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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초록 숲으로 ‘5월의 산책’

눈부신 햇살 아래 가족과 함께 걷기 좋은 수목원 5

초록 숲으로 ‘5월의 산책’

초록 숲으로 ‘5월의 산책’

용인자연휴양림의 데크로드도 아이들에겐 좋은 놀이공간이 된다.

나무에 물이 한껏 올라 한창 잎사귀를 넓히는 5월이다. 요맘때 나뭇잎은 한 가지 색이 아니다. 노랑을 머금은 연두에서 짙은 초록까지 푸름의 스펙트럼이 이렇게나 다양했나 싶을 정도로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생명력이 넘치는 오월의 숲은 향기로, 빛깔로, 소리로 우리의 오감(五感)을 깨운다.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초록 숲으로 가자. 피톤치드를 잔뜩 머금은 5월의 숲에서 노닐다 보면 몸이 청량해지고 기분까지 가볍다.



숲의 생명력을 느끼는 ‘국립수목원’

초록 숲으로 ‘5월의 산책’

국립수목원 산림박물관(위)과 5월이면 지천으로 피어나는 벌깨덩굴.(왼쪽),
산철쭉이 화려하게 수놓은 국립수목원 육림호(가운데)와 피톤치드로 몸속까지 샤워하는 전나무숲길.

흔히 광릉수목원, 광릉숲이라 부르는 국립수목원의 5월은 1년 중 가장 아름답다. 산철쭉이 여기저기서 풍성하게 피어오르고, 나뭇잎이 연둣빛에서 초록으로 바뀌는 모습이 꽃보다 예쁘다. 나무 그늘에는 노란색 피나물 꽃과 보라색 벌깨덩굴 꽃이 지천이고, 광릉요강꽃은 신비로운 꽃망울을 펼친다. 햇살은 따갑지만 그늘이 많고 곳곳에 쉴 만한 자리도 마련해놓아 가족끼리, 친구끼리 혹은 혼자서라도 광릉숲의 싱그러운 자연을 만끽하기 좋다.

국립수목원은 넓다. 한번에 모두 둘러볼 생각은 접는 게 좋다. 이왕 찾은 발걸음이라고 강행군하면 아이들이 다시는 수목원에 오지 않겠다고 불평할 수도 있다. 어린이정원, 숲생태관찰로(Eco-Trail), 육림호, 전나무숲, 작약원, 산림박물관, 수생식물원만 둘러봐도 2시간은 훌쩍 지난다.

육림호 가는 길에 휴게광장이 넓게 자리해 도시락을 꺼내 먹기 편하다. 산철쭉이 물에 비쳐 낭만적인 육림호는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거닐기 좋다. 전나무숲은 1927년 강원 평창군 월정사 전나무숲에서 가져온 나무를 식재했다고 한다. 수령 90년의 아름드리나무가 촘촘해 숲길을 걷는 것만으로 피톤치드 삼림욕 효과가 있다.



식·약용식물견본원에서 희귀·특산식물보존원 방향으로 이동하다 보면 어른 가슴 높이의 목책을 두른 곳이 보인다. ‘복주머니란속’에 관한 설명이 붙어 있는 이 목책 안에는 광릉요강꽃, 털복주머니란, 복주머니란이 살고 있다. 멸종 위기에 처한 희귀 야생화이니 지나치지 말고 챙겨보자.

더운 시간대에 수목원에 도착했다면 산림박물관이나 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 같은 실내를 먼저 둘러본 다음 야외로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국립수목원은 입장 예약제로 운영되므로, 사전 예약이 필수다. [경기 포천시 소흘읍 광릉수목원로, 031-540-2000, www.kna.go.kr]



천국의 일부인 듯 아름다운 ‘천리포수목원’

초록 숲으로 ‘5월의 산책’

천리포수목원의 봄길(위),넓은 잔디밭이 기분 좋은 아침고요수목원 아침광장.(아래)

충남 태안군 천리포해변 옆에 자리한 천리포수목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다. 수목원 자체도 아름다울 뿐 아니라, 박토에 꽃과 나무를 심어 마치 천국의 일부인 듯 멋진 정원을 일궈낸 설립자의 이야기도 감명 깊다. ‘푸른 눈의 한국인’으로 불린 고(故) 민병갈(Carl Ferris Miller) 선생은 1944년 미 해군 정보장교로 처음 한국에 왔다 46년 제대했는데, 한국 산천이 그리워 다시 한국을 찾았다. 62년 무렵 태안에 땅을 매입해 70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나무심기를 시작했다.

관련 분야 전문가, 후원 회원 등 수목원 입장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다 2009년부터 일반에게도 공개됐다. 59만5000㎡(약 18만 평)가량에 이르는 천리포수목원에는 목련, 호랑가시나무, 동백나무, 단풍나무, 무궁화 5속을 중심으로 1만3200여 개 품종이 어우러져 자라는데, 국내에서 가장 많은 식물자원이 식재돼 있다. 또 화학비료나 농약의 사용을 줄이고, 식물 외형을 변형시키는 가지치기를 최소화하는 등 친환경적인 방법을 고집하고 있다.

일반인에게 개방하는 곳은 첫 번째로 조성된 밀러가든이다. 큰 연못을 중심으로 꽃과 나무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평화롭다. 또 바다를 접하고 있어 아름다운 정원과 시원한 수평선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큰 연못 건너편에 초가집 모양으로 선 이층건물은 민병갈기념관.

한국적인 것을 아끼고 사랑하던 그는 초가집과 논이 어우러진 풍경을 특히 좋아했으며 “죽어서 천리포수목원의 개구리가 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기념관 2층에서 민병갈 선생 연대기를 둘러보고 큰 연못을 한 바퀴 돈 다음, 바닷가 데크로드 방향으로 길을 잡는 게 좋다. 수목원 안에 게스트하우스가 있어 수목원의 밤과 이른 아침 산책을 즐기는 호사를 경험할 수 있다. [충남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1길, 041-672-9982, www.chollipo.org]



한국적 아름다움을 담은 ‘아침고요수목원’

초록 숲으로 ‘5월의 산책’

잣나무와 낙우송 사이로 뻗은 아침고요산책길.

이름처럼 왠지 아침 일찍 찾아야 할 것 같은 경기 가평군 아침고요수목원은 한국의 미를 구현한 수목원이다. 배경으로 축령산이 우뚝 서 있고, 비탈진 경사면과 계곡 등 원래 지형을 잘 살려 더없이 자연스럽고 한국적이다. 고향집정원, 분재정원, 에덴정원, 천년향, 하경정원, 약속의 정원, 하경전망대, 한국정원, 하늘길, 달빛정원, 야생화정원 등 규모가 크고 다양한 주제로 정원을 가꿔 다 둘러보려면 2시간도 모자란다. 

아침고요수목원의 명물인 천년 묵은 향나무가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그 옆으로 펼쳐진 너른 잔디광장은 누워서 뒹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가평 특산물인 잣나무가 늘어선 ‘아침고요산책길’의 데크로드 숲길은 어느 시간에 걷더라도 운치 있다. 요즘은 산철쭉이 한창 피어 수목원 곳곳이 환하다.

꽃향기 따라 발길 닿는 대로 느긋하게 걸어보는 것도 좋다. 꽃과 나무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주는 숲 해설은 방문객이라면 누구나 들을 수 있다. 초등생을 대상으로 체험학습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5월의 주제는 ‘꿀벌의 정원 여행’이다. 수목원 내부에 카페, 식당, 식물 판매장, 기념품 판매장 등이 있다. [경기 가평군 상면 수목원로, 1544-6703, www.morningcalm.co.kr]



신나는 모험 가득, ‘용인자연휴양림’

초록 숲으로 ‘5월의 산책’

창의력 넘치는 어린이놀이숲.

초록 숲으로 ‘5월의 산책’

빼곡한 숲을 통과하는 용인자연휴양림 데크로드.

수도권에 자리해 쉽게 찾을 수 있는 경기 용인시 용인자연휴양림은 숲을 배경으로 한 다양한 놀 거리와 모험이 가득한 곳이다. 정문을 통과해 들어가면 드넓은 잔디광장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천막이나 그늘막을 치고 피크닉을 즐기기 좋은 공간이 펼쳐진다. 잔디광장을 중심으로 뒤편에 본관이라 할 수 있는 숲속체험관 건물이 보이고, 숲속의 집과 캠핑장은 왼편에, 목재문화체험장과 모험시설은 오른쪽에 자리한다.

캠핑장으로 가면 입구에 통나무와 나무 기둥을 활용한 어린이놀이숲이 있다. 경사면을 따라 3개로 나눠 놀이터를 조성했는데, 단순하지만 모험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울창한 침엽수림 사이로 캠핑데크가 마련돼 있고, 숲을 통과하는 데크로드가 산 위로 연결된다.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실컷 호흡하며 뛰어놀거나 산책하고 나면 밤에 쉽게 잠에 빠져든다.

잔디광장에서 동쪽으로 길을 잡으면 야생화단지를 지나 나무로 생활소품이나 DIY(do it yourself) 가구를 만들어보는 목재문화체험장이 나오고 목조체험주택, 치유의 숲, 에코어드벤처, 짚라인 등의 시설이 있다. 에코어드벤처는 나무와 나무 사이를 와이어, 목재구조물, 밧줄 등으로 연결해 모험심을 기를 수 있도록 꾸민 레포츠 시설이다. 원숭이코스(56m), 침팬지코스(75m), 킹콩코스(270m) 등 3개 코스로 연령대에 맞게 즐길 수 있다.

코스별로 나이, 키 등 제한이 있으니 체험 가능 여부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편하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입장 및 주차 예약제를 시행하니 반드시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예약하고 방문해야 한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초부리, 031-336-0040, www.yonginforest.net]



10년 뒤가 기대되는 ‘푸른수목원’

초록 숲으로 ‘5월의 산책’

10년 후가 기대되는 푸른수목원.

서울시내에 수목원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많다. 2013년 문을 열었으니 나무에 비유하자면 아직 묘목 수준이다. 구로에서 시흥으로 넘어가는 경계 즈음에 자리한 푸른수목원은 과거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던 곳이다. 주변이 온통 공사 중이라 고층 크레인이 즐비한 가운데 규모는 서울광장의 8배 규모인 10만3000㎡(3만여 평)로 아담하지만, 이만한 공간에서 꽃과 나무를 키우고 저수지까지 품어 갈대가 우거졌다.

정문을 통과하면 잔디광장 너머로 저수지가 보인다. 갈대숲 사이로 데크로드를 놓아 수생식물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향기로운 식물을 모아놓은 내음두루, 억새가 자라는 풀무리울, 원예체험장인 이랑텃밭 등 수목원 곳곳을 주제가 있는 작은 정원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장미원이 현재 리모델링 중이라 아쉽다.

나무들이 어려 아직 그늘이 많지 않은 대신, 곳곳에 정자를 세워 쉴 수 있게 했다. 이랑텃밭을 지나면 항동 철길, 구로올레길로 이어지는 쪽문이 있다. 애견을 데려가도 되지만 잔디밭이나 데크는 동물 출입 금지다. 입장료가 없고 아침 5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도 쉼 없이 문을 연다는 사실이 반갑다. [서울 구로구 연동로, 02-2686-3200, parks.seoul.go.kr/pureun]


초록 숲으로 ‘5월의 산책’

짜릿한 모험을 즐기는 용인자연휴양림 에코어드벤처(왼쪽)와 푸른수목원의 심장과도 같은 항동저수





주간동아 2017.05.10 1087호 (p70~73)

  • 글·사진 김숙현 여행작가 parangnam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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