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0

2011.10.31

북한이 침묵하는 이유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11-10-31 09: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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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법론적 유연성’이라는 아리송한 구상을 내놓은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유연성 장관’이라는 닉네임을 얻었습니다. 북한은 현인택 전 장관에게 막말을 퍼붓곤 했습니다. “광기가 골수에 들어박혔다” “분별없이 날뛰고 있다”는 모욕적 언사를 내뱉었습니다. ‘우리민족끼리’라는 매체는 ‘현’ ‘인’ ‘택’으로 3행시도 지었어요. ‘(현)명치 못한 (인)간의 선(택)나발’이라는 막말이었죠. 북한이 ‘유연성 장관’에게는 아직 침묵하고 있습니다.

    장충식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북한이 낙마시킨’ 첫 고위직 인사입니다. 2000년 11월 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북한은 “장충식이 총재로 있는 한 상봉 사업을 중단한다”는 성명을 내놓았습니다. 장 전 총재가 한 월간지 인터뷰에서 북한을 비판한 것을 트집 잡은 겁니다. 한국 정부의 태도가 황당했습니다. 11월 30일 이산가족 상봉이 예정돼 있는데, 정부는 11월 29일 일본으로 출장을 가라고 장 전 총재에게 요구했습니다. 북한과 이면에서 절충한 겁니다.

    “강제로 나를 일본에 보낸 처사는 북의 입맛에 맞추려 했던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정부의 누군가가 내 이름으로 북한에 사과 편지도 보냈다. 나는 듣도 보도 못한 편지다. 북한 매체가 사과 편지를 공개해 또 한 번 망신을 당했다. 사표를 내면서 ‘현 정부의 어떤 인사가 북으로부터 칭찬을 듣겠군’이라고 생각했다.”(장 전 총재)

    2000년 8월 취임한 홍순영 외교부 장관도 ‘상호주의 원칙’을 강조하다 북한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취임 4개월 만에 물러났습니다. 북한이 한동안 ‘역도’라고 부르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요즘 자제하고 있습니다. 한 북한 전문가의 분석입니다.

    “북한이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을 때는 예외 없이 비밀 남북 접촉이 있었다.”



    북한이 침묵하는 이유
    노태우 정부 때부터 다수의 남북회담에 참여한 북한 전문가면서 ‘북한의 요구로 낙마한’ 장 전 총재는 이렇게 조언합니다.

    “북한 입맛 맞추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하지만 현인택 전 장관은 지나치게 강경했다. 이명박 정부가 북한에 한 것의 절반 정도만 했어야 한다. 해결책은 명확하다. 북한 주민이 먹고살도록 도와줘야 한다. 대결 의식을 버리고 달래면서 협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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