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2

2011.01.24

일본 조치대와 정기戰 세계를 품는 서강대

국내 대학 최초 양국 오가며 SOFEX 시작…예수회 네트워크로 글로벌 대학 선도

  • 이설 기자 snow@donga.com

    입력2011-01-24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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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조치대와 정기戰 세계를 품는 서강대

    2010년 제1회 SOFEX를 시작으로 서강대와 일본 조치대가 매년 정기전을 벌일 예정이다. 활발한 교류와 의사소통의 장이 되는 SOFEX는 서강대의 진화한 글로벌화의 상징이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영원한 라이벌. 이들이 스포츠로 힘겨루기를 하는 ‘고연전’은 이제 대표적인 대학가 스포츠·문화교류 행사로 자리 잡았다. ‘SOFEX(Sogang-Sophia Festival of Exchange)’는 고연전이 국제무대로 자리를 옮긴 격. 2010년 제1회 SOFEX를 시작으로 서강대와 일본 조치(上智)대는 매년 양국을 오가며 정기전을 벌일 예정이다. 국내 대학이 외국 대학과 정기전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서강, 파이팅 vs 플레이 플레이 조치”

    2010년 11월 13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캠퍼스가 높고 낮은 함성으로 뒤덮였다. 붉은 티셔츠를 맞춰 입은 학생들의 얼굴에는 기분 좋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건물 전체를 뒤덮은 커다란 현수막 글귀가 그날의 행사를 알리고 있었다. ‘제1회 서강-조치 한일 정기전’(영문명 SOFEX). 화려한 응원전으로 막을 올린 SOFEX는 축구, 야구, 테니스, 농구 등 4개 경기를 거치며 열기를 더했다.

    “서강, 파이팅.” “플레이 플레이 조치.”

    제1회 SOFEX에 참가한 조치대 학생은 모두 140여 명. 행사 하루 전 입국한 이들은 곧장 서강대로 이동해 이냐시오관 강당에서 오리엔테이션 시간을 가졌다. 강당에 모인 두 학교 학생 300여 명은 들뜬 마음으로 서로의 표정을 살핀 뒤 그날 저녁 전야제를 치르며 선의의 경쟁을 약속했다. 13일 오전 10시 개막식과 함께 대회는 본격 막을 올렸다. 경기 결과는 1대 3. 농구를 제외한 전 종목에서 조치대가 승리했다.



    하지만 양교 선수단 모두 승패보다 교류전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폐막식 후 서강대 곤자가플라자에서 열린 ‘교류의 밤’ 행사. 선수단은 경기에 대한 후일담과 맥주잔을 나누며 우의를 다졌다. 이번 대회 농구팀 주장을 맡았던 경영학과 4학년 노유식 씨는 “고작 이틀이었지만 몸으로 부대끼다 보니 금세 친해졌다. 지금도 트위터 등 SNS로 연락을 하고 지낸다”라고 말했다. 축구선수로 활약한 조치대 법률학과 4학년 우에키 요시노리 씨는 “이번 대회를 통해 잊지 못할 순간을 경험했다. 또 한 번 한국 친구들과 승부를 겨루고 싶다”라며 다음을 기약했다.

    ‘소피아대’로 잘 알려진 조치대는 예수회 소속 신부들이 1913년 도쿄에 세운 학교다. 서강대와 같은 예수회 재단으로 고(故) 김수환 추기경, 호소카와 모리히토 전 일본 총리, 홍콩 가수 아그네스 찬 등이 동문이다. 영어로 전 과정을 가르치는 교양학부 등이 유명하며 일본에서 국제화를 선도하는 대학으로 평가받는다.

    SOFEX는 서강대가 개교 50주년을 맞아 마련한 행사로, 2010년 4월 조치대와 협약을 맺으며 구체화됐다.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서강대는 운동부와 응원단이 없는 반면 조치대는 대학 리그 활동이 활발했다. 대회는 양측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결실을 맺었다. 서강대가 아마추어 운동부를 결성하고 교내 운동장에 인조 잔디를 깔자, 조치대는 이에 화답하듯 운동부의 일정을 조정해 SOFEX 참가를 확정했다. 항공료를 제외한 학생 방문 비용 일체는 주최 학교가 부담한다.

    ‘중국현지학점이수제’ 올해부터 도입

    지난 10년간 대학가의 최대 화두는 ‘글로벌’이었다. 대학들은 너도나도 ‘세계로 뻗어나가는 대학’을 표방하며 교환학생과 영어 강의, 그리고 외국인 교수 비율을 늘려갔다. 10년이 지난 지금 대학의 글로벌화 성적은 엇갈린다. 양보다 질을 우선으로 삼아 균형 잡힌 글로벌을 일군 대학이 있는 반면, 특정 국가 유학생으로 넘쳐나 재학생과 유학생 모두 불만을 터뜨리는 대학도 있다.

    SOFEX는 서강대의 진화한 글로벌화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그간 대학 간 교류는 교환학생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교환학생제도의 원칙은 1대 1 교류. 이 때문에 교류의 규모와 내용이 제한적이었다. SOFEX는 교류 인원을 늘리고 방식을 다양화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했다. 다음은 서강대 김동진 홍보팀장의 설명.

    “교환학생은 소수의 학생이 타 대학 수업을 체험하는 것이다. SOFEX를 통하면 매년 100명이 넘는 양교 학생이 교류할 수 있다. 스포츠와 문화행사를 공동으로 체험하기에 친해지기도 쉽다. 양국 학생들이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SOFEX의 의의가 크다.”

    ‘중국현지학점이수제도’도 새로운 글로벌의 일환. 올해부터 서강대 중국문화 전공 2학년 1학기 학생 전원(2010학번부터 시행)은 한 학기 동안 중국 명문 칭화대에서 수업을 받게 된다. 이들은 현지에서 ‘종합중국어’ ‘중국어문법’ ‘중국어회화’ ‘중국어글쓰기’ ‘중국어듣기’ 등 중국어 관련 과목 5개를 이수해야 한다. 노재호 국제협력처장은 “중국문화 전공을 시작으로 차츰 파견 프로그램을 늘려갈 것이다. 대학원에서는 MBA(경영학), TESOL(영문학) 등 이중학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학과가 상당수 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 서강대 노재호 국제협력처장

    해외교류 다양성…충실한 국제화 실현


    일본 조치대와 정기戰 세계를 품는 서강대
    캠퍼스에서 글로벌은 더는 특별한 단어가 아니다. 어느 학교를 가나 캠퍼스 곳곳을 누비는 외국인 유학생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이라고 다 같은 건 아니다. 1월 18일 만난 서강대 노재호 국제협력처장은 “양적, 질적으로 타 대학보다 앞선 글로벌을 실현해왔다”라고 자신했다.

    서강대 국제화 현황은?

    “세계 54개국 210개교와 교류 협정을 맺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서강대로 온 교환학생이 237명, 교류 학교로 파견된 학생이 308명이다. 미국, 중국 등 특정 지역이나 국가에 치우치지 않고 유럽, 남미,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 학교와 골고루 교류한다. 매년 교류 규모가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다.”

    국제화 측면에서 다른 대학과 다른 점은?

    “규모의 경쟁에서는 작은 대학이라 쉽지 않은 면이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절대적인 숫자가 아닌 내용이다. 본교는 내용에서는 누구보다 충실한 국제화를 실현하고 있다. 우선 분포의 다양성. 미국이나 중국과 주로 교류하는 대학이 상당수인데, 서강대는 현재 프랑스 학생이 가장 많다. 본교 학생들이 선진국으로 가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없다.

    또 서강대는 예수회 대학과 집중적으로 교류한다. 예수회 대학은 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공통점을 갖는다. 따라서 국가가 달라도 학교 분위기가 비슷한 면이 많다. 그래서 오가는 학생들이 금세 적응한다.”

    서강대 교과과정을 글로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학 프로그램 자체를 국제화하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현재 ‘국제한국학’이라는 전공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외국에서 한국과 한국어를 배우러 오는 학생이 늘고 있다. 국제한국학은 전 과목을 영어로 강의하는 한국학 프로그램을 뜻한다. 관련 센터를 개설해 교육과정, 교류 프로그램, 연구 프로젝트 등이 유기적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국을 널리 알리는 것은 국제화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내국인 학생을 위한 국제화는 어떤 식으로 진행하고 있는가.

    “영어 강의 비율을 매년 늘리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국제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어 자체보다 다양한 문화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을 갖춰야 한다. 그래서 서강대는 ‘미국문화’ ‘중국문화’ ‘프랑스문화’ 등 전공을 통해 학생들의 국제적인 소통능력을 중점적으로 키우고자 한다. 언어뿐 아니라 문학, 사회, 역사, 정치, 경제 등의 과목을 개설해 해당 지역이나 국가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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