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2

2017.06.14

와인 for you

더위 향긋하게 이기는 법

프랑스 루시용 모스카토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7-06-09 17:5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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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가 더워지니 시원한 화이트 와인에 구미가 당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화이트 와인은 모스카토 다스티(Moscato d’Asti)다. 모스카토 다스티는 이탈리아 북부 아스티 마을에서 모스카토라는 포도로 만든다. 달콤하고 알코올 도수가 낮아 쉽고 단순한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모스카토는 재배 환경과 양조 방식에 따라 다양한 와인을 만들어낸다. 특히 프랑스 남서부 루시용(Roussillon) 지방은 가볍고 드라이한 타입부터 달콤하고 묵직한 스타일까지, 개성 넘치는 모스카토 와인들을 생산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루시용에서 다채로운 모스카토 와인이 생산되는 가장 큰 이유는 독특한 테루아르(terroir·토양 및 환경) 때문이다. 루시용의 지형은 바다를 향해 열린 거대한 원형극장 같은 모습이다. 동쪽에는 지중해가 있고 남쪽과 서쪽은 피레네 산맥, 북쪽은 코르비에르(Corbières) 산맥이 둘러싸고 있어 내륙으로 들어갈수록 고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지중해성 기후여서 한여름 기온이 매우 높지만 산바람, 바닷바람 등 루시용을 스치는 일곱 가지 바람이 햇빛에 달아오른 포도를 식혀준다. 수백만 년 전 발생한 지각 변동으로 점토부터 자갈까지 다양한 토양이 루시용 전역을 모자이크처럼 뒤덮고 있다. 따라서 같은 모스카토를 심어도 밭의 고도, 바람의 영향, 토양의 성질에 따라 포도의 맛과 향이 조금씩 다르다.



    도멘 라파주(Domaine Lafage)의 코테 플로랄(Côté Floral)은 해안에 가까운 자갈투성이 밭에서 자란 모스카토로 만든 와인이다. 밭의 경사면이 동쪽과 서쪽을 향해 한낮의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 때문에 모스카토의 산도가 매우 좋다. 복숭아나 멜론 같은 과일향에 흰 꽃과 허브향이 어우러진 코테 플로랄은 가볍고 상쾌한 스타일이다. 바닷바람의 영향으로 짭조름한 맛도 살짝 느껴진다. 찜통에서 쪄낸 게나 가재처럼 담백한 해산물 요리와 잘 어울리고 백김치와 즐겨도 별미다.



    도멘 고비(Gauby)의 레 칼시네르(Les Calcinaires)는 모스카토 50%에 마카베오(Macabeo)와 샤르도네(Chardonnay)를 섞어 만든 와인이다. 밭이 해안에서 20km 들어간 내륙에 위치해 고도가 150~200m에 이르고 토양에는 석회 성분이 많다. 그래서인지 레 칼시네르에서는 분필가루 같은 미네랄향이 은은하게 피어난다. 파인애플 같은 열대과일향이 진하고 보디감도 묵직해 생선구이나 해산물 조림과 잘 맞는다.

    샤토 드 루(Chateau de L’ou)의 뮈스카 드 리브잘트(Muscat de Rivesaltes)는 모스카토 와인을 발효시키는 도중에 알코올 도수가 높은 증류주를 부어 만든 강화 와인이다. 오렌지나 자몽 같은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향에 허브와 미네랄향이 섞여 있고 발효가 채 안 된 잔당이 많아 맛이 달콤하다. 양념이 강하거나 매콤한 음식을 즐길 때 차게 식혀 곁들이면 환상의 궁합을 맛볼 수 있다.

    단순한 와인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모스카토를 멀리하는 와인 애호가가 많다. 루시용 모스카토 와인의 독특한 매력은 그런 편견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하다. 가격도 저렴하고 우리 음식과도 잘 어울리니 금상첨화다. 시원한 모스카토 와인으로 올여름 무더위를 향긋하게 이겨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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