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6

2012.12.10

보수 對 진보 총출동 ‘SNS 전쟁’

‘박근혜 對 문재인’ 아닌 ‘박근혜 對 안철수’

  • 김행 소셜뉴스 위키트리 부회장

    입력2012-12-10 09: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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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 對 진보 총출동 ‘SNS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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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4·11 총선까지만 해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진보진영 공간이었다. 소설가 공지영 씨, 조국 서울대 교수,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김용민 씨, 한겨레의 허재현 기자, 김진애 전 민주통합당(민주당) 국회의원,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문성근 민주당 상임고문, 시사평론가 진중권 씨 등이 담론을 이끌었고 상당수 진보적 정치성향의 지지자들이 앞다퉈 리트위트를 하면서 지지세를 확산해나갔다. 보수진영은 SNS 파급력에 번번이 당하면서도 속수무책이었다. 당시 SNS에서 ‘새누리당 : 민주당’ 영향력은 1:9 정도로 기울어졌다.

    그러나 12월 19일 대통령선거(대선)를 두 달 여 앞두고 SNS 지형은 확연히 바뀌었다. ‘박근혜 후보(보수 진영) : 문재인 후보(진보 진영)’의 영향력이 5 : 5 정도로 엇비슷해진 것이다. 상대적으로 공지영 씨, 조국 교수 등 SNS 빅마우스의 영향력은 줄어들고, 사건 진실만 확인되면 장삼이사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나서서 선거 판세를 바꿔나갔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한 11월 27일부터 12월 6일 현재까지 SNS 공간에서의 후보별 버즈량 점유율을 보면 ‘박근혜 후보 51.2%((106만8142건) : 문재인 후보 48.8%((101만9430건)’로 박 후보가 문 후보를 앞섰다(그래프1 참조·데이터 분석 : 미디컴·위키트리, 데이터 제공 : 펄스K, 분석 기간 : 2012년 11월 27일~12월 6일)

    박근혜 트위터에서는 어떤 일이?

    보수 對 진보 총출동 ‘SNS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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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랍게도 이 같은 SNS 추이는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데일리 정치지표에서의 두 후보 간 지지율 추이와 비슷하다(그래프2 참조). 11월 28일부터 박 후보 지지율은 45 → 45 → 44 → 45 → 46 → 46%고, 문 후보는 42 → 42 → 45 → 43 → 41 → 41%다. 마지막 조사 날짜인 12월 5일 현재 두 후보 간 지지율 차이는 5%포인트. 전국 1000 샘플조사의 표본오차 ±3.1%를 감안해도 박 후보가 문 후보를 다소 앞서는 추세라고 해석할 수 있는 조사자료다. 이 두 데이터를 비교해보면, SNS 여론도 일반 여론조사 데이터와 비슷한 추이를 보일 정도로 전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대표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그것도 빅마우스의 힘없이 장삼이사들의 힘으로.



    먼저 박근혜 후보의 버즈량 추이를 살펴보자. 11월 28일 박 후보와 문 후보가 1차 TV 광고를 내보내자 ‘박근혜’가 키워드로 포함된 트위트 버즈량이 급증했다. 왜일까. 문 후보가 선거유세 중에 입고 다닌 노란색 패딩점퍼(상품명 그린란드구스다운 7272038)가 79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 상품인 것이 밝혀지자, 보수진영 쪽 트위터 이용자들이 박 후보가 입고 다니는 빨간색 패딩점퍼(상품명 필라코리아 F2DJU763F)는 19만8000원이라는 비교사진을 집중적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문 후보의 명품 의자와 고가 패딩이 문제가 되자 소설가 공지영 씨(@congjee)가 “의자가 비싸다고? 박근혜 입고 다니는 의상, 백, 구두 값 밝혀봐라!고 트위트를 날렸다가 역으로 다수 트위터 이용자에게 뭇매를 맞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또한 ”ㅠㅠㅠ 공지영 작가 말대로 의상이랑 구두 찾아봤더니 10년 쓴 구두 나오고 이러잖아요 ㅠㅠㅠ”라는 트위트는 박 후보의 낡은 구두 사진과 함께 일파만파로 트위트되기도 했다. 이는 팩트 없는 파워 트위터리언의 정치적 선동이 일방적으로 먹히지 않는다는 대표적 사례다.

    12월 2일엔 박 후보 핵심 측근인 이춘상 보좌관의 교통사고 사망소식이 전해지면서 추모 트위트가 상당수 발생했다. 특히 박 후보(@GH_PARK)가 직접 트위트한 “15년 동안 사심 없이 헌신적으로 도와준 이춘상 보좌관! 이렇게 갑작스럽게 운명을 달리 하게 돼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그 깨끗하고 맑은 영혼이 하늘에서 축복을 누리기를 바라며 그 영전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라는 내용은 1546건이나 리트위트됐다. 박 후보는 직접 트위트를 하는 경우가 별로 없지만, 이날 트위트는 상당한 공감을 이끌어냈다.
    보수 對 진보 총출동 ‘SNS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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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후보 간 첫 3자 TV 토론이 있었던 12월 4일엔 SNS 공간이 호떡집에 불난 듯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박 후보를 정면 공격한 데 대한 패러디 트위트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이날 트위트는 이 후보를 옹호하고 박 후보를 비난하는 트위트가 훨씬 우세했다(80.2%). 박 후보를 옹호하고 이 후보를 비난하는 트위트는 16.9%에 불과했다. 특히 Smile~? 님(@smile_ystkyrk)의 “오늘 토론 요약…이정희 : 나는 잃을 게 없다. 박근혜 : 나는 읽을 게 없다. 문재인 : 나는 낄 틈이 없다”는 2703건이나 리트위트되며 명불허전이 됐다. 희극왕 맹땅 님(@MJ_HARU)의 “이정희 후보의 거친 발언과 불안한 그네 공주의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문재인, 그건 아마도 전쟁 같은 토론”도 명문으로 회자됐다(리트위트 1346건).

    이날만큼은 진보논객들의 트위트가 최고가를 기록했는데, 전우용 역사학자(@histopian)의 “토론을 보고 확인한 세 가지 ① 박근혜 후보는 보수 신문에 나온 내용을 철썩같이 믿는다 ② 보수 신문에 보도되지 않는 건 아예 모른다 ③ 그런데 보수 신문조차 제대로 읽지 않는다”(1154건 리트위트), 도하 님(@doha_sama)의 “결국 이정희는 문재인과 자신에의 표 분산을 억제하고/ 박근혜를 좆나 까서 부동 지지자가 0.1%라도 움직일 가능성을 얻었고 토론회 시청률을 올렸으며/ 하고 싶은 말 다해서 속시원하고/ 자기는 안 뽑힌다는 천재적인 전략을 성공시키고 있음”(973건 리트위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날 대표적 보수논객인 조갑제 씨(@chogapje1)는 “이정희 씨는 토론을 상당히 유쾌하게 즐기는 듯했다. 문제는 이정희가 기분이 좋으면, 절대 다수의 국민은 기분이 나빠진다는 사실이다. 이정희 지지율이 오르면 문재인은 떨어진다는 사실이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더구나 박 후보가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6억 원을 수령한 것이 TV 토론을 통해 상기되자 진보논객들이 집중적으로 트위터로 외출했다. 물 만난 고기처럼. 왜? 전두환 전 대통령 돈 6억 수령에 대해 트위터 이용자 78.8%가 비난했기 때문이다. 한인섭 서울대 법대 교수(@truthrail), 안철수 캠프의 선대인 씨(@kennedian3), 대표적 진보논객 레인메이커(@mettayoon)와 정봉주 전 의원을 변호하는 이재화 변호사(@jhohmylaw)가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퍼부었다.

    보수 對 진보 총출동 ‘SNS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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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트워터에는 어떤 일이?

    그렇다면 키워드로 ‘문재인’이 포함된 트위트의 동향은 어땠을까. 첫 TV 광고를 시작한 11월 28일 ‘광고 속 명품 의자‘가 논란이 되면서 문 후보의 서민 이미지는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좌좀스나이퍼 님(@supersniper1219)의 “문재인 패딩점퍼(79만 원) vs 박근혜 패딩점퍼(13만8000원) 대체 누가 서민 운운합니까? ㅋㅋ 문재인 오늘 1000만 원짜리 의자부터 시작해 위선자의 가면 벗기 시작했노?”(783건 리트위트)와 대표적 보수논객 변희재 씨(@pyein2)의 “상식적으로 서울에 거주하는 문재인과 그의 부인이 부산에 오픈하는 명품 의자를 어떻게 알고 거기까지 가서 사옵니까? 문재인 후보 부인의 해명이 맞는다면 문재인 후원 회사인 한 건설사가 유력하죠. 이건 문재인 측이 어디에서 샀는지 밝히면 됩니다”(750건 리트위트) 등이 문 후보의 ‘서민’ 이미지에 맹공을 가했다.

    이 같은 트위트가 번지자 진보진영도 급방어에 나섰다. 이방인 님(@plastic60)은 “문재인 의자 ㅋㅋㅋ 20대에 사시 패스해서 30년 동안 변호사로 활동하고 비서실장 역임한 사람이 살면서 안경테랑 의자 괜찮은 거 살 여유가 없을 정도의 소득 수준이라면 그 나라는 내일 망하는 게 좋겠어”(688건 리트위트)와 대표적 진보논객인 탁현민 씨(@tak0518)의 “문재인이 50만 원짜리 의자에 앉다니 부끄럽다. 박근혜는 언론사 지분 7000억, 현금자산 200억, 부동산 100억 정도밖에 안 되는 장물장학회 위에 앉아 있는데… 문재인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리트위트 492건) 등의 트위트는 진보진영 논리의 방패막이로 사용됐다.

    또한 11월 30일 문 후보 부인의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이 터지자 트위터는 한 번 더 불이 났다. 이와 관련해 부정적인 트위트가 88.3%에 달했다. 윤주진 님(@yoonjujin)의 “다운계약서에 무너지는 문재인, 내가 하면 관행?”과 변희재 씨의 “문재인 사회수석 때는 빌라, 2003년 민정수석 때는 상가매도 때, 또 다운계약서 썼군요. 이건 뭐 빼도 박도 못하는 양도소득세 탈루죠?” 등 맹공이 펼쳐졌다.

    반면 긍정(옹호) 트위트는 3.2%였다. 고작 김현 민주당 대변인(@cash0610)이 “변희재 등 박근혜 지지자들과 새누리당이 시비를 걸고 있는 문재인 다운계약서와 관련해 한국납세자연맹이 ‘당시 위법행위는 잘못된 법령체제 때문이므로 문재인 후보는 오히려 피해자’라고 되레 그들에게 일침을 가했네요”라며 고군분투하는 정도였다. 이 기간 문 후보는 명품 의자와 다운계약서 작성 논란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게다가 3자 TV 토론 첫날인 12월 4일엔 ‘문 후보의 존재감 없음’이 문재인 후보를 강타했다. 이와 관련한 트위트가 22만4683건이나 됐다. “문 후보의 ‘존재감 없음’ 극복될 수 있을까. 안철수 전 후보는 어디 갔을까”라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보수 對 진보 총출동 ‘SNS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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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

    드디어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가 나섰다. 12월 6일 오후 ‘문·안’ 회동이 성사된 것이다. 안 전 후보는 문 후보를 위한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문 후보는 과연 박 후보를 역전할 수 있을까. 트위터가 요동쳤다. 보수와 진보가 격돌하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마지막 일격을 위해 양 진영이 피를 철철 흘리는 전투를 벌였다. 트위터에서는 보수와 진보 양진영이 끊임없이 트위트를 올리고 있다.

    먼저 진보진영 쪽을 보자.

    서주호(@seojuho) : “(文·安 회동 시작) 안철수 전 후보님은 고민하고 결단하기까지 과정이 참 길지만 결단 이후 표현하는 말은 참신하고 단호합니다. 안철수 전 후보 ”아낌없이 주는 나무 될 것.”

    김진애(@jk_space) :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가 만나는 ‘달개비’궁금해하시네요. ‘세실극장’이라고 오랫동안 중요한 정치회동, 특히 민주화 특종들이 일어났던 공간이지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건투!”

    CafeVine(@CafeVine) : “문재인의 ‘초당파적 내각’과 안철수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만났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agora.민심은 천심(@gajuknamu) : “安 ‘아낌없이 주는 나무 되겠다’ http:// durl.me/42cxbq 이날만 기다렸읍니다 감사합니다 정치쇄신 정권교체 닭치고 투표해서 쥐와 닭 박멸하자.”

    보수진영 쪽은 이렇게 맞섰다.

    要約整理例示之王(@a_hriman) : “안철수가 들어가면서 ‘새 정치와 정권교체를 위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음, 밑동만 남아서 그냥 앉아 쉬기만 하다가 망하는 상황은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트윗세상(@twitgoto) : “떨어진 낙엽이 많네요. 뭘 줄려나?ㅋ”

    런던하츠(@runha9322) :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겠습니다 뭘 줬어 근데 뭘 줄 건데.”

    동생있는 누나언니봇(@nonaunnl) : “친구들한테 뭘 그렇게 나눠주냐고. 나눠주는 건 좋은데 내 물건은 침범하지 마. 니가 뭐 아낌없이 주는 나무냐고.”

    왕첸 옆집 친구 디오빠 랖(@squeeze_jojo) ‘아낌없이 주는 죠나단 나무에서 나는 열매를 디오가 죄다 따버려서 반은 먹고 반은 발로 으깨버리는 게 생각나.”

    지금도 트위터 타임라인은 실시간 변한다. 드디어 선거가 재미있게 됐다. 결국 ‘51:49 싸움’이다. 이게 바로 선거 묘미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박근혜 대 문재인’이 아닌 ‘박근혜 대 안철수’로 트위터 전쟁 양상이 바뀐다는 사실이다. 문 후보는 어디 갔나. 못 찾겠다.

    문재인! 결국 문 후보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려면 안철수 전 후보와 이정희 후보는 조력자로 남아줘야 한다. 12월 6일 현재 트위트 버즈량은 박근혜 : 문재인 51.2%: 48.8%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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