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생활·문화기업으로 간다

상반기 유통 매출이 식품 추월… 문화콘텐츠 등 사업다각화 박차

  • 구미화 객원기자 selfish999@naver.com

    입력2012-10-22 09: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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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 생활·문화기업으로 간다
    최근 재계에 세대를 구분하는 새로운 기준이 등장했다. CJ그룹의 주력 사업군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식품 사업’이라고 답하면 구세대다. 1953년 설립된 CJ그룹이 식품 사업을 선도해온 건 맞지만,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그룹 내 최대 매출군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CJ그룹의 상반기 매출을 분석한 결과 4대 사업군(식품·식품서비스, 바이오, 신유통, 엔터테인먼트·미디어) 가운데 신유통 사업군 매출이 4조5790억 원(39.8%)으로 가장 많았다. 식품·식품서비스 사업군의 매출은 4조2690억 원(37.1%),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사업군은 1조4730억 원(12.8%), 바이오 사업군은 9990억 원(8.7%)을 기록했다.

    CJ그룹에 따르면, 전체 매출에서 식품·식품서비스 사업군 비중이 40% 밑으로 떨어진 건 창사 이래 처음이다. CJ그룹 측은 “최근 비(非)식품 사업군의 성장세가 괄목할 만한 수준”이라며 “CJ가 물류사업에 진출한 1998년 이후 14년 만에 이룬 성과라 의미가 더 크다”고 평가했다. 신유통 사업군이 단기간에 최대 사업군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2000년 39쇼핑(현 CJ오쇼핑) 인수에 이어, 지난해 물류업계 1위인 대한통운을 인수하는 등 굵직한 인수합병(M·A)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0여 년간 1조5000억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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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계는 CJ 올리브영의 가파른 성장세도 CJ그룹의 신유통 사업군이 몸집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고 평가한다. 1999년 CJ 제일제당 내 한 사업부로 출발한 CJ 올리브영은 약국과 뷰티 전문점, 잡화점을 결합한 형태로 ‘드럭스토어’ 혹은 ‘4세대 유통채널’이라고도 부른다. 2005년 25개에 불과하던 점포가 2010년 91개, 2011년 152개로 급증했으며 최근 200번째 매장이 문을 열었다.



    매출 또한 지난해 2119억 원으로 2005년 273억 원의 8배 규모다. 업계는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 선별, 그리고 매장에서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도록 한 판매방식 등이 20, 30대 소비자를 공략하는 데 주효했다”고 평가한다. 최근 대기업이 잇따라 드럭스토어 진출을 추진하면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지만, 10년 넘게 소비자 성향을 가늠하며 새로운 유통문화를 만들어낸 CJ그룹의 노력은 인정할 만하다.

    CJ그룹은 1990년대 말부터 사업다각화를 꾀했다. 식품 사업을 주춧돌 삼아 물류 사업에 진출하고 드럭스토어를 연 것도 그 무렵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당시 “국내 산업의 중추 기능을 해온 자동차와 조선을 이을 미래형 성장동력은 유통과 문화콘텐츠 사업”이라면서 가보지 않은 길에 투자하라고 지시했다. 오늘날 CJ그룹이 문화기업으로 인정받는 것도 최근 10여 년 동안 1조5000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계속한 결과다.

    1995년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사업군에 첫발을 디딘 CJ그룹은 이듬해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를 설립하고, 97년 음악 전문채널 엠넷(Mnet)을 인수하면서 문화기업으로서의 발판을 마련했다. 2006년 케이블 채널 tvN을 개국한 이후엔 쇼와 드라마, TV토론 등에서 틀을 깨는 파격적인 시도를 본격화해 ‘지명도 낮은 케이블’의 한계를 넘어섰다. Mnet의 ‘슈퍼스타K’를 비롯해 tvN의 ‘재밌는 TV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 ‘현장토크쇼 택시’ ‘응답하라 1997’ ‘백지연의 끝장토론’ 등은 백설탕, 쇠고기 다시다, 햇반을 능가하는 CJ그룹의 대표 상품이다. 1000만 관객 동원을 앞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도 CJ E·M이 제작하고 배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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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자리 창출에도 지속적 노력

    지난해 창사 58주년 만에 매출 20조 원을 넘어선 CJ그룹의 올해 예상 매출은 27조7000억 원. 내년 목표는 34조 원이다. 라이프스타일도 글로벌시대의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일찍이 간파하고 유통과 문화 사업 육성에 꾸준히 투자해온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열매를 맺은 셈이다. CJ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이재현 회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과 문화가 세계를 주도할 때 CJ그룹이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으로서 그 선두에 서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한다.

    CJ그룹은 성장 속도는 물론, 일자리 창출 면에서도 성과가 두드러진다. CJ그룹은 최근 10년간 매출 대비 일자리 창출 능력이 국내 30대 그룹 가운데 가장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계수(매출액 10억 원이 늘 때 추가 고용하는 인원 수)가 3.6으로 30대 그룹 가운데 가장 높았다. 재계는 이 같은 성과에 대해 CJ그룹이 주력하는 유통과 서비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이 입증된 것으로 평가한다.

    실제로 CJ그룹은 2002년 말 1만3300명이던 임직원 수가 지난해 말 4만6100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신규 채용 규모도 증가세다. 2010년 3000명에서 2011년 4560명, 2012년 7600명으로 채용 인원을 꾸준히 늘렸다. CJ그룹 관계자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 이은 유럽발(發) 재정위기 등으로 대내외 여건은 열악하지만, 진정성을 갖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0년 5월 이재현 회장은 “2013년 전 세계에 CJ 브랜드를 널리 알리고 2020년에는 4대 사업군 가운데 2개 이상이 세계 1등이 되도록 하겠다”며 ‘제2 도약’을 선포한 바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 비상하려는 CJ그룹의 노력이 세계 곳곳에서 감지된다. CJ그룹이 만든 각종 문화콘텐츠가 한류 바람을 주도하는가 하면 뚜레쥬르, 투썸플레이스, 비비고, 빕스 같은 외식 브랜드가 아시아와 미국, 유럽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조미료 생산에 사용하는 발효기술을 바탕으로 시작한 바이오 사업도 중국과 동남아시아, 미국, 브라질 등으로 세를 확장하고 있다. 5월 미국 아이오와 주에 라이신(사료용 아미노산) 생산 공장을 착공한 CJ그룹은 핵산(식품조미 소재)과 더불어 사료용 아미노산 시장에서도 글로벌 넘버원이 되겠다는 각오다. CJ그룹의 거듭된 변신과 거침없는 행보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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