사업에 대해 부실 판정을 내렸다. 국가기관의 첫 부실 발표였다.

    감사원이 발표한 4대강 사업 감사결과는 ‘부실 덩어리’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은 △보 내구성 부족 △수문 안전성 부족 △수질관리 기준 부실과 이로 인한 음용수의 안전성 저하 △불합리한 준설 계획 △과다한 유지관리 비용 책정으로 인한 사업비 낭비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문제점을 보였다(상자기사 참조).

    “부실 덩어리다” vs “무슨 소리”

    감사원 발표 이튿날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과 유영숙 환경부 장관은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정면 반박했다. 1월 23일에는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이 거들었다. 임 실장은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열고 “감사원이 보 설계와 수질 등에 관해 지적한 일부 사항이 자칫 국민에게 사업 전체 성과에 대한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면서 “총리실을 중심으로 4대강 사업에 대해 다시 한 번 철저한 검증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관련 학회 전문가를 중심으로 검증단을 꾸리는데, ‘검증은 전문가, 지원은 정부’라는 기조로 검증해나가겠다는 것.

    그러나 정부의 이런 태도는 감사원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에서도 논란이 됐다. 양건 감사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총리실 검증에 대해 “대단히 심각한 사태다. 검증 수용 여부는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면 판단하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정치권도 공방에 뛰어들었다. 민주통합당 4대강 불법비리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미경)는 기자회견을 열어 “김황식 총리는 감사원의 4대강 사업 1차 감사결과 발표 당시 감사원장으로서 4대강 사업에 문제없다고 이야기해 면죄부를 준 당사자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기술 부문에 대한 내용인 만큼 주무 부처들이 대응할 일”이라며 언급을 자제했지만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주간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설계상 약간의 문제를 전반적 부실로 규정해놓아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왜 이 시점에 이런 식으로 발표했는지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공방을 지켜보는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반응이다. 4대강 사업 초기부터 예견된 문제가 드러난 것뿐이라는 설명이다. 4대강 사업에 참여한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사업 초기 유속이 느려 준설이 필요한 영산강부터 시범적으로 해본 다음 문제점을 보완해 다른 강으로 확대하자는 주장이 있었으나, 이명박 대통령 임기 5년 안에 마무리 지으려다 생긴 문제”라고 설명했다.

    4대강! 死대강? ‘역사의 죄’로 흐르나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국내 한 엔지니어링 회사 대표인 A씨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A씨는 “4대강 사업 부실은 인간이 물을 다스릴 수 있다는 오만과 불도저식 사업 추진 방식이 빚은 예견된 결과”라고 단언했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

    “우리는 흔히 치수(治水)라 해서 물을 우리 마음대로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인간의 오만이다. 물은 치수 대상이 아니다. 4대강 사업은 자연과 대화하면서 해나가야 한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4대강 사업은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 꾸준히 조사하고, 최악의 경우까지 고려해 혹 나타날지도 모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까지 마련한 후 차분히 진행했어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는 ‘4대강 사업 반대론자들은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같은 국책사업도 반대했지만 결과적으로 세계 초일류 공항이 되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나 영종도 사업과 4대강 사업은 다르다. 인천국제공항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공간을 만들어가는 토목 사업이었다면, 4대강은 물을 따라가야 하는 사업이다. 인천국제공항 건설과는 다른 발상과 접근법으로 4대강 사업에 임했어야 한다. 지금 4대강 반대론자들은 하상이 썩을 것이라는 지적에서부터 홍수 피해를 키울 것이라는 주장까지 많은 위험성을 주장하지만, 이는 시간이 많이 흐른 뒤 실제 그런 일이 벌어져야 알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니 처음부터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자연재해 최대치를 가정한 뒤 거기에도 대처 가능한 방안을 마련하고 반영해 공사를 진행했어야 한다.”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의 진단도 비슷하다.

    “(4대강 사업은) 강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건설업체에 돈을 줘 경기를 부양시키려는 목적이 큰 것 같다”면서 “이명박 정부에서는 4대강 가운데 1개 강만 먼저 시행했어도 된다. 정부 치적을 세우려고 무리하게 밀어붙이기를 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4대강 사업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일부 환경론자의 주장처럼 매년 2000억 원이 넘는 유지비와 안전을 고려해 공사비 22조 원을 포기하더라도 무너뜨려야 할까. 아니면 감사원 지적 사항을 보완하면 될까.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판단 유보’라고 입을 모은다. 이미 22조2000억 원을 투입했고, 올해 4대강 지류·지천 사업을 시작하면 30조 원이 훌쩍 넘는 대형 국책사업이 되는 만큼 현 시점에서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법하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유지관리 비용이 계속 들어가는 4대강 사업이 경제적으로 타당한지 의구심이 든다”며 “근본적으로 다시 점검해야 하지만 ‘철거냐 유지냐’를 지금 확답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 유지관리 비용이 보를 유지함으로써 얻는 편익보다 확연히 크다면 보를 없애야 하지만, 이미 투입한 22조 원의 매몰 비용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그런 고민을 하기에 앞서 전문가 검증단의 여유 있고 철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엔지니어링 업체 대표인 A씨가 내놓은 처방도 비슷하다.

    4대강! 死대강? ‘역사의 죄’로 흐르나

    1월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이 전날 감사원 감사결과 발표에 강하게 반박하며 설명 자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은 유영숙 환경부 장관.

    검증과 유지관리 놓고 충돌

    “지금은 4대강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 전문가들이 앞으로 예상되는 모든 문제를 상정한 뒤 그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지금 잘했다, 잘못했다를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앞으로 예상되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지혜부터 모아야 한다.”

    이영재 경북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장비를 이용해 정밀안전진단을 하고, 그 결과를 놓고 처리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감사원 감사결과는 미진하다. 낙동강 상주보의 경우, 11m 높이의 보를 지으려고 1.5m씩 7차례에 걸쳐 콘크리트를 나눠 부었다가 그 이음새에 문제가 생겼다. 설계시방서와 달리 7번 분할타설해 보를 세우다 보니 타설한 틈 사이가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물이 새고 철근이 부식된 것이다. 한 번에 연속타설해야 하지만, 공사비와 공사기간을 감안해 분할타설했다. 현재 60cm 깊이의 구멍 수백 개를 뚫어 방수재를 채워 넣었지만 이는 임시방편이다. 이 틈이 벌어지면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처럼 한 번에 무너지는 취성파괴(脆性破壞)가 올 수도 있다. 물론 누수만으론 안전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따라서 X레이 방사선 진단을 하는 것처럼, 보마다 콘크리트와 철근을 잘라 분석한 뒤 내구성, 잔존 수명 등을 점검하는 정밀안전진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수차례 국토해양부 등에 정밀안전진단을 요구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면 박재광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학 건설환경공학과 교수의 설명은 다르다. “보 건설에 따른 효과나 부작용을 파악하려면 수년이 지나야 하는데, 감사원이 ‘5개월 자료’를 가지고 발표한 것은 성급했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의 설명을 따라가 보자.

    “각 반 정원이 50명인데 3명씩만 뽑아 평균을 내면 어느 반이 우수한지 설명이 안 된다. 감사원 수질검사도 그렇다.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은 실제 수질관리 목표에서 벗어난 기준인데, 유독 한국에서는 공격하는 측에서 COD를 이용한다. 감사원 감사 역시 흠을 잡으려는 의도적 감사였고, 국민은 거기에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본다. 유지관리 비용도 그렇다. 경부고속도로는 짓고 나서 보수 안 했나? 바닥보호공은 원래 예측이 어렵다. (감사원 지적사항은) 공사 중에 씻겨 내려간 것이지, 지금 설치하면 문제없다. 4대강 사업은 (한국이) 선진적으로 가려고 하는 건데, 정치적으로 반대한다. 3차원 구조 해석을 한다 해도 조건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 다르다.”

    이처럼 이 교수와 박 교수 주장은 정반대다. 같은 현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구를 검증단에 참여시키느냐에 따라 조사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만큼 곧 꾸려질 4대강 검증단 구성이 중요하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4대강 사업은 그 범위가 워낙 방대해 각 분야 전문가마다 시각이 다르다. 전문 분야 내에서도 견해가 다르다”고 말한다.

    제2 대북송금특검 가능성도

    4대강! 死대강? ‘역사의 죄’로 흐르나
    “감사원 감사결과처럼 보수 및 보완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인정하지만, 균열 가능성이 높다거나 시공설계 잘못이라는 지적에는 시각차가 크다. 물 흐름이나 홍수 양 이런 건 시간이 지난 뒤 판단할 문제다. 지금 완벽하게 입증하기 어려울뿐더러, 모든 요소를 감안해 건설하기도 힘들다. 잘못된 요소 하나를 가지고 모든 설계가 잘못됐다고 하는 건 정말 잘못이다. 일부 시각이 전체 시각인 양 감사결과를 발표한 것도 성급했다. 정치적으로 이용해 공격할 우려도 있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취수, 수질 문제는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이명박 정권의 핵심 사업으로 돼 있다 보니 반대하는 측에서 흠집을 내는 것 같다. 이 문제는 좀 더 장기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처럼 검증단 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비서실 정무팀장인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정부가 설명하는 수준으로는 안 되고, 정부 부처와 감사원 양쪽이 전문가들을 추천해 공동조사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놨다. 이영재 교수의 설명이다.

    “4대강 사업에 ‘문제없다’는 내용의 1차 감사결과는 김황식 총리가 감사원장으로 있을 때 나왔다. 이제는 총리가 돼 감사원 감사를 검증하겠다는 건데, 누가 봐도 신뢰성이 떨어진다. 콘크리트, 철근 강도를 분석해 공사예산을 제대로 집행했는지도 살펴야 한다. 따라서 검증단 구성이 중요하다. 해외 전문가도 포함시키고 친(親)정부적인 학자들은 배제해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가 한 달 남짓 남았다. 총리실의 4대강 사업 검증은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하지만, 그 결과 발표는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질 공산이 크다. 이명박 정부의 총리실이 주도하는 재검증이 신뢰를 얻기 어려운 만큼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이를 다시 재검증해야 하는 상황도 예상된다. 4대강 사업이 자칫 ‘제2 대북송금특검’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집권 초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정부에서 벌어진 대북송금 의혹 특검을 받아들이면서 당시 여권의 분열과 김대중 정부 인사들의 사법처리를 불러왔다.

    검증단 조사 결과에 따라 2008년 이후 매년 예산안 처리 때마다 날치기와 폭력 사태를 낳았던 새누리당에 대한 책임론도 대두될 수 있다. 4대강 검증 칼날이 이명박 정부 핵심을 겨냥한다면, 노무현 정부에서의 대북송금특검처럼 박근혜 정권 출범에 기여한 이명박 정부 인사들이 이탈하는 상황도 예상된다. 4대강은 어디로 흐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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