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1

2017.06.07

인터뷰| 대통령 러시아 특사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

“미국 자본 참여한 남북러 가스관 사업, 북핵 해법 될 수도”

“北·美 불가침 조약 체결 등 ‘과감한 접근’ 시도할 때”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7-06-02 1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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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여섯 명의 특사를 각 주요국에 파견했다. 홍석현(미국), 이해찬(중국), 문희상(일본) 특사는 상대국에 대한 정치적 비중을 고려한 측면이 강한 반면, 송영길(러시아), 박원순(아세안), 조윤제(유럽연합·독일) 특사는 실무 쪽에 좀 더 방점이 찍혀 있다. 특히 대선 경선캠프 총괄본부장과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송영길 의원(사진)을 러시아 특사로 파견한 것은 문 대통령이 집권 5년 동안 펼쳐 보일 한반도 문제 해법과 관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참여정부에서 추진했던 남북러 가스관 연결 프로젝트를 복원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그것.



    푸틴, 동방경제포럼에 문 대통령 공식 초청

    문 대통령은 5월 29일 청와대 여민1관에서 러시아, 유럽연합·독일, 아세안 특사단과 간담회를 갖고 “러시아와 관계 구축이 남북문제에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 우리가 시베리아 자원개발에 참여한다든지, 북극 항로에 참여하거나 우리 철도를 북한에서 시베리아와 연결해 유럽까지 간다든지 러시아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앞으로 (한러) 정상회담까지 하면 한러관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송 의원을 5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문 대통령이 특사로 임명하면서 특별히 주문한 내용이 있었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도 포함돼 있는데, 문 대통령은 한러 경제협력 복원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5월 29일 청와대에서 특사활동에 대해 보고할 때 문 대통령이 러시아와 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대선 두 달 전쯤인 후보 시절에 내가 러시아와 관련한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드린 적이 있다. 문 대통령은 당선되면 나를 러시아에 특사로 보내겠다며 그때 사실상 내정했다.”



    ▼이번 러시아 특사활동에서 가장 큰 성과라면 무엇을 꼽을 수 있나.
    “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좋은 분위기에서 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신뢰 기반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푸틴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유엔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면서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북핵 문제 해법에 공감대를 넓힌 점이 의미가 있다. 둘째로는 한러 경제협력, 남북러 경제협력과 관련해 서신을 교환하고 의사를 전달함으로써 두 대통령의 의견 교환이 활발히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제 두 대통령이 조만간 정상회담을 갖고 합의하는 일이 남았다.”

    ▼송 의원이 정상회담 의제를 간추린 셈인가.
    “그렇게 볼 수 있다.”

    ▼7월 열리는 G20 정상회의 전에 한러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나.
    “그 전에는 글쎄…. 푸틴 대통령은 9월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문 대통령을 공식 초청했다. 올해가 세 번째로, 지난해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석했다.”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북핵 문제 해결인데….
    “북핵 문제의 핵심은 미국 측에 있다.”

    송 의원은 북핵 해법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한참 동안 다음과 같이 피력했다.

    “우리가 용납하든, 안 하든 북한은 자신들의 논리로 핵-경제 병진노선이라는 일관성을 갖고 있다. 국제사회는 핵이 북한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어떤 면에서 북은 국제사회에 ‘핵 없이 어떻게 자신들의 체제를 보장할 것이냐’고 묻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이 핵을 포기해도 국제사회가 침략하지 않고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을 수 있는 방안을 짜내는 게 필요하다.

    ‘내가 너를 침략하지 않는다고 구두로 약속했으니 핵 포기해’라고 얘기하는 것은 처지를 바꿔 생각해보면 (북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도, 미국도 정권이 바뀌면 (북에 대한) 정책과 태도가 달라지는데 어떻게 믿고 따를 수 있겠나. (북을) 윽박질러 핵을 포기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핵을 포기해도 우리가 너희를 군사적으로 간섭하지 않고 너희 나라 운명은 너희 스스로 결정토록 하겠다, 그 대신 핵과 미사일 도발을 하지 말라고 해야 한다. 그러려면 (북에) 대안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북미 간 불가침조약을 체결하고. 그 과정에서 남북러 가스관 사업이 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송 의원이 대통령 특사로 러시아를 다녀온 것을 전후해 국내 일각에서는 러시아 시베리아 가스전에서 북한을 거쳐 남한까지 가스관을 설치하는 이른바 남북러 가스관 사업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 야심차게 추진했던 남북러 가스관 사업이 10여 년 만에 다시 현실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진 것이다.

    ▼남북러 가스관 사업이 어떤 역할을 한다는 것인가.
    “미국이 이 가스관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미국 자본이 투입되면 미국이 공격하지 않을 것 아닌가.”



    “평양에 맥도날드 가게 열자”

    송 의원은 ‘맥도날드가 있는 곳은 미국이 폭격하지 않는다’는 국제사회 통용 논리를 소개하면서 “평양과 나선특구 등에 미국 자본의 상징인 맥도날드 매장을 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자본이 남북러 가스관 사업에 참여하면 국제적인 안전장치가 마련되는 셈인가.
    “BP(브리티시페트로늄), 쉘, 엑슨모빌 등 다국적 에너지회사들이 컨소시엄에 참여해 남북러 가스관이 연결되면 얼마나 안정성이 보장되겠나. 북한은 안전이 보장되고, 우리는 안정적인 가스 공급이 보장되고…. 북한이 핵 동결을 선언하면 북한의 에너지 문제가 대두될 텐데, 과거에는 경수로를 지어줬지만 이번에는 가스를 공급하면 된다.”

    ▼북한에 가스를?
    “러시아에서 남한으로 오는 가스관에 지선을 만들어 북한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주면서 북핵 동결을 끌어낼 수 있다. 북한이 핵을 동결한 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다시 받고, 미국은 북한과 불가침조약을 체결한 뒤 북미관계 정상화를 추진해나가면 종국에는 북한이 현 베트남처럼 친미 성향의 국가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인식의 전환과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북한을 핑계로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포위하기 위한 군비 증강에 나설 게 아니라, 부동산 개발에 특기를 가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다국적 석유회사 사장 출신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북한을 개방으로 유도한다면 부동산 개발과 가스관 프로젝트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 의원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과감한 접근’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이렇게 강조했다.

    “우리를 포함해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러·일 4대국의 골칫거리가 북한 김정은 아닌가. 잘못하면 오해 탓에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는, 우리 민족의 명운을 가를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다. 아무도 김정은과 대화다운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다. 누구든 김정은을 만나 눈을 마주 보며 진짜 의도가 뭔지 알아봐야 하지 않겠나. 그 일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나 푸틴 대통령이 먼저 시도했으면 좋겠다. 트럼프 대통령도 조건이 되면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우리도 조건이 되면 특사를 보내 만날 수도 있고. 김정은을 만나려는 것을 ‘못난 행동에 대한 보상’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봐서는 북핵 문제를 결코 풀 수 없다.”

    마침 인터뷰 하루 전날인 5월 30일 문 대통령은 김부겸, 김현미, 김영춘, 도종환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의원 4명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송 의원은 통일부 장관 후보로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행정부만큼 여당 소임도 중요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에 참여하나.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하마평이 나오는데.
    “당과 관련한 고민이 많다.”

    ▼러시아 특사로 활동하며 물꼬를 튼 남북러 프로젝트 등을 내각에 참여해 주도적으로 추진할 의향은 없나.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다. 나는 어디에  있든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이다. 어제 발표된 4명의 장관 후보자 인선은 훌륭한 선택인 것 같다.”

    송 의원은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던 4월 중순 ‘주간동아’와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뿌리가 같은 국민의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대선 전에는 국민의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겠다고 했는데, 대선 이후 모습은 연립정부 구성과 거리가 멀다.
    “국민의당은 연정 얘기만 하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며 비판한다. 결국 연정 대신 협치를 해야 할 것 같다.”

    ▼대통령이 좀 더 과감한 접근으로 국민의당과 연정을 시도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대통령이 할 일은 아니다. 당 대 당으로 논의했어야 하는데 아쉬운 점이 있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무엇보다 국회가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하는데….
    “행정부도 중요하지만 특히 여당의 소임이 중요하다. 야당의 협력을 끌어내 행정부를 뒷받침하고, 행정부가 민심과 유리되지 않도록 중재구실을 해야 한다. 우원식 원내대표가 중진의원협의체를 만들었다. 거기서 당이 잘 운영되도록 돕겠다.”

    ▼문재인 정부가 정권 초 반드시 추진해야 할 정책 우선순위를 꼽는다면.

    “공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적폐청산으로 대변되는 잘못된 점을 개혁해나가야 한다. 검찰과 언론, 재벌, 사유화된 권력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리고 일자리 문제와 경제난국을 돌파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또한 북핵 해결과 그를 통한 한반도 평화 정착의 문제가 있다. 그런데 이 세 가지는 어느 것을 먼저 할 것이냐 하는 선후 문제가 아니다. 동시에 해결해나가야 하는 중요한 국정 과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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