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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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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잠잠해지면 오존 습격  …  숨 막히는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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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DB

“위험한 장소는 안 가면 되죠.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은 가려 먹고요. 그런데 공기는 피할 방법이 없잖아요. 아이 키우는 엄마로서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민단체 ‘미세먼지해결시민본부’의 김민수 대표 얘기다. 중학교 3학년인 그의 딸은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다. 공기가 나쁜 날이면 대번 피부에 발진이 생긴다. 그런데 지난가을 서울 미세먼지 농도가 80㎍/㎥에 이르던 날 딸 학교에서 단체로 등산을 갔다. 희뿌연 하늘색이 신경 쓰인 김 대표가 학교에 “공기가 안 좋아 보이는데 다른 날 가면 안 되겠느냐”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WHO와 다른 한국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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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서울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 앞에서 시민들이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정책제안 캠페인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 인철민 기자]

현재 우리나라 미세먼지(PM10) 분류 기준(단위 ㎍/㎥)은 0∼30 ‘좋음’, 31∼80 ‘보통’, 81∼150 ‘나쁨’, 151 이상 ‘매우 나쁨’이다. 환경부는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일 경우 일반인이 평소처럼 외부활동을 해도 괜찮다고 안내한다(28쪽 표 참조). 그날은 분명 ‘보통날’이었으니 학교 측 결정이 잘못된 건 아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계속 궁금했다. ‘하늘색이 무척 탁하지 않았나. 정말 건강에 해롭지 않은 걸까.’ 그가 이에 대한 답을 찾은 건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를 보고서다. WHO는 미세먼지 농도 50㎍/㎥ 이상인 때를 ‘나쁨’으로 봤다. 해외 보건 전문가들이 ‘나쁘다’고 하는 공기를 우리는 ‘보통’이라고 여기며 살아온 셈이다.



이 일은 평범한 주부였던 김 대표를 시민운동가로 바꿔놓았다.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온라인 공간에서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찾았고, 함께 우리나라 미세먼지 분류 기준의 문제점을 알리기 시작했다. 지난겨울 그가 주도해 만든 ‘미세먼지해결시민본부’ 인터넷 카페 회원 수는 어느새 3000명이 넘었다.

김 대표는 “미세먼지 농도가 80㎍/㎥쯤 되면 육안으로도 대기가 뿌옇게 보인다. 그렇게 ‘나쁜’ 공기를 ‘나쁘지 않다’고 하는 건 국민을 속이는 일 아니냐”며 “교사, 학부모 등이 그런 안내를 믿는 바람에 아이들이 건강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가 유난스러운 건 아니다. ‘나쁜’ 공기가 사람 몸에 해롭다는 걸 보여주는 연구 결과는 매우 많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이를 바탕으로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사람에게 암을 유발하는 게 과학적으로 확인된 물질’, 달리 말하면 ‘확실한 발암물질’이라는 뜻이다. IARC 홈페이지 검색창에 ‘Particulate Matter(미립자 물질)’라고 입력하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크기가 10㎛(1㎛=100만 분의 1m) 이하인 PM을 PM10, 2.5㎛ 이하를 PM2.5라고 부른다. 이 중 PM2.5는 머리카락 굵기의 1/30~1/20 크기로 체내 섬모에서 여과되지 않은 채 신체 각 기관에 직접 도달할 수 있다. 폐포(기도 맨 끝부분에 있는 포도송이 모양의 공기주머니)를 통과해 혈관에 침투하기도 한다. 이렇게 신체 각 기관에 도달한 미세먼지가 혈전을 만들거나 염증 반응을 일으키면 건강상 각종 문제가 발생한다.

오세일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연구팀은 2006~2013년 서울에서 발생한 급성심정지 2만1509건을 당일 대기 중 PM2.5 농도와 함께 분석한 결과 PM2.5 농도가 10㎍/㎥ 증가할수록 급성심정지 발생률이 1.3% 높아졌다고 밝혔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또 다른 연구를 통해 PM2.5 농도가 100㎍/㎥ 증가할 때 호흡기질환 입원 환자가 11%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3월 말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2007년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지역에서 PM2.5로 조기 사망한 사람 수가 3만900명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외 연구가 PM2.5의 위험성에 집중하고 있지만 PM10 역시 간과할 물질이 아니다. 이형숙 서울여자간호대 교수가 2006~2014년 서울지역 PM10 농도와 환자 증가 관계를 분석해 발표한 논문을 보면 PM10 농도가 높아질 때 기관지염, 만성폐쇄성폐질환, 천식, 협심증 환자 수가 증가하는 것이 수치로 증명된다.



치료 수단 없는 ‘침묵의 살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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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로 뒤덮인 서울 하늘 [동아일보 박영대 기자]

문제는 최근 서울이 중국 베이징, 인도 델리와 함께 ‘세계 3대 공기오염 도시’로 꼽히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이 미세먼지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2060년 세계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세먼지 관련 질환은 세균으로 인한 질병과 달라 인체 면역력으로 퇴치할 수 없다. 일단 미세먼지가 우리 몸에 침투하면 강제로 배출할 방법도 사실상 없다. 언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 채 해당 물질과 함께 평생 살아가야 한다. 이 때문에 최근 온라인 공간에서는 국내외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한반도 상공의 공기 움직임을 파악하고 미세먼지 위험도를 분석, 공유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런 활동의 배경에는 우리 정부가 미세먼지 관련 내용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는다는 시민의 불만이 자리 잡고 있다. 

4월 27일 아침 한 뉴스 프로그램에서 기상 캐스터는 ‘오늘은 화창하고 미세먼지 걱정 없는 날이 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일기예보에서도 ‘오늘 미세먼지 농도는 보통이겠다’고 안내했다. 같은 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한국환경공단이 제공한 ‘대기오염정보’를 확인한 결과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 최곳값이 56㎍/㎥, 경기는 102㎍/㎥에 달했다.

오전 10시 발표된 1시간 내 미세먼지 농도 역시 서울 34㎍/㎥, 경기 51㎍/㎥였다. WHO 권고(50㎍/㎥)를 기준으로 삼을 경우 좋다고 보기 어려운 수치다. 이에 대해 서울에서 자녀를 키우고 있는 한 학부모는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의 호흡기가 약한데 일기예보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이라고 하는 날은 마스크를 씌워 학교에 보내기가 힘들다. 주위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체육수업을 빠지게 하거나 조퇴를 시킬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자 서울시교육청은 4월 10일 서울시내 학교의 미세먼지 대응 수준을 WHO 기준에 맞추겠다고 발표했다. 미세먼지 농도가 50㎍/㎥를 초과하면 실외활동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교육부가 이에 제동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미세먼지 정보 사이트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2017학년 1학기가 시작된 3월 2일 이후 40일 동안 서울 중심부 미세먼지 농도가 WHO 기준을 초과한 날이 30일(75%)에 달한다.

이때마다 실외활동을 멈추면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김민수 대표는 “정부 관계자에게 ‘국내 미세먼지 대응 기준을 WHO 권고 수준으로 높여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러면 공기 질이 거의 1년 내내 ‘나쁨’이 된다. 사회가 큰 혼란에 빠지지 않겠느냐’며 안 된다고 하더라. 국민 불안을 잠재우려고 국민 건강을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니, 이게 말이 되나”라며 분노했다.

그러나 정부는 나라별 환경기준은 각국의 오염 상황과 사회경제적 발전 단계, 기술 수준 등을 고려해 설정한다는 입장이다. WHO는 권고기준 외 국가가 택할 수 있는 ‘잠정목표’를 3단계로 구분해 제안하고 우리나라는 이 중 2단계를 채택한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설명이다.

현재 미국, 호주, 일본 등은 우리나라보다 엄격한 잠정목표 3단계 혹은 WHO 권고기준을 따르는 반면, 중국은 잠정목표 1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등 대선 유력주자들은 차기 정부에서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대응 수준을 현재보다 높이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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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의 역습

봄이 지나면 미세먼지 공포는 상대적으로 감소한다. 중국의 겨울 난방이 끝나면서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미세먼지 양이 줄기 때문이다. 중국 내륙에서 발원하는 흙먼지, 즉 ‘황사’도 건조한 봄이 지나면 거의 한국에 상륙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대기가 봄철보다 청명하게 보이니 공기 질 역시 나아진 것으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온이 오르면 눈에 보이지 않는 대기 중 위험물질 ‘오존’ 발생량이 증가하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산소 원자 3개의 결합체인 오존(O3)은 자동차 배기가스나 산업체 매연 등에 존재하는 질소산화물(NOx)과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등이 자외선과 광화학 반응을 일으킬 때 만들어진다. 자외선과 오염물질이 많을수록 더 많은 오존이 형성된다. 국내 자외선 양이 5~6월 최고치를 기록하는 걸 감안하면 이제 ‘미세먼지의 계절’이 가고 ‘오존의 계절’이 오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각종 연구에서 드러난 오존의 건강 위해성이 미세먼지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강력한 살균력을 가진 오존은 과다 흡입할 경우 폐활량을 떨어뜨리고 기관지와 폐질환, 심장질환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약자는 맥박과 혈압이 떨어져 졸도할 수도 있다.

게다가 입자인 미세먼지와 달리 기체 형태라 마스크를 써도 제대로 차단하기 어렵고, 육안으로는 공기 중 오존 농도를 식별할 수도 없다. 현재로서는 외부활동을 삼가는 등 접촉을 최소화하는 게 유일한 대책이다.

이 때문에 환경부는 미세먼지 예보를 발표하기 15년 전인 1998년부터 매년 오존 예보를 해왔지만, 그동안 오존 농도가 낮아지기는커녕 오히려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서울 오존 농도는 1990년 0.011ppm에서 2015년 0.022ppm으로 2배 이상 높아졌다.

지난해에는 1시간 평균 오존 농도가 0.12ppm 이상일 때 발령되는 오존주의보가 8월 한 달에만 200회 이상 내려지는 등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논란이 됐다. 정부가 눈에 보이는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오존 예방에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장영기 수원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국가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힌 대기 오염물질에는 미세먼지, 오존 외에도 이산화황, 이산화질소, 일산화탄소, 납, 벤젠 등이 더 있다. 이것을 총체적으로 관리해 국민이 걱정 없이 숨 쉴 수 있는 공기의 질을 유지하는 것이 정부 임무인 만큼, 봄에는 미세먼지 특별대책을 내놓고 여름이 되면 오존 대책을 또 세울 것이 아니라 통합적인 대기오염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 질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에어코리아(www.airkorea.or.kr)는 전국 97개 시 · 군에 설치된 317개 측정망에서 확인한 대기환경기준물질(미세먼지, 오존, 황사 등) 자료를 제공한다. 안양대 기후에너지환경융합연구소의 한국대기질예보(www.kaq.or.kr) 사이트는 향후 공기 질(미세먼지, 오존, 이산화질소 등)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해 사흘간 측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 자료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구글이 세계 각국의 풍량 및 풍향,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이산화질소 농도 등을 취합해 제공하는 사이트(earth.nullschool.net)와 일본 기상청(www.tenki.jp) 사이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미세먼지  →  부유먼지, 초미세먼지  →  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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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부 미세먼지 자료집]


우리나라 사람들이 ‘먼지’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영어 단어는 ‘dust(티끌)’다. 그런데 대기 오염물질을 가리키는 ‘미세먼지’ 안에는 이러한 고체형 물질뿐 아니라 ‘mist(엷은 김)’ 같은 액체형 물질도 포함된다. 고등어를 구울 때 나오는 미세먼지가 바로 후자에 해당한다. 해외에서 ‘Particulate Matter(미립자 물질)’라고 부르는 것을 우리말 ‘미세먼지’로 번역하다 보니 사람들이 PM의 실체를 혼동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해온 미세먼지 용어의 문제점은 또 있다. 우리나라 환경정책기본법은 미세먼지를 ‘입자 크기가 10㎛ 이하인 먼지’(PM10)와 ‘입자 크기가 2.5㎛ 이하인 먼지’(PM2.5)로 분류한다. 현장에서는 편의상 전자를 ‘미세먼지’, 후자를 ‘초미세먼지’로 불러왔다. 그런데 해외에서는 PM10을 부유입자(Suspended Particle), PM2.5를 미세입자(Fine Particle)라고 부르다 보니 용어에 혼란이 생겼다.

PM10과 PM2.5를 각각 ‘부유입자’와 ‘미소입자’라고 칭하는 일본 환경법에 비춰봐도 우리나라의 용어 사용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3월 21일 관련법을 개정해 앞으로는 지름이 10㎛보다 작은 물질인 기존 ‘미세먼지(PM10)’를 ‘부유먼지’, 지름이 2.5㎛보다 작은 기존 ‘초미세먼지(PM2.5)’를 ‘미세먼지’라고 정했다.

부유먼지(PM10)와 미세먼지(PM2.5)가 섞인 물질 이름은 ‘흡입성 먼지’로 부르기로 했다. 그러나 여전히 상당수 언론과 전문가들이 기존 분류에 따른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 당분간 관련 보도가 나올 때마다 언급되는 물질이 PM10인지, 아니면 1군 발암물질로 분류된 PM2.5인지를 개인이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혼란을 겪게 됐다.





주간동아 2017.05.03 1086호 (p26~29)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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