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6

2011.07.18

신나는 레이스, 스릴 만점 첩보전

존 래세터·브래드 루이스 감독의 ‘카 2’

  • 신지혜 CBS-FM ‘신지혜의 영화음악’ 제작 및 진행 ice-cold@hanmail.net

    입력2011-07-18 11: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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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나는 레이스, 스릴 만점 첩보전
    # 그들의 이야기

    나는 핀 맥미사일. 영국 첩보원이다. 뭔가 수상쩍은 기운을 느낀 시추선에서 카메라 한 대를 보았다. 평범한 TV 카메라 같은데 저게 뭐지? 그 순간 적에게 노출됐다. 좋지 않은 음모의 냄새가 나지만 일단 여기서 후퇴. 안전한 곳에서 다시 생각을 정리해보자. 가만있자. 기름재벌 마일즈 엑셀러로드 경이 세계 그랑프리를 개최한다는데 여기에 뭔가 얽혀 있군 그래.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겠다.

    나는 라이트닝 맥퀸. 최고의 레이싱 카다. 최고의 스피드, 멋진 몸매 덕분에 인기도 많지. 우승컵을 받아들고 고향에 돌아오니 친구들과 샐리가 반겨준다. 그런데 세계 그랑프리가 열린다네. 라이벌인 프란체스코 베르누이도 출전한다는데 잘난 척하는 건 여전하군. 하지만 난 이제 막 고향에 돌아왔고 샐리와 친구들 곁에 더 있고 싶어. 어, 그런데 뭐지? 왜 생방송에서 메이터의 목소리가 나오는 거야? 더구나 메이터는 내가 세계 그랑프리에 출전한다고 얘기하네. 좋아. 출전이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는 메이터도 데려가자. 제일 친한 친구라면서 한 번도 데려간 적이 없잖아.

    나는 메이터. 레디에이터 스프링스 마을 최고의 견인차다. 비록 낡고 보잘것없지만 내 절친 맥퀸은 우승 트로피를 안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내 친구가 자랑스럽다. 그런데 세계 그랑프리에 출전하는 베르누이가 맥퀸을 무시해. 내가 전화를 걸어 생방송으로 맥퀸이 출전한다고 알렸다. 그리고, 세상에! 맥퀸이 이번엔 나도 데려간다고 한다. 이렇게 기쁠 수가.

    나는 기름재벌 엑셀러로드다. 하지만 모험을 떠났다가 경험한 일이 있어 전기차로 개조했다. 그리고 재활용이 가능하고 공해를 유발하지 않는 미래 에너지 개발에 온 힘을 쏟았다. 드디어 꿈의 연료 알리놀을 개발했다. 그래서 이번에 세계 그랑프리를 주최해 알리놀만으로 대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미 최고의 레이서인 베르누이와 맥퀸이 출전하기로 했고 일본의 도쿄와 이탈리아의 포르토코르사, 그리고 영국의 런던 세 도시에서 레이스를 펼치기로 했다. 그런데 사실 내게는 비밀이 있다. 나처럼 연식이 오래되고 잔고장이 잦은 차를 일컫는‘레몬’의 수장이 바로 나라는 것. 그런데 아무도 모른다. 어디, 한번 해보자. ‘레몬’의 위대함을 보여주고 말 테다.



    # 전편보다 재미있는 이야기

    ‘카 2’는 세계 그랑프리와 첩보전이 멋지게 어우러진 애니메이션이다. 엑셀러로드 경이 주최하는 그랑프리에 뭔가 구린 구석이 있음을 감지한 영국의 매력적인 첩보원 맥미사일과 도쿄지국의 신참 홀리 쉬프트웰이 카메라에 얽힌 음모를 알아내고 악당을 막는 과정이 큰 축을 이룬다. 여기에 친구 맥퀸의 경기에 따라왔다가 미국 첩보원으로 오인받아 큰 활약을 펼치는 메이터를 통해 우정을 이야기한다. 그랑프리의 스피드와 무한질주의 쾌감을 선사하고, 레이스의 무대가 되는 도쿄와 포르토코르사, 그리고 런던의 풍광을 아름답고 시원하게 펼쳐 보인다. 한마디로 재미와 스릴, 그리고 디즈니 최고의 가치 가운데 하나인 우정과 모험에 누군가의 로망인 스피드까지 즐길 수 있는 괜찮은 애니메이션이다. 1편보다 한층 업그레이드한 짜릿하고 신나는 볼거리와 내용에 마음이 들뜬다. 무한질주의 스피드가 있는 레이스에 덧붙여 매력적인 영국 스파이가 펼치는 스릴 만점의 첩보전이라니. 무엇을 더 바랄까.

    # 디즈니와 픽사의 이야기

    픽사 하면 떠오르는 애니메이션이 있다. 바로 ‘토이 스토리’ 시리즈. ‘토이 스토리’로 기술 진보를 이룬 픽사는 이후 영화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는데, 그중 두드러진 것이 바로 3차원(3D) 영상이다. ‘업’과 ‘토이 스토리 3’에 이어서 나온‘카 2’는 픽사의 세 번째 3D 작품. 존 래세터 감독은 ‘카 2’는 3D를 염두에 두고 만든 영화라고 밝혔다. 그만큼 재미있는 내용에 영상까지 자신 있다는 말이다. 지난 25년간 12편의 애니메이션을 만든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찬사를 들었다. 픽사 창설 25주년을 맞아 제작한 ‘카 2’는 그래서 더욱 의미 있는 작품이다. 최고 수준의 애니메이션을 만들고자 늘 노력한다는 픽사, 누가 봐도 그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자 노력한다는 존 래세터 감독의 말이 찡하게 다가온다. 뭐랄까. 하나의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해 달려온 사람의 진정성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 진정한 히어로, 자동차 이야기

    ‘카 2’는 제목 그대로 자동차가 주인공이다. 각양각색의 사람처럼 각양각색의 자동차를 주인공으로 의인화해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견인차 메이터, 포르세 911 샐리, 피아트 500 루이지, 이탈리아제 지게차 귀도, 군용 지프 상사…. 다양한 차가 자신의 특색을 그대로 살려서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나타낸다. 그리고 이들의 목소리를 위해 최고의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맥퀸 역에는 오언 윌슨, 메이터에는 래리 더 케이블 가이가 1편에 이어 2편에서도 멋진 연기를 보여준다. 영국 스파이 맥미사일은 마이클 케인, 베르누이는 존 터투로의 목소리를 덧입혀 캐릭터가 빛을 발한다. 자동차가 주인공이다 보니 캐릭터 모델인 자동차를 정확하게 의인화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스튜디오에 상주하는 자동차 전문가를 고용해 철저한 고증을 거쳤다. 이렇게 만든‘카 2’는 재미있는 이야기와 흥미로운 전개, 신나는 레이스와 배경 도시의 세밀한 묘사 덕분에 실제로 도쿄, 파리, 런던과 가상의 이탈리아 도시 포르토코르사를 여행하는 듯한 만족감을 준다. 그리고 정밀하고 철저한 자동차 의인화 작업을 통해 영화 보는 재미를 최대로 끌어올린다. 이들 멋진 자동차 이야기는 그대로 우리의 이야기가 돼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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