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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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의 미식세계

눈에는 꽃이 되고 몸에는 약이 되는 밥상

일본 료칸 정식

  •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입력2017-05-08 11:2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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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은 한적한 마을 어귀 작은 상점이나 화려한 백화점 등 어디를 가봐도 상품 진열과 포장이 참으로 똑떨어진다. 곱고 화려한 포장뿐 아니라 기발한 아이디어 제품과 앙증맞게 소분된 상품이 넘쳐나 눈이 휙휙 돌아간다.

    길거리 여느 식당에 들어가 음식을 주문해도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정갈한 밥상이 차려진다. 식당끼리 약속이나 한 듯 작은 그릇에 음식을 가지가지 오밀조밀 담아 낸다. 이런 식사의 정점이 가이세키(會席) 요리다.

    가이세키 요리는 그 이름처럼 결혼식이나 공식 행사 때 차리는 만찬을 일컫는다. 관광객으로 가이세키 요리를 맛보는 방법은 료칸(旅館) 같은 전통 숙박업소에 머물며 휴식과 미식을 겸하는 것이다.

    규모가 작은 료칸일수록 주인의 자부심이 가이세키 요리를 통해 발현된다고 한다. 이왕이면 숙소 예약 시 하프보드(half board)를 선택해 조식과 석식을 모두 경험해보자.

    가이세키 요리는 6~12가지 음식이 차례로 나온다. 입맛을 돋우는 애피타이저부터 채소 · 해산물 · 고기 요리, 밥과 국물 요리, 반찬, 후식으로 이어진다. 음식 가짓수만큼이나 다양한 조리법이 눈에 띈다. 샐러드나 회 등 날 음식으로 시작해 찜, 구이, 튀김, 조림, 끓인 것, 무침, 절임이 줄줄이 차려진다.



    각 요리는 재료, 조리법, 양념이 겹치지 않도록 구성돼 저마다의 맛, 향, 식감을 오물오물 음미하면서 먹는 재미를 준다. 술을 즐기지 않더라도 일본 청주나 소주를 곁들여 요리 한입에 술 한 모금씩 맛을 견줘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테다.

    식재료는 지역과 계절에 따라 바뀌며 같은 재료라도 어떻게 손질해 조리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맛을 낸다. 모든 음식은 1인분씩 차려지고 젓가락질 한두 번이면 금세 그릇이 빌 정도지만, 천천히 먹다 보면 의외로 배가 든든하게 차오른다.

    료칸의 아침식사는 밥이나 죽 위주로 나온다. 입맛을 돋우는 샐러드, 윤기가 반들반들하고 차진  백미, 지역 특산물을 사용한 구이나 조림, 장국, 낫토, 짭조름한 절임, 후식으로 구성된다. 아침식사는 대부분 부드러운 식감이 나도록 조리되며 향신료나 양념도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먹고 나면 입안의 까슬까슬함과 허기가 살며시 사라진다.

    정갈한 일본식 요리 한 상을 받을 때면 빙글빙글 웃음이 나고 신나게 먹어보자는 마음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전함과 간결함에 서늘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참기 힘든 것은 가슴 깊숙한 곳에서 일어나는 부러움이다. 일본인은 지역마다, 집집마다 전통과 개성을 담은 밥상을 일궈 세계 음식 문화의 반열에 올랐다. 역사, 식재료, 맛, 솜씨에서 어느 하나 뒤질 것 없는 대한민국의 지역 음식을 떠올려보면 부러운 마음만 자꾸자꾸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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