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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가애(冬日可愛)

동일가애(冬日可愛)

지난해 동아연극상 대상을 수상한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2000여 년 전 중국 춘추전국시대 진(晉)나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진나라의 명문가 조씨 일가는 간신 도안고의 흉계에 휘말려 멸문지화를 당한다. 이때 살아남은 유일한 혈육 조무를 조씨 집안의 은혜를 입은 정영이 숨겨준다.

하지만 도안고의 끈질긴 추격이 시작되고, 결국 정영은 조무를 살리고자 자신의 아들을 조무인 것처럼 속였고 아들은 죽임을 당한다. 이런 비극적 과정 속에서 조무는 무사히 장성해 도안고에게 복수하고 예전 명문가의 지위를 되찾는다는 얘기다. 이 고사를 꺼낸 건 주인공 조무의 증조할아버지 조최(趙衰)와 할아버지 조순(趙盾)을 말하고 싶어서다.

조최는 쇠락하던 진나라를 일으켜 세워 조씨 가문을 중흥시켰고, 조순은 그 덕을 바탕으로 진나라를 쥐락펴락한 권력자가 됐다. 진나라 옆의 조그만 나라의 재상은 진나라 사신에게 “조최와 조순 중 누가 어진가”를 물었다. 그 답은 ‘동일가애 하일가외(冬日可愛 夏日可畏)’, 즉 조최는 겨울 해처럼 자상해 쫓아다니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럽고, 조순은 여름 해처럼 뜨겁고 엄격해 두렵다는 뜻이다.

리더가 어떤 성품을 가져야 하는지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최근 대선후보 TV토론을 보면 왜 이 토론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정책? 자질? 이런 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고만고만한 정책 탓에 차별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검증의 미명 아래 사법연수원을 수석 졸업하고 청와대 요직을 거쳤던 변호사,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에 국내 최고 바이러스 퇴치 프로그램을 만든 벤처 1세대, 한때 모래시계 검사로 정의의 사도처럼 보이던 도지사 등이 어린애 말싸움 같은 공방을 벌인다.

그저 출연자들이 별것 아닌 일로 티격태격하는 예능프로그램을 보는 듯하다. 어차피 TV를 통한 미디어 선거라는 게 이미지 싸움에 그치는 한계가 있을 테다. 그래서 우리는 정말 비이성적으로 투표하는 건 아닌가. 정치는 생물이라지만 마치 작전주의 주가가 급등락하듯 후보자들의 지지율이 널뛰는 것을 보면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모를 정도다. 다만 기준을 하나만 세우라 한다면 조최 같은 덕성의 리더십을 택하고 싶다. 탄핵으로 허물어진 나라를 세우려면, 지금이 소통과 화합이 필요한 시대라면 더욱 그렇지 않을까. 그런데 조최가 보이지 않는다.









주간동아 2017.05.03 1086호 (p5~5)

  • 서정보 편집장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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