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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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대선 후 ‘집값’ 어떻게 될까

부동산 보유세  ·  금융 규제 기조 관건…“정부의 시장 개입 클수록 집값 오른다”

  • 김관웅 파이낸셜뉴스 부동산 전문기자 kwkim@fnnews.com

    입력2017-05-04 17:4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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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대 대선을 통해 들어설 새 정부는 주택시장 정책을 어떤 기조로 가져갈까. 또 주택시장은 어떻게 반응할까. 지난 수년간 전국 주택시장은 큰 폭의 상승세를 경험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주요 신도시에서는 상승폭이 더욱 컸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주택시장은 2013년 9월 상승세로 돌아선 후 올해 4월까지 44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 중이다.

    이 기간 전국 아파트 가격은 평균 9.81% 올랐으며 수도권 10.65%, 서울은 11.23% 상승했다. 수치상으로는 3년여 동안 평균 오름폭이 그리 크지 않아 보이지만 30~40%에 달하는 상승률을 맛본 곳도 수두룩하다. 새 정부의 주택시장 흐름을 예측하려면 당선 가능성이 높은 주요 대선후보의 공약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택시장에서는 수요와 공급 못지않게 정책도 큰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주택시장 흐름은 정책 변수가 좌우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비롯한 각 당 대선후보의 부동산 관련 공약은 집값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 후보는 부동산 보유세 인상과 LTV(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금융 규제 강화를 통해 주택 수요를 억제해 집값을 안정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또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포함)를 도입하고 공공주택 100만 가구를 공급해 전월세시장도 안정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만들겠다는 공약도 눈에 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는 정부 개입을 비교적 최소화하는 친(親)시장적 공약을 내걸었다. LTV, DTI 등 금융 규제는 강화할 필요가 있지만 부동산 보유세 인상에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전월세시장 안정을 위해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청년희망임대주택을 조성하며, 문 후보와 마찬가지로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는 가장 시장친화적인 공약을 발표했다. 재건축 층수 규제를 완화하고 주택자금 지원을 확대해 공급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또 청년 및 신혼부부 공공임대주택 지원, 빈집 리모델링을 통한 임대주택 확보 등 복안도 내놓았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이들 세 후보 가운데 문 후보와 안 후보의 공약은 주택 매매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두 후보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시장 개입 의지를 분명히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주목되는 공약은 부동산 보유세와 금융 규제 강화다. 보유세의 경우 일부 선진국보다 낮은 게 사실이지만, 과거 노무현 정부 때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했다 전월세 가격만 오른 부작용을 또다시 경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문 후보는 부동산 보유세를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최근에는 정치적 부담 때문에 장기적이고 점진적인 인상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부동산업계는 선거 후 당초 입장대로 돌아설 경우 주택시장에 큰 여파를 몰고 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 규제 강화도 마찬가지다. 금융 규제를 강화하면 시장 건전성은 좋아지지만 정상적인 주택 수요자의 매매시장 진입을 힘들게 만들어 이들을 전월세시장으로 내몰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는 전월세 가격 상승을 유발하고 집값 상승 압력을 높인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는 눈여겨볼 대목이다.

    서울에서는 공공임대주택 확보가 재개발·재건축을 통해서만 가능한데, 정부가 이들 사업장에 과도한 부담을 지울 경우 민간주택 공급마저 중단될 수 있다. 더구나 재건축의 경우 내년부터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할 조짐이 보이는 상황에서 조합에게 공공임대주택까지 지으라고 하면 재건축사업을 당분간 중단할 공산이 크다.

    시장에서는 두 후보 가운데 누구든 집권해 공약을 실천하면 초기에는 일시적으로 집값이 안정될 수 있지만 1~2년 후면 오히려  크게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다. 반면 홍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규제보다 시장 흐름을 중시하는 기조라 오히려 시장에 공급이 늘어나 집값이 안정되거나 다소 하락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또 문 후보와 안 후보가 공약으로 내건 세종시 기능 강화 방안도 서울 수도권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목해야 한다. 



    전월세시장 흐름 따라 집값 등락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전월세시장에 큰 변화가 닥칠 수 있다. 문, 안 후보가 내건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때문이다. 전월세상한제는 세입자가 재계약 때 집주인이 전월세 가격을 정부가 정한 수준 이상 못 올리도록 하는 것이다. 계약갱신청구권제는 전월세계약이 끝나더라도 세입자가 원할 경우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하는 것이다. 현

    재 민주당과 국민의당 등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개정안은 재계약 시 전세보증금 인상을 5% 이내로 제한하고 세입자가 재계약을 원할 경우 최대 6년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런 정책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을 품는다. 제도 취지와 다르게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어서다.

    먼저 전월세상한제는 집주인이 제도 시행 전 전세보증금을 미리 올리면 이를 제한할 방법이 없는 데다, 집주인이 계약 만기가 도래하기 전 기존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어 오히려 혼란이 생길 수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제 역시 허점이 있다. 집주인이 “더는 주택을 임대하지 않겠다”며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전세보증금을 올려 다시 임대로 돌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전월세 가격만 자극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새 정부가 들어선다 해도 대선후보 시절 내걸었던 공약이 모두 정책화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기에 향후 주택시장을 예상하려면 각 후보가 어떤 눈으로 주택시장을 바라보는지를 살펴야 한다. 과거 정부를 되짚어보면 김대중 정부가 외환위기를 극복하고자 주택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2001년 전국 아파트값이 14.55% 오른 데 이어, 2002년에는 22.78% 폭등했다.

    2003년에 들어선 노무현 정부 역시 집값 안정을 위해 온갖 대책을 쏟아냈다. 그해 5월 23일 주택가격안정대책 발표(LTV 강화 등)를 시작으로 종합부동산세 신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건축개발이익환수 등을 담은 굵직한 대책만 9개나 발표했다. 그러나 집값은 더 폭등했다.

    노무현 정부 동안 전국 아파트값은 평균 33.47% 올랐으며, 서울은 55.47% 급등했다. 수요와 공급을 바탕으로 주택시장 대책을 찾은 것이 아니라 정부 정책으로 주택시장을 짓누른 결과였다. 이 후유증은 이명박 정부로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중반기부터 주택시장 회복을 위해 조심스럽게 부양책을 하나 둘 내놨지만 노무현 정부 때 워낙 많은 규제가 나온 탓에 수도권 주택시장이 좀처럼 일어서질 못했다.

     이 기간 전국 아파트값은 16% 상승했지만 수도권 아파트값은 3.8% 내렸다. 반면 박근혜 정부가 택한 친시장적 주택정책은 지금의 과도한 집값 상승을 불러왔다. 과거 정부의 주택시장 정책에서 알 수 있듯이 수급을 거스르는 정책은 역풍을 맞을 공산이 크다.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는 “차기 정부가 시장에 얼마나 개입하느냐에 따라 부동산 가격도 등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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