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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사드 보고 누락 파문 軍개혁 신호탄 되나

국방부 장관, 정책실장 한꺼번에 교체 포석 … 김관진 전 안보실장도 겨눠

사드 보고 누락 파문 軍개혁 신호탄 되나

사드 보고 누락 파문 軍개혁 신호탄 되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왼쪽)[뉴시스],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오른쪽)[동아 DB]

봉건시대 임금을 속이는 ‘기군망상(欺君罔上)’은 대역죄(大逆罪)였다. 역모나 반란 시도와 같은 죄로 본 것이다. 국방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가 추가로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올린 보고서에 고의로 누락한 것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진상 조사를 지시하자 기군망상이 회자되고 있다.

칼자루를 쥔 정 실장이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육사 28기)을 겨누고 있는 형국이다. 정 실장은 서울고 16기로 20기인 김 전 실장의 고교 4년 선배인지라 둘의 다툼은 ‘동문 대결’이 되고 있다.



김관진  ·  류제승이 사드 문제 전담

정 실장은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태스크포스(TF) 단장이던 5월 16일 한미정상회담 등을 논의하고자 방한한 매슈 포팅어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보좌관을 만났을 때 국회 비준 문제를 꺼낼 정도로 사드 배치에 부정적이다.

그는 “지난 정부 때 사드 배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석연찮았던 것이 있다. 민주적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사드 배치 타당성 여부를 떠나 다시 한 번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주변국과도 협의해야 하고, 국회 동의도 받아야 하겠다”는 의견을 포팅어 선임보좌관에게 전달했다. 회담이 끝난 다음에는 “국가안보실에서 사드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주지 않았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국방부는 김 전 실장의 지시를 받아 움직이던 류제승 전 국방부 정책실장(육사 35기)과 위승호 현 정책실장(육사 38기)이 있어 곁다리로 걸려든 모양새다. 김 전 실장과 류 전 실장은 육사 재학 중 독일 육사에 유학을 다녀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류 전 실장은 교환 교관으로 다시 독일에 건너가 보훔대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고,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도 번역했다. 이에 일찌감치 총장감으로 꼽혔으나 2012년 그가 군단장을 한 8군단 지역에서 북한군 병사가 ‘노크귀순’을 하는 바람에 중장으로 전역했다. 하지만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의 배려로 2014년 정책실장에 발탁됐다.

류 전 실장은 지난해 7월 8일 토머스 밴덜 미 8군사령관과 함께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한다”고, 7월 13일에는 혼자 “경북 성주에 사드를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김 전 실장은 1월 10일과 4월 15일 미국을 방문해 각각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사드 배치를 재확인했다.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었지만 군 문제, 특히 사드 문제는 김 전 실장이 전담했다. 소식통들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관련 내용을 전해들을 정도로 사드 문제는 김 전 실장과 류 전 실장이 독점했다고 한다. 류 전 실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 중이던 1월 사임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지금까지 머물고 있다.


사드 보고 누락 파문 軍개혁 신호탄 되나

지난해 7월 8일 주한미군에 사드(THAAD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한다고 발표하는 류제승 당시 국방부 정책실장(가운데)과 토머스 밴덜 미 8군사령관(왼쪽)[동아DB]. 위승호 현 국방부 정책실장.[뉴시스]

정의용 실장의 마이 웨이

그리고 예비역 중장이 임명되던 관례를 깨고 현역인 위승호 국방대 총장(육군 중장)이 후임 정책실장이 됐다. 위 실장의 육사 동기가 문재인 정부의 국가안보실 제1차장에 임명된 이상철 예비역 육군 준장이다. 5월 26일 위 실장은 사드 발사대 4기 보관을 뺀 보고서를 정 실장에게 올렸지만, 따로 이 차장을 만나 4기를 보관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전했다.

그러나 정 실장은 보고서에 4기 보관 내용이 빠져 있는 것과 국방부 정책실이 그 보고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4기 보관을 뺀 점에 주목했다. 반면 국방부는 “구두 보고도 보고이고, 행정관한테 했어도 보고는 보고다”라는 입장이다.

국방부 측은 “중국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눈에 불을 켜고 있는데, 공개될 수 있는 보고서에 왜 기록하느냐. 사드 발사대 4기가 추가 도입됐다는 것은 사드 레이더가 들어올 때 이미 공개됐고, YTN은 경남 김해에서 고속도로를 달리는 사드 발사대 트럭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도했다. 정책은 공개해도 국가를 운영하는 전략은 감춘다는 것은 상식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정 실장은 ‘마이 웨이’를 했다.    5월 28일 한민구 장관을 따로 만나 점심식사를 하며 그는 “4기가 추가 도입됐다면서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한 장관이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정 실장은 이것도 은폐로 본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국방부 한 관계자는 “4기가 들어와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인데, 정 실장이 4기가 추가 도입됐느냐고 물었으니, 장관은 보관된 것 외에는 더 들어오지 않았다는 뜻으로 얘기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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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레이더. 이 레이더와 함께 발사대 4기도 한국에 왔으나 대지 정리가 되지 않았기에 시설 건설이 끝날 때까지 주한미군은 모처에 보관하고 있다.[뉴시스]


국가안보실의 직무 한계는?

그런데 5월 30일 문 대통령은 “충격을 받았다”며 정 실장과 조국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에게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측은 ‘새 정부가 그들이 생각한 대로 국방개혁을 하고자 장관과 정책실장을 한꺼번에 교체하려는 것’으로 보고,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보고만 하면 무엇 하는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정확히 보고했지만 국가안보실장이 상임의장을 맡고 있는 NSC는 해법을 내놓은 것이 있나. 보고의 형식을 놓고 문제를 걸면 안보가 왜곡된다”고 항변한다.

사드 배치에 대한 한미 약정서는 2급 비밀이다. 일각에서는 왜 국가안보실이 통수권 차원에서 다뤄야 할 군사기밀에 관여하느냐고 지적한다. 이는 국가안보실이 헌법 기관이 아니라는 데서 나온 의견이다. 국가안보실은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한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만들어졌다. 그리고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국가안보실장이 됐기에, 자연스럽게 국가안보실장이 국방을 좌우하게 됐는데 이것이 문제라는 주장이다.

헌법에서 통수권은 대통령을 거쳐 국방부 장관이 행사하도록 규정돼 있다. 국가안보실은 2013년 만들어졌으니 헌법 기관일 수 없고, 그 기능도 대통령비서실처럼 대통령 보좌로 한정돼 있다. 국가안보실장은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보좌할 수는 있어도 대통령을 대신해 통수권을 행사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 상태였던 1월과 4월 김 전 실장이 미국을 방문해 사드 재확인을 하고 온 것은 월권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관점에서 정 실장이 대통령을 대신해 군사기밀을 알려고 한 것도 통수권 침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통수권과 국가안보실장의 직무를 정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정 실장은 6월 말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을 조율하고자 미국을 방문한다. 미국이 그를, 그리고 문 대통령을 어떻게 상대할지 궁금하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위임받은 통수권자인가, 참모인가

사드 보고 누락 파문 軍개혁 신호탄 되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청와대 사진기자단]

사드(THAAD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보고 논란으로 정국에 폭풍을 몰고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장과 국가정보원장을 한 이병기 씨와는 내외종간이다. 주미공사를 지냈지만 정무보다 통상을 더 오래했다. 정 실장과 함께 근무했던 전직 외교관들은 그의 정치성향을 보수로 평가하며, “상급자의 성품이 이러하니 이렇게 보고하시는 게 좋겠다고 건의하면 그는 화를 내곤 했다. 처세에 대한 충고 말고 국익을 위한 건의부터 하라고 야단을 쳤다”고 회고했다.

외교관 중에는 군인을 자주성이 결여된 집단으로 보는 이가 많다.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군에 맡겨놓고 한미연합사를 통해 방위해오다 보니 미군이 하자는 대로 따라 하는 주체성 없는 집단’으로 보는 것이다. 반면 군인들은 ‘외교보다 큰 것이 안보인데, 외교관이 안보를 하면 통수권과 지휘라인에 왜곡이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국가안보실장은 대통령비서실장 등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인데, 대통령의 권력을 위임받은 것처럼 행동하는 실수를 범한다는 것이다.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했던 한 외교관은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계자를 만나면 ‘I(나)’나 ‘my thought(내 생각)’라는 단어를 아예 쓰지 않는 것을 알게 된다. 안보보좌관부터가 그렇다. 그들은 대통령의 통수권을 보좌하는 자리에 있으니 대통령이 바라는 것을 해결하는 방법만 찾는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7.06.07 1091호 (p23~25)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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