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9

2017.05.24

커버스토리

같은 팬클럽인데 왜 이리 달라?

노사모  ·  박사모 …  단순한 인터넷 팬클럽에서 정치집단으로 변모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7-05-19 17:2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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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 대 대통령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처럼 열성적인 ‘팬덤’을 가진 이가 또 있을까. 문 대통령만큼은 아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도 그에 못지않은 팬을 확보하고 있었다. 두 전 대통령의 팬클럽은 이들이 대선후보로 거론되기 전부터 결성돼 정치적 성장을 돕고 당선 후에는 정권에 대한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창구 구실을 톡톡히 했다.

    대한민국 최초 정치인 팬클럽은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인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이다. 노사모는 2000년 16대 총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낙선하자 그를 지지하던 누리꾼이 자발적으로 모여 인터넷상에 만든 단체다. 이후 노사모는 2002년 대선에 적극 참여해 노 전 대통령의 당선을 견인했고 당선 후에는 대통령을 보호하는 든든한 정치적 기반이 됐다.

    당선 직후 일부 회원이 “노사모가 이익집단화될 수 있다”며 노사모 해체를 주장해 찬반 투표까지 진행됐지만 회원 다수가 ‘존속’에 찬성표를 던져 노사모는 오늘날까지 유지될 수 있었다. 노 전 대통령 퇴임 후에는 시민단체로 발전해 지역주의 타파, 과거사 청산, 평화통일운동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노사모 다음으로 잘 알려진 정치인 팬클럽은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 모임인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박사모)이다. 박사모는 2004년 3월 1일 인터넷 카페로 시작해 같은 해 4월 17대 총선을 계기로 회원이 급속도로 늘어 현 세력을 갖췄다. 박 전 대통령의 지지세력 가운데 가장 충성도가 높은 조직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에 이어 구속에 이르자 일부 회원이 무죄를 주장하는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두 단체 모두 대통령 팬클럽이지만 같은 점보다 다른 점이 더 많다. 먼저 회원의 평균 연령층이 다르다. 노사모는 40, 50대가 주축이지만 박사모는 60~80대 노년층이 가장 많다. 이 밖에 노사모는 노 전 대통령과 그의 정신을 계승한 정치세력에게 전반적으로 지지를 표시하는 반면, 박사모는 박 전 대통령과 친박(친박근혜)계 정치인 외에도 박 전 대통령의 부모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에게도 전폭적인 존경과 지지를 보낸다.



    굳이 공통점을 찾자면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치세력에게는 절대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사모의 경우 노 전 대통령이 이라크전쟁 파병을 결정했을 때 지도부가 파병 반대 성명을 냈다 회원들이 크게 반발하는 내홍을 겪었고, 박사모는 박 전 대통령이 임기 중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헌법재판소가 탄핵안 인용 결정을 내렸음에도 ‘탄핵무효’ 집회 등을 열며 국회 해산을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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